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수확철 10월에도 결실 없는 한국정치
입력 : 2019-10-22 06:00:00 수정 : 2019-10-22 06:00:00
가을, 그 중에서도 10월(October·옥토버)은 천고마비의 계절·달로 꼽힌다. 부드러운 햇살과 바람, 드높고 파란 하늘, 울긋불긋한 산들, 풍성한 오곡백과를 보고 있노라면 태평성대가 따로 없다. 옥토버는 라틴어 옥토(octo)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의미는 본래 숫자 8이다. 로마 달력은 3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10월은 여덟 번째 달이었다. 이 여덟 번째 달은 수확의 계절로 세계 여기저기서 추수감사제를 지낸다.
 
스웨덴의 스톡홀름도 마찬가지다. 이 중에서도 스웨덴 한림원은 12월에 시상할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느라 분주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4일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을 발표했다. 한국 언론은 미국의 세 학자가 공동으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는 외신을 전했다. 다만 엄밀히 말하면 그 중 한 사람은 프랑스인이자 미국인이다. 46세의 젊은 여성 경제학자 에스테르 뒤플로(Esther Duflo)는 파리에서 태어나 그랑제꼴인 ENS(l'Ecole Normale Superieure·국립사범대)에서 역사학과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에스테르 뒤플로의 지도교수였던 다니엘 코엥(Daniel Cohen)은 "이 상은 에스테르를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대단히 자랑스럽다. 에스테르는 ENS가 경제학·사회학 쪽의 학생들을 보다 더 많이 유치하고자 사회과학부를 창설했을 때 들어 온 초창기 학생이었다. 그녀는 처음에 역사를 공부했지만 경제로 바꿨다. 그녀가 결실을 맺게 돼 한 없이 기쁘다"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인간의 후생복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연구로 멋진 노벨상을 받았다"며 축하했다.
 
뒤플로는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 학교의 교수가 됐다. 2012년에는 미국 국적을 취득했으며 이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2010년 존 베이츠 클라크(John Bates Clark) 메달을 받은 그녀는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2009년 수상)에 이어 여성으로선 두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됐다. 뒤플로는 프랑스 경제학자로는 1983년 제라르 드브뢰(Gerard Debreu), 1988년 모리스 알레(Maurice Allais), 2014년 장 티롤(Jean Tirole)에 이어 네 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여성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예는 극히 드물다. 특히 "여성경제학자는 많지 않다"라고 뒤플로는 말한다. 그녀는 "경제학자들 세계에서 여성에 대한 분위기는 공격적이다. 여성 부족은 경제계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라며 자신이 하나의 모델이 되길 희망했다.
 
뒤플로는 인터뷰에서 "나는 8살, 9살 때 퀴리부인의 전기를 읽었다. 노벨상을 받게 돼 라듐 1그램을 샀다"라고 밝히며 사람들이 빈곤에 대해 느끼는 편견을 언급했다. 그녀는 연구를 통해 이 편견에 저항하고자 했다. "가난한 나라를 돕는 것은 계속해서 원조하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맞다, 우리나라에서 가난한 사람을 도울 필요가 있듯 가난한 나라를 도울 필요가 있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도울 것이냐다. 많은 구상들이 회자되고 있다. 예를 들면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도록 무료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효과가 없다. 무료로 책을 나눠 줘야 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효과가 없다. 반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후견인이나 조력자를 제공하는 것은 효과가 크다." 그는 이 같은 답을 연구를 통해 도출했다.
 
뒤플로는 공동수상자인 남편 아비지트 바네르지(Abhijit Banerjee)와 <빈곤과의 투쟁>을 합리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열정을 나눴다. 그들은 각 국 정부들과 협력해 빈곤을 퇴치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찾고 가장 좋은 실행수단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들은 가난한 나라뿐만 아니라 부자 나라도 동참해 줄 것을 원한다. 뒤플로는 "선진 공업국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안락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연구에 따르면 그들도 가난한 나라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근심과 불만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격동은 최빈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라고 강조한다.
 
바네르지는 "사람들에게 치명상을 준 세계화의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화로 야기된 고통에 대한 정치적 해답은 때때로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틀리기까지 한다"고도 평가했다.
 
뒤플로와 바네르지가 염려하고 있는 세상의 격동, 국민들의 불안은 한국에도 가득하다. 그러나 정치권은 각성하고 있는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지만 광화문에는 여전히 보수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나와 정부퇴진을 외치고 여의도에는 진보들이 나와 검찰개혁을 외치며 소중한 10월 주말을 다시금 보냈다. 진정 이 집회는 필요한 것이었는가. 여러 차례의 집회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이제는 정부와 검찰이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는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경제와 민생이 아니던가. 장외투쟁으로 선전선동만 일삼지 말고 경제성장, 나아가 경제불평등 해소를 위해 정치권은 여의도 정치를 활성화해야 한다. 헛된 지지율 싸움을 멈추고 경제와 민생을 위해 일하라. 그렇지 않다면 수확의 계절인 10월임에도 무얼 수확할 수 있겠는가. 아직도 10월이 열흘 이상 남았으니 각자 본연의 일로 돌아가 열심히 밭을 매라. 땀 흘리지 않은 자가 수확할 일은 만무하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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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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