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무비게이션)‘나쁜 녀석들: 더 무비’, 기획의 중요성 증명하다
드라마→영화, 포맷 차이 이해 못한 제작사의 안일한 기획
황당한 설정+인물까지, 성공한 원 소스 잘못된 활용 ‘예시’
2019-09-05 00:00:00 2019-09-0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건 확실하다. 기획의 참패다. 케이블채널 OCN 최고의 히트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겼다.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는 명확하다. 우선 드라마는 시즌1에 이어 시즌2 그리고 시즌3의 가능성까지 남겼다. 세계관 확장에 대한 포인트까지 명확하게 드러냈다. 국내 드라마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서사 구조의 연계성이 담보돼야 한다. 반대로 영화는 서사의 압축성이 드러난다. 제한된 러닝타임 때문이다. 두 가지 포맷의 완벽한 차이는 스토리를 기획하고 풀어내고 구조화시키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부제의 더 무비가 무색할 정도로 이 단계를 생략한 채 접근한다. 이건 기획 단계에서 분명히 논외로 붙여진 조건이 것이다. 영화 버전으로 전환시킨다면 원작의 해체와 재설정이 반드시 필요한 지점이다. 포맷에 맞추려면 덜어내고 더해야 하는 과정은 필수다. 영화 버전에서 고민을 했던 지점은 딱 하나다. 캐릭터의 차별성뿐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오구탁(김상중) 박웅철(마동석) 정태수(조동혁) 이정문(박해진) 유미영(강예원). 이들 가운데 정태수와 이정문이 하차했다. 정태수 유미영은 카메오로 출연한다. 이들 자리에는 곽노순(김아중), 고유성(장기용)이 대신한다.
 
 
 
영화는 드라마와 기본 스토리 포맷이 동일하다. 서사 측면에서도 드라마와 연계성일 갖고 있다. 드라마를 경험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불편하고 불친절한 대접이다. 죄수 호송 차량이 전복 사고를 일으킨다. 누군가의 의도된 사고다. 호송 차량을 호위하던 유미영은 습격을 받고 사경을 헤매게 된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특수범죄수사과를 다시 소집한다. 오구탁 반장을 필두로 박웅철 그리고 새롭게 합류하게 된 전직 형사 고유성 그리고 사기 전과범 곽노순.
 
이들은 탈주범들을 검거하란 지시를 받는다. 하지만 탈주범 검거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큰 그림과 맞닿게 된다. 일본에 뿌리를 둔 거대 폭력 조직이 대한민국에 진출했고, 그들이 대한민국을 발판 삼아 중국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마약 판로 시장 개척을 한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오구탁과 그의 미친개들이 출격한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전개 방식은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똑같다. 악을 설정하고 악을 악으로 처단한단 기본 명제에 충실하게 접근한다. 하지만 묽어졌다. 드라마와의 연계성을 이유로 박웅철은 이미 많은 지점에서 손을 씻고 스스로 속죄를 하는 방식으로 특수범죄수사과에 협조를 하고 있다. 고유성은 과잉 진압에 대한 살인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오구탁의 전직 동료였던 아버지와의 인연이 거론되면서 나쁜 녀석들보단 착한 녀석들에 가까운 정체성을 드러낸다. 곽노순은 화려한 사기 전과로 경찰들의 골머리를 썩게 한 인물이다. 화려한 외모도 한몫 한다. 하지만 사기술의 뽐낼 기회가 없다. 나쁜 녀석들의 일원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몸 액션에만 집중한다. 이 모든 게 볼거리를 위한 감독의 선택이다. 하지만 반대로 고민 없는 연출의 방식이고 새로움을 망각한 제작사의 나쁜 기획이다. ‘나쁜 녀석들드라마에 열광했던 시청자들의 욕구는 딱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캐릭터 잔치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범죄자들의 특성을 나열하고 줄을 세운 설정은 기존 드라마 시장에선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새로움이었다. 두 번째는 캐릭터들의 사연이다. 각각의 캐릭터 사연은 나쁜 녀석들드라마 버전의 풍성함을 더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인물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그 사연은 스토리로 진화했다. 진화된 스토리는 다시 인물들을 주목하게 만들며 나쁜 녀석들이란 제목의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시켰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버전은 반대다. 사연을 축소시켰다. 우선 드라마를 경험했단 전제에서 출발한다.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인물간의 연계성이 헐거워졌다. 오구탁과 박웅철의 관계에 얽힌 전사가 생략됐고, 오구탁과 고유성의 관계 역시 디테일을 버렸다. 영화적 선택이라고 넘어갈 수 있다. 생략된 만큼의 공간은 분명히 채워져야 한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압축성이 드러나야 한다. 드라마의 서사 형식을 압축해 그 공간을 채워야 하지만 영화는 그것마저도 생략한다. 그 공간은 액션의 익숙함으로만 채워 넣었다.
 
영화 버전의 가장 큰 패착은 기괴한 설정이다. 최근의 한일 관계를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영화가 기획될 당시는 지금의 한일 관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더 큰 문제다. 대한민국을 발판으로 중국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일본 조폭의 대사는 임진왜란 시절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최근 상업 영화가 터부시하는 깡패 소재,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구태한 소재인 악의 단순성을 민족적 감정으로 연결 시켜 버렸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이해하기 힘든 점은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을 등장시켜 스토리의 하이라이트를 해결한단 방식이다. 이름처럼 도깨비스러운 캐릭터의 등장은 실소조차 나오기 힘든 구조의 흐름으로 끌고 간다.
 
전반적으로 관람의 타격감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평이한 수준이다. 하지만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드라마의 영화 전환 케이스의 가장 좋지 않은 결과물로 기억될 수 밖에 없는 점은 딱 한 가지다. 기획의 참패. 성공한 원 소스를 재설정하는 과정은 충분한 고민을 거듭하는 기획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금의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안일함을 넘어선 아마추어적인 발상의 도식적 결과물일 뿐이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올해 극한직업’ ‘엑시트단 두 편으로 25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 들인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을 맡았다. 영화 늑대소년’ ‘추격자그리고 200억이 투입되는 SF대작 승리호를 제작하는 영화사 비단길이 제작을 담당했다. 이 두 회사의 조합이 이 결과물을 만들었단 점이 사실 가장 놀라울 뿐이다. 개봉은 오는 11.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