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기소 분리' 갈등에 검사동일체 논란 재발
추 "수사관행 개선은 검찰개혁 밑거름" vs 윤 "수사 검사가 기소 결정해야"
입력 : 2020-02-17 17:15:19 수정 : 2020-02-17 17:15:19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국민 인권을 우선하고 잘못된 수사 관행을 고치는 게 검찰개혁의 밑거름"이라고 밝혔다. 최근 '검찰 내 수사·기소 판단 주체 분리'(분권형 형사사법 절차)에 관해 윤석열 검찰총장 등 검찰 내에서 반대 기류가 포착되자 개혁 의지를 피력하고 내부 단속에 나선 걸로 보인다. 반면 윤 총장 등 검찰의 입장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관한 법무부와의 신경전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추 장관은 이날 전북 전주지방검찰청 신청사 개관식에 참석, "검찰개혁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법률 개정 또는 조직 개편과 같은 거창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에 관한 우려 등 최근 논란에도 불구,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동시에 검찰 단속의 의미도 가진다. 추 장관이 지난 11일 간담회를 통해 개진한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 방침에 대해서는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통제하자는 쪽과 현행 검찰 체계와 실효성 측면에서 타당치 않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추미애(왼쪽 세번째) 법무부 장관이 17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 컷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13일 부산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소추(기소)에 복무하는 개념"이라며 "직접 심리한 판사가 판결을 선고하듯 수사한 검사가 기소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앞서 추 장관이 기자간담회 이튿날인 12일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를 논의하자면서 제안한 회동도 거부했다. 아울러 추 장관이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오는 21일 주최하는 전국 검사장 회의에도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의 방침에 대한 검찰의 반발 기류를 분석하려면 검사동일체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전국 검사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원칙으로, 2004년 1월까지 검찰청법 제7조에 명시됐다. 당시 조항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며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과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사동일체 원칙은 참여정부 때 검찰청법에서 삭제됐으나 상명하복과 조직논리를 중시하는 검찰 내부에선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윤석열 총장은 지난달 31일 검찰 중간 간부 전출식에서 "어느 위치, 임지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 운영되는 조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13일 오후 부산광역시 연제구 부산고등검찰청검·지방검찰청을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이런 검찰 내 분위기를 고려할 때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는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져야 하는 현행 검찰 체계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처럼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에 대해선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가 달라질 경우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생길 수 있고,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 수사와 기소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하지만 이는 정치검찰 논란을 비롯해 정경심 동양대 교수 건에서 보듯 '무리한 기소' 논란을 낳은 게 사실이다. 아울러 일각에선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우려와 달리 현행 형사소송법에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반드시 기소까지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한다. 형소법엔 246조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만 됐다. 즉 '반드시 해당 사건을 수사를 했던 검사만이 해당 사건의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는 셈이다.
 
전재경 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지금도 검찰 인사가 나면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가 바뀌기도 하고 기소를 앞두고 교체되기도 한다"면서 "일부 지검에선 업무 부담 때문에 예외적으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별도로 둔 적도 있는 등 절대 검찰 내 수사·기소를 분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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