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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블랙머니’ 이하늬 “‘정의’, 이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간”
정지영 감독 신작 출연 이유 딱 하나…“감독님 한 마디 때문”
“영화 속 불법 위해 또 다른 불법…‘옳고 그름’ 각자 판단해야”
2019-11-12 00:00:00 2019-11-1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다양한 수식어를 들이 댈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는 미스코리아. 대한민국 역대 미스코리아 가운데 몇 손가락에 꼽히는 미모가 압권인 배우 이하늬다. 물론 이제는 그에게 미스코리아란 타이틀은 이미 지워진 지 오래다. 두 번째는 배우 윤계상의 그녀. 공개 연애 중인 연예계 대표 잉꼬 커플이다. 하지만 그를 두고 윤계상의 그녀라고 표현하는 간 큰 영화계 관계자는 없다. 그저 윤계상과 연애 중인 배우 이하늬일 뿐이다. 세 번째는 코미디의 여왕이다. 올해 1월 개봉한 극한직업 1600만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 중심에 이하늬가 있었다. 이 배우가 이렇게 웃길 줄 알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이하늬는 네 번째로 존재감이다. 어떤 이슈에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이유를 들어서 등장하고 거론된다고 해도 이하늬는 완벽한 답을 제시한다. 이건 어떤 장르의 어떤 내용에서든 마찬가지다. 이제 이하늬는 충무로의 또 다른 대체 불가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그 점을 거장 정지영 감독은 바라본 것 같다. 대한민국을 좀 먹고 있는 한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블랙머니의 중심으로 이하늬를 택했으니. 이하늬를 통해 들어본 블랙머니.
 
배우 이하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하늬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 영화는 이른바 론스타 먹튀 사건으로 불리는 외환은행 매각 논란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그 동안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논란의 사건에 대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 이면을 파헤쳐온 충무로 거장 정지영 감독의 작품이기에 까마득한 후배로서 존경심과 함께 작품에 대한 누가 되지 않을까 발언에 신중을 기하고 또 기했다.
 
감독님을 존경하는 후배 배우로서 너무 영광이죠.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나 뵙고 인사를 드렸어요. 더군다나 감독님의 작품에 조진웅 선배가 출연한단 말을 듣고 더 호기심이 생겼죠. 그러던 와중에 감독님이 절 한 번 보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 와서 망설임 없이 바로 만나 뵈었죠. 워낙 거장이시기에 좀 무서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너무 열려 계셔서 놀랄 정도였어요. 에너지도 넘치시고(웃음). 저 연세에 저렇게 에너지가 넘치시는 게 대단해 보였죠. 고민? 전혀 안했어요.”
 
그는 이 영화의 정치적 성향과 의미, 그리고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에 대한 과거와 현재 보수 성향 정치인들의 시선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한편으론 그런 점이 궁금하기도 했단다. 도대체 이 노장 감독님은 왜 그렇게 남들이 다루지 않고, 또 다루기를 꺼려하는 민감한 얘기에만 카메라 포커스를 들이 대는지가 궁금했다고. 정 감독의 한 마디가 이하늬를 결정적으로 움직이게 했단다.
 
배우 이하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감독님, 왜 이렇게 민감하고 정치와 연관된 얘기를 하려고 하세요. 실제로 이렇게 여쭤봤어요. 그런데 정말 제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하시더라고요. ‘이 영화를 안 만들면 잠이 안 올 것 같다라고. 이 보다 더 강력한 진심이 있을까 싶었죠. 이 정도의 거장이자 노장 감독님이 이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시는 데 제가 거절할 이유가 조금도 없었어요.”
 
그 정도로 논란이 되고 민감한 얘기를 영화로 이끌어 내기에 출연을 결정한 주연 배우로서의 부담감은 없었을까. 70대가 훌쩍 넘은 거장 감독의 출연 제안을 거절하는 것과 흔쾌히 수락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었다. 출연을 결정했지만 자칫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어서 고민이 됐을 법도 했다. 이하늬는 신중했지만 단 1초도 망설임 없이 답했다.
 
실화였지만 영화로 재해석된 부분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오히려 얘기가 너무 재미있었죠. 그리고 가장 고민을 줄여 준 부분은 제가 연기한 김나리가 실존 인물이 아니었기에 더 맘 편했죠. 사실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깨달았어요.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이렇게 크고 엄청난 사건인데 이걸 몰랐단 게 창피했죠. 감독님과 제작사에 정말 감사했어요. 이런 묵직한 메시지에 함께 했단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죠.”
 
배우 이하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작품 내적으론 주제와 메시지 그리고 모티브가 된 실화의 힘이 너무 강력해 망설임이 없었는지 궁금했고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었다.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 적으론 원론적이지만 연기하기가 만만치 않은 지점이 많았을 듯싶었다. 국제 통상전문가,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하는 영어가 경제 관련 용어들이 대부분이다. 전문가이기에 입에 딱 붙는 느낌이 강해야 했다.
 
어우(웃음), 그건 진짜 어렵더라고요. 영어도 힘들었는데 경제 용어는 진짜 딴 나라 얘기였죠(웃음). 김나리가 유학파고 경제 용어를 일상 용어처럼 사용하는 사람이고, 미국에서 엘리트들과 함께 생활할 정도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발휘해야 하니 그걸 입에 딱 붙어 있는 느낌으로 전해야 했어요. 이게 잘 안 살면 캐릭터가 무너지고 작품 전체가 무너지겠다 싶었죠. 진짜 툭 치면 영어로 된 경제용어가 탁 튀어나올 정도로 줄줄 외웠어요. 하하하.”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론스타 먹튀 사건은 워낙 유명한 사건이지만 사실 주변에선 잘 모르는 사건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에겐 IMF와 같이 피부로 체감하는 지점이 크지가 않다. 그래서 이 영화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진단 지적도 있다. 더욱이 이 영화가 바라보는 시선은 최근 전직 한 고위 정부 관료의 편법 논란으로 국민이 두동강이 난 상황에서, 주인공 김나리와 양민혁 검사(조진웅)의 정의를 위한 불법 행태가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담았다.
 
배우 이하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 지점, 저도 분명히 알고 있죠. 사실 그래서 너무 슬픈 지점이기도 해요. 영화에서도 김나리가 양민혁 검사에게 이거 불법이잖아라고 지적도 하잖아요. 우리 사회가 그런 거 같아요. 정의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편법까지도 수용하고 있다고. 그런데 그걸 용납을 하느냐 못하느냐. 불법을 위해 정의를 드러내야 한다면 또 다른 불법과 편법은 용납이 되느냐. 이런 질문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심인 것 같기도 해요. 이건 출연 배우인 제가 아닌 이 영화를 보신 관객 분들 개개인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용납이 돼? 안돼?”
 
그는 이번 영화에서 함께 한 배우 중 두 명을 특별히 꼽았다. 이들의 연기에 감탄하고 또 속에서 알 수 없는 하는 감정이 치솟아 자기도 모르게 화를 표출한 적이 있다며 웃었다. 한 사람은 부장 검사로 출연한 배우 조한철이다. 또 다른 사람은 이번 영화의 핵심 인물인 전직 총리로 등장하는 이경영이다. 두 사람의 연기에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배우 이하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진짜 부장 검사, ~ 하하하. 아시죠(웃음).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서 하하하. 시사회에서 제가 조한철 배우 한 대 때렸다니까요. 하하하. 이경영 선배는 진짜 다음 작품, 아니면 언제라도 꼭 다시 한 번 작품에서 만나고 싶어요. 화려한 기법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심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 눈빛이 진짜 압권이에요. 저 나이에 아직도 저런 소년의 눈빛이 있단 게 너무 신기했어요. 진짜 경영 선배의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어요. 무조건 다음 작품에서 다시 만나 뵙고 싶어요. 무조건.”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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