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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부터 록키드" 줄리아 마이클스, 순도 1000%의 내면 음악
어린 시절부터 메탈 들으면서 시 창작…"한국 관객 어메이징해요"
2019-05-29 14:02:53 2019-05-29 15:22:3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 26일 5시 무렵 서울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펑크족 느낌의 청재킷을 걸친 그가 흡사 얼터너티브 계열의 록 스타처럼 보였다. 
 
전자기타와 드럼, 베이스, 신스사이저를 대동한 무대는 스케일이 압도적이었다. 팝 요소가 짙었던 원곡이 머릿 속에서 하얗게 지워질 정도. 파괴적인 코드와 비트가 말랑하고 심플한 원곡의 후렴구를 격렬하게 진동시켰다. 장내가 록 스피릿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로 처음 내한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줄리안 마이클스(27). 이 에너지 넘치는 뮤지션을 무대 직후 아티스트 대기실에서 만났다. 록 성향이 짙은 공연 얘기로 말문을 여니, "얼터너티브 록 음악을 즐겨 들어왔기 때문에 (공연에도) 반영된 것 같다"며 해맑게 웃는다.
 
줄리아 마이클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Photograph by Miranda McDonald
 
"13살부터 록 음악을 좋아했어요. 데킬라, 토킹헤즈, 폴아웃보이, 패닉앳더디스코 , 여러 메탈 밴드까지. 생각해보면 10대 때 분노를 표출하고 싶은 그런 에너지가 좋았던 것 같아요. 가사 절반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랐지만, 하하. '오 예! 스매싱! 잇츠 굿!' 하며 그냥 따라 불렀죠."
 
록킹한 무대 편곡과 달리 퍼포먼스는 밝고 유쾌한 편. 이날도 긴 치마를 하늘거리며 거대한 무대를 방방 뛰어 다녔다. 에네제틱한 퍼포먼스는 주로 긴장을 덜기 위해서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뛰어다니면 긴장이 덜하거든요. 사실 한국 팬들이 절 모르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왠걸요? 오늘 공연 정말이지, 어메이징했어요!"
 
보통의 뮤지션들이 싱어로 데뷔를 한 후 작곡을 배우고 프로듀서로 나아간다. 마이클스는 정반대의 독특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기억 나지 않을 정도'의 어린 시절부터 시를 썼다. 'A, B, C, D' 알파벳을 써놓고 '에임(Aim)', '페임(Fame)' 하며 라임을 끼워 맞추는 식. "12살 때는 어머니가 피아노를 사주셔서 베이식 코드에 그런 글귀들을 입히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히트곡 중 그의 손을 거쳐간 곡들이 적지 않다. 브리티니 스피어스의 '슬럼버 파티(Slumber Party)', 앤 마리의 '2002', 저스틴 비버의 쏘리(Sorry)', 셀레나 고메즈의 '굿 포 유(Good For You)',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스무살 때 만난 미국 프로듀서 저스틴 트랜터(40)와 많은 도움을 주고 받았다.
 
"저스틴은 음악을 굉장히 수학적으로 접근해요. 저는 반대로 감성적인 편이고요. 둘이 곡을 쓰면 음악적으로 완벽한 한 사람으로 합쳐지는 느낌이에요."
 
줄리아 마이클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Photograph by Miranda McDonald
 
마이클스는 지난 2017년 돌연 싱어로의 길을 택했다. 데뷔 싱글 '이슈스(Issue)'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1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누군가에 편지를 쓰듯, 사랑에 관한 진솔한 내면 고백을 말랑한 사운드에 담았다. 지난해에는 이 곡으로 그래미 '올해의 송', '베스트 뉴 아티스트' 두 부문에 나란히 노미네이트됐다.
 
"물론 작곡가로의 삶만 계속 살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슈스'를 만든 순간 '이건 내가 꼭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던 것 같아요. 제 이야기, 제 진정성이 100% 담긴 노래였기 때문이에요."
 
올해 초부터 새롭게 발표 중인 곡들 역시 '머리나 심장'의 이야기다. 이성과 감성으로 느낀 것들을 고찰해 음표로 그려냈다. 진정성의 순도를 묻자 "1000% 내 얘기"라는 쿨한 답이 돌아왔다.
 
'서재페'로 첫 내한한 줄리아 마이클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Photograph by Miranda McDonald
 
올해 1월 발표된 EP '이너 모놀로그 파트 원(Inner Monologue Part 1)' 역시 내면 그 자체의 이야기다. 여름쯤 나올 파트 투와 연결되는 연작 앨범으로, 머릿속으로 말하거나 생각하는 것들을 담았다. "파트 원에서는 실연, 파트 투에서는 사랑을 담으려고 했어요. 근데 최근에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계획이 바뀌었어요. 두번째 앨범은 사랑과 애정, 이별에 관한 앨범이 될 것 같아요."
 
지난 4월에는 미국 밴드 레이니와 협업한 '오케이(Okay)'를 냈다. "폴(폴 제이슨 클라인)과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작업 전에 가슴 아픈 실연을 당했다고 털어 놓으니, 그거 노래로 만들어보자 해서 의기 투합했어요. 제 개인적인 감정이 잘 담긴 곡이예요."
  
최근에는 K팝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작업해보고 싶은 한국 뮤지션을 묻자 바로 "BTS!"라 외친다. "(K팝을) 깊숙하게 알진 못하지만 방탄소년단(BTS)는 워낙 유명하고 잘하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온다면 협업하고 싶어요. 블랙핑크 코첼라 무대는 직접 가서 보기도 했어요. 팬들의 환호, 노래와 춤을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 모두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스마일 티셔츠를 입은 그가 아이처럼 베시시 웃었다. 조만간 한국 땅을 다시 밟을 그가 그려졌다. "오늘 정말 좋은 에너지를 관객분과 나눈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뛰고 손뼉 쳐준 분들 모두 공연의 일부가 돼줘 고마워요. 한국에 꼭 다시 올게요!"
 
줄리아 마이클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Photograph by Miranda McDonald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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