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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감독, 장애에 대한 폭력 없어지길
코미디 선택 vs 장애 희화화…“본질로 접근하면 공감할 유머”
“장애와 비장애 모두에 편견 없는 시선 좋았단 말 안심됐다”
2019-05-06 00:00:00 2019-05-06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는 사람들만 아는 사실이다. 육상효 감독은 영화 연출을 하기 전 한 신문사에서 기자였다. 본인에겐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먼 옛날 얘기가 됐다. 추억거리 정도로만 기억 주머니 한 쪽 구석에 남아 있었다. 사실 원래 하고 싶던 것은 영화였다. 짧은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고 영화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임권택 감독의 스태프로 일을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차곡차곡 배워나갔다. 단편 영화도 두 편을 연출했다. 미국 USC로 건너가 시나리오를 제대로 배웠다. 1990년대 걸출한 한국영화로 자리했던 장미빛 인생’ ‘금홍아 금홍아’ ‘축제의 시나리오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본격적인 연출은 차인표의 코미디 영화 아이언팜’. 인간미 넘치는 코미디 스토리에 주목했지만 흥행은 실패했다. 이른바 달마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 달마야, 서울가자도 그의 연출작이다. 역시 실패했다. 코미디와 인간미를 섞어 낸 육상효 감독 스타일이 완성되기 전이다. 그리고 몇 년 뒤 방가? 방가!’란 빼어난 수작이 탄생됐다. 앞선 두 작품의 시행착오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도 육상효 스타일이 두드러졌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앞선 두 편, 그리고 성공한 두 편을 넘어서 또 다른 육상효 스타일의 완성이다. 물론 언제나 사람에게 시선을 두고 있는 그의 고집은 변하지 않았다.
 
육상효 감독. 사진/NEW
 
육상효 감독과 나의 특별한 형제의 만남은 사실 6년 전에 시작됐다. 이 영화의 공동 제작사인 조이래빗대표가 영화 속 모델이 된 실존 인물 두 분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화화를 기획했다. 육 감독과의 이 영화가 만났을 당시에는 그저 시놉시스 몇 장 정도의 분량이었단다. 자신이 하고 싶던 사람 얘기란 점에서 끌렸고, 이제 그 몇 장의 텍스트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게 됐다.
 
당시에 영화사 대표에게 건내 받은 시놉시스 몇 장을 두고 한 7~8개월 고민한 것 같아요. 시놉시스의 스토리 톤은 지금의 코미디와는 달랐어요. 제가 연출 조건으로 밝힌 건 딱 한 가지였어요. 무조건 코미디로 가야 한다. 이게 저의 조건이었죠. 주인공 두 분이 장애인이에요. 이걸 무게감 있게 가려면 의미가 없다고 봤죠. 웃음이 없으면 무조건 신파로 갈 수 밖에 없는 얘기였어요. 코미디가 들어오면서 약자에 대한 얘기로 자연스럽게 풀어졌죠.”
 
육 감독의 의도는 연출자 본인의 생각이 명확하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언뜻 생각해 보면 상당히 위험해 보일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코미디 영화로 이끌어 갈 경우 주인공 두 사람이 장애인이기에 자칫 희화화될 가능성이 너무 컸다. 더군다나 주인공 두 사람 중 한 명이 발달 장애인이다. 발달 장애 특성은 코미디와 결합되면 희화화의 경계가 너무도 흐릿해질 수 밖에 없었다.
 
육상효 감독. 사진/NEW
 
당연하죠. 그걸 가장 경계했죠. 유머와 공감대의 배치를 그래서 면밀하게 계산을 해야 했어요. 고민을 많이 했고, 얻어낸 답은 본질로 접근할수록 유머가 생길 것이다란 점이었죠. 쉽게 말하면 이런 거죠. 영화에서 동구가 세하에게 라면을 먹여주는 장면이에요. 이건 실제 모델인 두 분의 경험담이에요. 그 장면에서 더 오버할 수도 있었지만 공감의 선에서 조정을 했어요. 좋은 유머는 자연스러운 접근이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신하균과 이광구의 연기 호흡이 잘 맞았기에 모든 게 살았다고 봅니다.”
 
나의 특별한 형제좋은 영화로 칭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흔하디 흔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체 장애와 발달 장애에는 우선 선입견이 있다. 비장애인들에게 지체 장애는 도와줘야 할 사람, 발달 장애는 돌발 행동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사람 정도로 인식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저 조금 불편한 사람들일 뿐인데. 이런 시선을 영화는 주지 않는다. 당연하게 바라보고 당연하게 조금 다른 사람들이라고만 말한다.
 
일종의 시선 폭력이라고 할까요. 우선 발달 장애의 경우 가만히 있으면 전혀 장애가 있는지 몰라요. 그리고 발달 장애인 게 드러나면 당연히 거부감을 드러내죠. 영화에선 그런 시선을 많이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우선 영화에서 동구는 발달 장애로 5세 수준의 지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이나 지성 자체가 없는 게 아니거든요. 순수한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했죠. 반면 세하는 목 아래는 전혀 못 움직이지만 비장애인과 같은 사람으로 그려내려고 했어요.”
 
육상효 감독. 사진/NEW
 
이런 감독의 의도를 위해 두 사람을 연기한 배우 신하균과 이광수에게 주문한 특별한 것들이 많았다. 장애가 있지만 그저 조금 다른 사람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기존 영화에서 그려지던 장애의 특성을 많이 버렸다. 그런 점을 가져가면서 코미디의 감각을 살리자면 희화화의 우려로 넘어간다. 그건 이 영화가 그리고 또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아니다. 감독은 두 사람에게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점을 부탁했다.
 
발달 장애를 연기할 이광수에겐 이상한 행동을 하지 말자고 했죠. ‘증상이나 이상한 눈빛을 절대 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광수 본인도 맞장구를 쳤죠. 사실 이광수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가 추천을 했어요. 너무 눈빛이 좋더라고요. 동구의 순수한 느낌이 너무 잘 맞아 떨어졌어요. 반면 신하균에겐 사실 별다른 주문을 안했어요. 그게 주문이었어요(웃음). 그저 촬영 때 연기 혹은 대사의 톤을 3도 정도만 낮춰주세요정도로만 주문했어요. 감독들이 일하기 너무 편안 배우에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지점 중 하나가 배우 이솜의 역할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일종의 관찰자이다. 그는 우리 모두의 시선을 대신한다. 우리 모두의 시선이 그랬으면 하는 감독의 마음을 담고 있다. 세하 동구 두 사람 중 한 사람과 러브라인이 그려질 법도 하지만 그런 점도 배제됐다. 그는 묵묵히 두 사람의 삶을 곁에서 바라보며 함께 걷는 동반자 정도로만 그려진다.
 
육상효 감독. 사진/NEW
 
제가 바랐던 게 딱 그 지점이에요. 두 사람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필요했어요. 요즘 사람, 요즘의 시선, 요즘의 젊은 사람들의 시선이 필요했죠. 그 시선도 두 사람으로 인해 성장을 하고. 러브 라인으로 그려가면 쉬웠겠죠. 하지만 그러면 우리가 말하고 싶은 얘기와 맞지 않았어요. 전혀 다른 영화가 되잖아요. 배우 이솜이 맡은 미현은 그렇게 세하 동구에겐 아주 좋은 친구로만 남겨 두는 게 좋겠다 싶었죠.”
 
궁극적으로 나의 특별한 형제가 바라는 세상은 사실 딱 한 가지란 생각도 들었다. 연출자인 육상효 감독의 앞선 영화들을 보면 특별한 느낌의 악역들이 거의 없다. 악역이라고 하지만 악으로 위한 악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영화에선 악 자체가 없다. 이건 연출자인 육상효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란 느낌도 강하다.
 
육상효 감독. 사진/NEW
 
상황이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고 봐요. 전 모든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에선 모든 인물들이 좋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스토리를 만들어 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대립은 있어야 하죠. 그러면 선이 있고 악도 있어야 하고. 하지만 전 그 대립에서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타입이에요. 어느 누구도 그래서 나쁜 사람이라고 보여지는 건 아니라고 봐요. 시사회에서 세하의 실제 인물인 최승규씨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없어서 너무 좋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잘못 만들진 않았구나 싶었죠(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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