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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노동절에 생각하는 노동의 미래
2019-05-02 00:00:00 2019-05-02 00:00:00
노동의 미래에 대해 노동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 아니 모든 국민들이 노동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한다. 당장의 높은 실업률만이 아니라 경제 침체, 제조업의 위기는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지만 새로운 기업과 산업이 등장하고, 고용을 늘린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앞으로 노동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컴퓨터를 활용한 부분적인 생산과정의 자동화가 3차 산업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지능화로 통합하는 것이다. 지능화된 기계를 다루는 소수의 지적 능력을 가진 노동자만 필요할 것이다. 기계와 설비, 심지어 제품에 설치된 센서로 수집된 데이터를 다루는 노동으로 바뀔 것이고, 작업 라인에서 일하던 노동은 공정관리, 품질관리, 기능 개선 등의 업무로 바뀔 것이다. 
 
그럼 미래에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인가? 단순 반복적인 일은 계속해서 줄어든다는 것은 변함없는 법칙이다. 산업혁명 당시 방적기가 도입돼 한 명의 노동자가 500시간 걸리던 일이 3시간으로 단축됐다. 이에 대한 두려움이 기계 파괴라는 러다이트 운동이었다. 그렇지만 2차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 시스템이 도입이 되면서 노동자도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세상이 됐고, 수 많은 산업이 등장하고 고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산업과 일자리가 농업에서 제조업, 서비스업으로 이동하였듯이 앞으로는 제조업,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없어질 차례다. 그럼 우리의 일자리는 누가 뺏는 것일까? 더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더 싼 값에 누리고 싶어 하는 소비자다. 그래서 새로운 공급자가 등장을 하고, 결국 일자리는 변하게 돼 있다. 일자리는 빼앗는 것은 고용주, 기업가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경쟁자다. 그래서 기업의 경쟁력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라는 점에서 노사의 협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는 독일은 노동 4.0 백서를 내면서 노동의 유연화, 노동시간과 노동장소의 노동자 선택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노동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기본적으로 산업, 노동 현장의 변화는 노사공동주의, 고용주와 노동자의 협상과 합의에 바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의 자기결정권을 늘리고, 직무교육을 통해 업무를 전환시키고, 독일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동시간 선택법, 노동시간 저축계정 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노동자, 임시 비정규직이라는 독립노동자의 증가에 대비하여 조합결성과 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실업보험이라는 사후적 대응이 아니라 고용보험으로 전환하여 평생 직업교육을 받고, 전직을 하고 창업을 지원한다는 방안도 있다. 새롭게 사회보장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제, 데이터 과세 등을 논의하고 있다. 결국 모든 국민들이 100 퍼센트 일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이상을 지켜야할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럼 한국형 노동 4.0은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가? 한국은 긴 노동시간, 비정규직 차별, 영세 자영업 과잉 등의 문제와 동시에 과보호되고 있는 대기업, 공공분야 노동 등 다양한 이슈가 있다. 우선 노동에 대한 보상과 보호에 있어서 차별이 없어져야 산업과 노동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독일이 노동 4.0을 추구하면서 가졌던 자세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사만이 아니라 소비자까지 포함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바꿀 것은 바꾸자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는 독일의 경쟁력과 동시에 일을 통한 복지다. 한국도 자동화, 지능화로 경쟁력을 높이고, 동시에 일을 통한 복지를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 노동시간의 유연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시간이 단축돼야 새로운 일자리, 산업의 등장이 촉진될 것이다.
 
2보 진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이 있다. 큰 진전을 위하여 노사간에 이해와 양보, 협력의 자세를 먼저 가져야 한다. 기업은 고용의 유지, 노동시간 단축, 직무교육으로 노동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동자도 자동화, 지능화를 노동의 고도화, 노동의 유연화, 노동의 질 향상으로 바꾸기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싸울 것은 싸워야 한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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