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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열의 음악앨범’ 김고은, 그가 사랑을 하는 방법
“정지우 감독 ‘읽어 볼래’라고 준 시나리오, ‘네가 하면 어때’ 제의”
“지금의 제 얼굴 잘 담을 수 있으시단 말에 확신 갖고 작업했죠”
2019-08-27 00:00:00 2019-08-27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2년 영화 한 편이 충무로를 발칵 뒤집어 놨었다. 정지우 감독이 연출했다. 국민 시인으로 불리는 70대 노인과 10대 소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였다.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은교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김고은이 10대 소녀를 연기했다. 파격적인 노출 연기가 이슈였지만 당연히 그의 당찬 모습이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렇게 등장한 그는 7년의 시간 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필모그래피를 더해 왔다.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그리며 지나온 시간은 김고은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원점이다. 자신의 데뷔작 은교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신작 유열의 음악앨범이다. 멜로 드라마다. 하지만 제법 복잡하고 다층적인 스토리이다. 상처 입은 두 남녀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그린다. 김고은은 7년 만에 선뜻 정 감독의 손을 잡았다. 그 이유를 들어봤다.
 
배우 김고은.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언론 시사회 며칠 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고은과 만났다. 그는 드라마 도깨비이후 자존감이 떨어져 꽤 고생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떨어진 자존감은 영화 변산을 통해 많이 회복했었다고. ‘변산을 통해 인정하고 받아 들이게 된 모든 것에 감사하는 법을 알게 됐단다. 그리고 만난 영화가 바로 이번 유열의 음악앨범이었다. 이런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 일까. 영화 속 미수는 영락 없이 김고은이었다.
 
아마 그래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웃음). 사실 처음에는 그런 것 때문에 출연을 결정을 했던 건 아니에요. 감독님이 시나리오 하나 보낼게 봐봐라고 하셔서 모니터링 개념인가하고 저도 진짜 꼼꼼히 읽었어요. 그리고 며칠 뒤 커피 한 잔 하자라고 하셔서 만났죠. 그 자리에서 전 좋았던 점’ ‘나빴던 점을 일일이 설명했죠. 그랬더니 감독님이 네가 하면 어떨 거 같아라고 대뜸 말하셔서 좀 놀랐죠. 감독님이 지금의 김고은을 잘 담아낼 자신이 있다라고 하셔서 고민 없이 선택했죠.”
 
분명 달라진 점, 미묘한 차이는 있다. 그럼에도 김고은은 그저 김고은일 뿐이다. 그런데 김고은을 발탁한 정지우 감독의 눈에 비친 지금의 김고은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김고은도 그 점에 대해선 자신도 궁금하다며 웃었다. 그저 평소 친하게 지내고 작품에 대한 조언과 상의를 하며 가깝게 지낸 정 감독의 생각을 미뤄 추측해 전했다.
 
배우 김고은. 사진/CGV아트하우스
 
그러고 보니 저도 궁금해요 하하하. 가끔 감독님이 말씀하시기는 해요. 제 얼굴이 은교때와 많이 달라졌다고. 저야 모르죠(웃음) 그렇게 달라졌나 싶기도 하고. 거울 봐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 그저 막연하게 좀 성숙해진 느낌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의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얼굴이 나오기는 하겠죠. 저도 경험이란 걸 하니깐. 아마 지금의 제 얼굴 그대로를 담고 싶단 말씀이겠죠.”
 
인터뷰 초반 정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나빴던 부분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궁금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이해가 안됐던 부분도 꽤 있었단다. 물론 시나리오는 김고은이 받았던 내용과 극장에서 상영되는 내용은 좀 달라졌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이라면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의 마지막 관계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었다.
 
미수와 현우의 그 장면도 전 이해가 좀 안됐고, 두 사람이 그렇게 반복적으로 떨어져 지내왔는데도 어떤 장치도 없이 감정이 지속된단 것도 좀 이해하기 힘들었죠. 제가 이해가 안된 부분은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많이 풀었어요. 제 생각에는 미수가 자존감이 정말 많이 떨어져 있잖아요. 그리고 슬퍼지고 외롭고 공허한 순간마다 현우가 그 자리를 채워주고. 그 반복이 영화에서 등장한 감정이 아닐까. 떠올려보면 충분히 납득이 되더라고요.”
 
배우 김고은. 사진/CGV아트하우스
 
앞서 드라마 도깨비출연 당시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기였다고 전한 바 있다. 그리고 이준익감독의 영화 변산으로 그 떨어진 자존삼을 회복했던 김고은이다. 무너졌던 자존감을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유열의 음악앨범속 미수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듯싶었다. 곰곰이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원래 자존감도 높고 멘탈도 강하다고 자부했어요. 어떤 일을 겪어도 스스로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다독이며 이겨왔는데 그게 도깨비끝나고 확 왔어요. 쉽게 말하면 전 자기 학대 스타일이에요. 너무 나 자신을 몰아 부치며 일해 왔던 것 같아요. 좀 놔버리는 것도 있어야 하는데. ‘변산때 진짜 많이 회복을 했어요. 진짜 힐링이었어요. 그때 살찐 모습만 봐도 아실 수 있잖아요(웃음) 그런 경험이 진짜 도움이 됐죠.”
 
본인이 이해를 했지만 어려운 디렉션으로 유명한 정지우 감독과의 작업은 쉽진 않았을 것이다. 데뷔작인 은교를 통해 경험했고 그 이후에도 인연의 끈을 이어왔다. 하지만 현장에서와 현장 밖에서의 만남은 분명히 틀리다. 김고은은 한 번 경험을 해서 그래도 빨리 캐치를 했었다고 웃는다. 반면 그의 상대역인 정해인은 꽤 고생을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배우 김고은. 사진/CGV아트하우스
 
아시겠지만 감독님이 명확한 디렉션을 주시지 않아요. 하하하. 뭐랄까. ‘거기선 좀 다른 감정으로 한 번 해볼까’ ‘사이다 같은 느낌은 어때?’ 이런 식이세요(웃음). ‘은교때도 그러셨어요. 처음 감독님과 작업하면 진짜로 뭔 소리지?’ 할 정도에요. 그런데 감독님의 디렉션을 접근해 보면 어떤 테두리를 쳐주시는 거에요. 그 테두리 안에서 배우가 마음껏 놀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 이번이 두 번째이다 보니 전 좀 빨리 알아듣게는 됐죠. 하하하.”
 
상대역인 정해인과는 이번 영화에서 정말 그림 같은 모습을 많이 연출했다. 선남선녀이기에 그럴 수도 있고, 정지우 감독의 연출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김고은과 정해인이란 두 배우라면 무엇을 주문해도 아름답고 멋진 영상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여겨졌다. 김고은 역시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두 사람은 베드신까지 찍으며 이 영화의 달달함을 전했다.
 
하하하, 그 베드신은 보셔서 아시잖아요(웃음). 야릇한 느낌이 아니라 거의 키스신 같은 베드신이니. 롱테이크로 15분 가량 찍었는데 고생했죠. 근데 현장은 진짜 웃겼어요. 좁은 공간에서 다들 힘든 자세로 찍는데(웃음). 감독님의 소리가 나면 다들 와르르 무너지면서 웃음을 터트려서. 그 장면은 감독님이 아무 주문도 없으셨어요. 그냥 저와 해인씨가 준비가 되면 들어가자 였으니. 너무 배려를 해주신 거죠.”
 
배우 김고은. 사진/CGV아트하우스
 
데뷔작부터 이번 영화까지 꽤 여러 편의 영화를 경험했다. 데뷔 이후 7년의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아이러니하고 놀랍게도 김고은은 영화로 재미를 본 적이 별로 없었다. 크게 흥행을 한 작품이 없었다. 직전 작품까지는 흥행에 별로 관여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배우가 어찌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 만큼은 다르단다. 단맛을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크게 손해를 끼친 작품은 없어요. 그런데 진짜 이번에는 꼭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예전까지는 선배님들과 작업을 해오다 보니 제가 느낄 무게감이 거의 없었죠. 크게 와닿지도 않았고. 그런데 이제는 선배님들이 느꼈던 책임감과 자리가 점차 저한테 오고 그걸 오롯이 느끼게 되고 있으니 꼭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해요. 너무 많은 분들이 모여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극장에서 너무 빨리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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