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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사자’, 선택과 집중의 ‘서사 장단점’
‘다크 유니버스’ 세계관 설정 감독의 연출, 서사적 ‘필요’
강조된 ‘서사’, 오컬트 장르 특유 장점 사라진 ‘예측성 ↑’
2019-07-26 00:00:00 2019-07-26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언제나 창작자의 고민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첫 번째다. 그 선택은 소재다. ‘선과 악의 대결이다. 이 구도 자체의 스토리는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스며들어 있다. 명확성이다. 선악 대결의 명확한 구분을 위해서 명확하게 드러나야 할 딱 한 지점을 짚어야 한다. 국내에선 검은 사제들’ ‘사바하단 두 편으로 오컬트장르를 상업적으로 이끌어 낸 장재현 감독이 독보적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오컬트 장르가 그동안 국내 영화계에서 자리 잡지 못했던 것은 서사의 연계성이다. 할리우드에는 영화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오컬트 영화가 다수 존재한다. 반면 충무로에는 과거 조악한 수준의 심령 공포물은 존재했지만 오컬트 장르를 표방한 영화는 없다. 동서양 영화적 세계관에서 을 대하는 자세가 이런 구분을 만든다. 동양, 특히 국내 영화에선 인과 관계에 대한 서사를 중시한다. 악이 발생하고 그 악이 어떤 연유로 이런 상황을 일으킨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반면 서양 영화 속 악은 그저 절대 악일 뿐이다. ‘엑소시스트의 악을 떠 올리면 해답은 간단하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이 할리우드 오컬트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른 점을 들어 흥행에 성공한 점도 서사적 색채 보단 구마의식 자체를 통한 선악 대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오컬트를 통해 소비하고 싶은 지점은 명확하다.
 
 
김주환 감독의 사자는 오컬트 장르 색채를 끌어 왔지만 명확하게는 오컬트가 아니다. 히어로 장르에 더 가까운 판타지 액션이다. ‘구마 의식그리고 악의 숭배자등이 등장하며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만 이 같은 콘셉트 만으로 오컬트를 끌어 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아마도 이 영화의 호불호갈림길은 여기서부터 시작할 듯싶다.
 
김 감독은 사자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다크 유니버스 세계관 설정에 강한 애착을 드러낸 바 있다. ‘사자이후 악을 숭배하는 피의 수녀단’ ‘귀신을 부리는 승려들그리고 공통의 미션으로 하나의 거대한 악을 상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구상 중이라고 누차 언급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사자는 김 감독이 구상 중인 다크 유니버스비기닝즉 오프닝 스토리에 해당하는 셈이다.
 
영화 '사자'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오프닝 스토리를 구상해야 하니 선택과 집중에서 기존 공식과는 별개의 차별성이 드러나게 된다. 그동안 한국형 오컬트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던 서사적 전개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인공 용후(박서준)가 성흔을 갖게 된 사연, 안 신부(안성기)의 고뇌, 지신(우도환)의 악마 숭배 등이 너무도 친절하게 전개된다.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까지 용후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시점 그리고 그와 안 신부의 만남 과정,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몇 번의 구마 의식, 구마 의식 과정에서 용후가 자신의 능력을 각성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도 상세하게 진행된다.
 
반대로 악의 화신 지신은 러닝타임 절반 이상이 흐른 시점에서 등장한다. 악은 사실 그 자체로 영화적 매체 속에선 누구라도 매력을 느낄 만한 설정이다. 선과 정의를 담당하는 착한 인물들의 정형화된 모습은 예측이 가능하다. 용후가 성흔을 갖게 되고 후에 안 신부를 찾아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미장센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까마귀떼, 어둠, 성당, 십자가, 악의 형상 등은 용후와 안 신부의 다음 과정에 대한 길라잡이며 힌트다. 반면 악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지점에서 뒤통수를 쳐왔다. 교활하고 영악하다. 악은 유혹을 한다. 악은 잔인하다. 그래서 악은 사실상 대리만족이란 코드를 통해 관객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지만 반대급부로 악 자체가 잔인하고 더욱 더 악에 가까울수록 선의 인물들에게 응원을 보내게 된다. 이게 바로 선악 구도의 매력적인 설정이고 오컬트장르의 핵심인 셈이다. 예측 불가능한 악의 공격은 언제나 선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 곤란함에 관객들은 환호한다. 결과적으로 선이 승리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사자'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는 이 공식 자체를 거의 고스란히 따라간다. 하지만 한 가지를 놓쳤다. 예측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쥐고 끝까지 달려간다. ‘지신은 악 그 자체이지만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악의 교활함을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용후에게 지신의 흔적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악이 담고 있는 또 다른 힘의 포인트인 혼란과 혼돈은 이 영화에선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선도 마찬가지이지만 악도 당연히 그렇다. 두 가지 개념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실체다. ‘사자는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 ‘무엇 때문에?’란 단 두 가지의 질문이 오컬트 장르 속 악의 개념적 역할이라면 사자는 이 두 가지를 버리고 출발한다. 서사적 친절함이 무기라면 사자는 오히려 선을 넘어 버렸다. 관객들에게 즐길 수 있는 포인트를 애초부터 줄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사자'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결과적으로 이유는 명확해진다. 서사를 선택하고 서사에 집중을 했다. 하지만 종교(가톨릭)와 악마의 대결 구도를 끌어 들인 점에서 오컬트색채는 필연적으로 덧입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팽팽한 무게 추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점도 더해진다. 끊어질 듯 당겨진 선과 악을 잇는 기다린 한 줄이 존재해야 했다. 그 줄이 바로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의 긴장도다. ‘사자는 한쪽으로 너무 기울어져 있다. 그래서 그 선 자체가 너무 느슨하다. ‘사자이후 세계관을 위해 연출자 스스로가 너무 멀리 내다 본 미래지향적 결과물이 돼 버렸다.
 
영화 '사자'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덧붙여서 강조된 서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사실 이런 흐름의 전개라면 두 시간 분량의 영화 매체가 아닌 시간 단위로 쪼개진 형태의 TV드라마 형태는 어땠을까. 개봉은 오는 31.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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