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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해치지 않아’ 안재홍 “연기 안 하는 것 같은 연기 목표”
“황당한 설정 ‘이게 가능할까’…동물 슈트 보고 ‘가능할 것 같다’ 생각”
“재미있지만 묵직한 메시지 담긴 내용…코미디 속에 담긴 질문 보길”
2020-01-13 00:00:01 2020-01-13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 개그맨? 아니다. 배우? 맞다. 코믹 전문 배우? 웃음이 가득한 연기를 하는 배우이긴 하다. 하지만 이 배우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웃음 속에서 진한 페이소스를 언제나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배우의 최고 장점은 연기를 하지 않는 것 같은연기였다. 특별한 발성을 드러내고 전하지 않는다. 외모를 변화 시키고 캐릭터 안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배역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스스로를 지워가는 연기를 단 한 번도 해오지 않았다. 반대로 모든 배역에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항상 유지시키고 가져왔다. 그럼에도 그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이름이 아닌 배역으로만 기억되고 존재해 왔다. 아직도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방송돼 신드롬을 일으켰던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정봉이로 불린다. 배우 안재홍이란 이름은 아직도 조금은 낯설다. 그는 이름이 아닌 배역으로만 스스로를 기억시켜 왔다. 작품마다 그랬다. 그래서 영화 해치지 않아속 수습 변호사 태수가 또 기억에 남을 듯하다.
 
배우 안재홍.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안재홍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 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만나왔던 안재홍이 아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안재홍은 배우 안재홍인간 안재홍이 다르기로 유명하다. 전혀 나쁜 뜻이 아니다. 웃기고 덤벙거리고 조금은 모자란 듯한 캐릭터를 도 맡아 오던 안재홍이다. 하지만 인간 안재홍은 진지하고 속 깊은모습이다. 연기에 대해서 만큼은.
 
뭐 절 어떻게 봐주셔도 괜찮아요(웃음). 제가 배우가 된 이후로 제 연기의 모토가 연기를 하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것이었어요. 누가 봐도 연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제 외모가 배우로선 그렇게 적합하지는 않잖아요(웃음). 연기를 잘하시는 동료들도 너무나 많고. 전 연기도 그렇게 내세울 게 없는 것 같고. 보시는 관객 분들이 최대한 이야기에 빠져 들게 만드는 배우가 되자. 그게 목표였죠.”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해치지 않아는 너무도 황당한 얘기다.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이 간단하면서도 황당한 설정이 영화의 시작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의외로 가능할 것 같기도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안재홍이 연기한 태수도 영화에서 말한다.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냐라고. 이런 선입견은 안재홍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안재홍은 이 두 가지를 깨야 했다.
 
배우 안재홍.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저희 영화를 코미디로 보시는 데, 사실 전 이번 영화에서 웃기는 연기를 단 한 가지도 안 해요(웃음). 그리고 설정, 진짜 황당하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고 단 번에 빠져 버렸어요. 물론 의구심도 들었죠. ‘이게 될까?’라고. 첫 촬영이 들어갈 때까지 동물 슈트가 제작이 안됐었거든요. 그런데 촬영 초기에 제작된 동물 슈트가 현장에 도착하고, 고릴라 슈트를 보는 순간 이게 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하.”
 
그의 말처럼 이번 영화의 백미이자 핵심은 북극곰 고릴라 사자 나무늘보로 변장해야 될 동물 슈트다. ‘감쪽 같다라고 하기엔 2% 부족한 퀄리티다. 하지만 누가 봐도 가짜다라고 하기에는 2%를 넘어선 퀄리티였다. 이건 전적으로 연출을 맡은 손재곤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었다고. 코미디와 드라마가 뒤섞인 영화의 흐름을 위한 설정이었단다. 또한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이야기의 설정에 동의를 구할 지점이기도 했다고.
 
동물 슈트가 의외로 고가에요(웃음). 진짜 상상 이상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저도 가격을 듣고 진짜?’라고 놀랐으니. 기술적으로 훨씬 더 진짜 같은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영화 속에 나온 퀄리티로 제작이 된 게 더 사실적이라면코미디가 살아 나지 않았을 것이고, 더 퀄리티가 떨어지면 관객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질 것 같아서 지금의 수준으로 합의를 보신 것 같아요.”
 
배우 안재홍.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안재홍은 비롯해 박영규 강소라 김성오 전여빈 다섯 명의 배우는 시종일관 무겁고 답답하고 두터운 동물 슈트를 입고 연기를 해야 했다. 동물 탈은 상상 이상으로 무게가 엄청났다고. 옷은 또 어떠했나. 두 겹으로 이뤄진 동물 슈트다. 안쪽은 두꺼운 솜이불을 두른 듯하고, 곁은 오리털 파카를 덧입은 것 같았다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겨울 촬영이었기에 버틸 수 있었단다. 한 여름이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단다.
 
옷이 정말 엄청나게 두꺼워요. 한 겨울에도 한 두 시간 정도 촬영하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으니. 저희끼리 이거 여름에 촬영했으면 우리 죽었겠다란 말을 자주했으니 하하하. 특히 탈이 너무 무거워서 동작을 소화하기 힘들었어요. 액션 장면에선 무술팀 도움 받듯이 모션팀에도 도움을 받아서 연기를 했어요. 전 그나마 북극곰을 연기할 때 탈과 목 사이에 구멍이 있어서 그나마 수월했는데 고릴라를 연기한 성오형은 정말 말 그대로 암흑이었대요(웃음)”
 
영화에서 안재홍이 연기한 태수는 북극곰담당이다. 폐업 직전의 동물원이었고, 동물이 없다. 그래서 동물원 직원들이 직접 동물 탈을 쓰고 동물이 돼 방사장에 들어가 있었다. 그럼에도 관람객은 당연히 없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이 동물원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관람객들이 몰린다. 유명한 CF가 패러디 됐다. 북극곰 탈을 쓰고 있던 태수가 목이 말라 콜라를 마시는 장면이 한 관람객에게 들킨 것이다.
 
배우 안재홍.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웃음) 당연히 시나리오에 있던 장면이에요. 현장에 콜라가 몇 박스가 있었는데 콜라 마시는 장면은 정말 조심해서 찍었어요. 동물 슈트가 굉장히 비싸고 촬영 기간 동안 한 벌뿐이어서 털에 묻거나 하면 큰 일이었어요. 관리하시는 분이 따로 있었으니(웃음). 한 장면 찍고 나면 스태프들이 달려오셔서 털도 빚어주고 왁스까지 발라서 관리를 해주셨어요. 사실 제가 배우 생활 동안 언제 북극곰을 연기해 보겠어요. 박영규 선생님도 내가 이젠 동물까지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셨으니.”
 
동글동글하고 푸근한 느낌의 몸매를 지닌 안재홍이지만 이번 영화에선 꽤 슬림하고 샤프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체중을 상당히 많이 뺐다고 한다. 체중 감량에 안재홍은 부끄러운 듯 손사래와 함께 얼굴이 붉어졌다. 다른 배우들이 배역을 위해 눈에 띄게 체중을 감량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고 웃는다. 공교롭게도 이번 영화 때문은 아니었다고 한다. 물론 이번 배역을 위해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며 관리했다고.
 
이번 해치지 않아를 먼저 촬영했는데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나중에 찍었는데 공개는 반대로 됐네요. ‘해치지 않아태수란 인물이 좀 절박하고 예민한 상황이라 관객분들 눈에 그런 점이 띄었으면 좋겠단 생각에 다이어트를 좀 했죠. 영화 개봉에 맞추다 보니 본의 아니게 관리를 좀 해야해서 지금도 좀 많이 슬림한 편이에요(웃음).
 
배우 안재홍.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안재홍은 이번 영화를 통해 동물이 됐다. 영화 자체가 기본적으로 코미디의 DNA가 담겨 있지만 메시지와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의외로 묵직하다. 동물권에 대한 의견이 강하다. 갇힌 공간 속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는 동물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가 강하다. 갇힌 동물과 그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시선이 기묘한 대비를 이룬다. 안재홍의 생각이 궁금했다.
 
사실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점이었어요. 비록 세트지만 제가 동물 슈트를 입고 방사장에 들어가서 보조 출연하시는 200명의 시선을 받고 있으니 진짜 기분이 이상했죠. ‘이런 기분인가하고. 영화에서 유일하게 진짜 동물로 등장하는 북극곰 까만코에 대한 얘기가 그래서 에필로그에도 등장하잖아요. 진지하게 받아 들이셔도 좋아요. 가볍게 받아 들이셔도 좋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보고 즐길 수 있는 재미 속에서 질문을 던져주고 있어요. 그 두 가지를 보시면서 즐겨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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