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 절제되지 않은 자유
입력 : 2020-02-24 16:34:46 수정 : 2020-02-24 20:23:45
흔히 선진국을 매뉴얼 사회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전염병으로 위기상황인 데 일부 국민들은 전혀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채 집회를 했고 자가 격리를 해야 함에도 여기저기 활보하고 다녔다. 대구 신천지 교회 집회나 범정부투쟁본부의 광화문 집회를 보면서 민주주의가 과연 최상의 제도인가라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니까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막무가내식 매너. 주체할 수 없는 감정. 아산·진천에 격리된 우한 교민들이 치료를 받고 떠날 때도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잘 가라고 인사하는 묘한 풍경까지 연출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우리 문화를 다시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선진국을 자처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과도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공공질서를 존중하는 개념조차 없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규칙을 파괴하고 공공질서를 파괴한 대가는 무엇인가.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 환자가 많은 코로나 2등 국가, 코로나 공포 국가로 전락하지 않았나. 하루가 멀게 전파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제 확진자는 800명을 넘고 사망자도 8명에 달한다. 대구·경북을 넘어 부산·진주·대전·제주까지 대한민국 그 어디도 안전지대는 없다. 
 
정부의 안이한 사고도 문제였다. 코로나는 이제 곧 끝나간다던 정부의 발표는 너무 성급했다. 중국과의 외교를 무시할 수 없는 집권 여당의 고충은 충분히 알지만, 일부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고 중국인들의 입국을 거부했을 때 왜 우리는 좀 더 심사숙고하지 않았을까. 중국인 입국 금지를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봐야 한다. 중국인들의 입국 금지는 어찌 보면 우리의 이기심이 아니라 양국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한 방법일 수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이점을 냉철히 판단해 자국민들의 해외 출국을 스스로가 나서서 봉쇄할 때다. 
 
프랑스는 코로나19 대처를 우리와 확실히 다르게 하고 있다. 처음에 우한에서 교민들을 데려올 때도 잡음 하나 없이 007 작전으로 조용히 데려왔고 격리생활을 마치고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확진자 한 명이 입원한 상태지만 우리처럼 지역사회에 전파되지 않아 큰 공포는 야기되지 않는다. 올리비에 베랑(Olivier Véran) 보건부 장관은 지난 21일 프랑스에는 단 한 명의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입원 중인데 다음 주 퇴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랑 장관은 그렇지만 프랑스에 전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은 아직도 있으니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프랑스 정부는 세 번째 전세기를 우한으로 보내 28명의 프랑스 교민과 36명의 유럽인을 샤를 드골 공항으로 데려왔다. 이 중 프랑스 교민들은 북서부 칼바도스(Calvados) 브랑빌(Branville) 마을의 노르망디 가든(Normandy Garden) 캠프장에 14일간 머문다. 이곳은 큰 차단기들로 차량의 통행을 막고 있다. 단지 자동차나 트럭을 탄 노르망디 가든의 직원들과 연변에 사는 주민들, 의료진들만이 사선을 통과할 수 있다. 20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의 거리에는 주민은 없고 기자들만 보인다. 그리고 이 마을의 수장은 그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는다. 국내 기자들과 외신기자들이 쇄도했지만 시청 앞에는 손글씨의 공고문만 붙어있다. “그 어떤 기자도 응대하지 않습니다.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칼바도스 도청에 문의하세요.” 
 
2월의 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집을 떠나 노르망디 가든에 머물고 있는 몇몇 가족은 이날 아침 짐을 챙겨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두 명의 자녀를 데리고 온 한 부부는 먹을 것을 사서 자동차에 싣고 재빨리 파리로 출발했다. “토요일까지 머물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매우 걱정된다. 우리 부부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 불안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을 떨 게 할 수는 없다”라고 오드리(Audrey)는 설명했다. 이 동네 주민인 72세의 릴리안(Liliane) 할머니는 “여기는 바캉스객들이 오는 곳이어서 수용장소로는 그리 좋지 않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어찌하겠는가. 그들도 프랑스 사람들인데 연대(Solidarité)해야 하지 않겠는가. 프랑스의 보건체계를 신뢰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프랑스 국민들은 코로나 사태에 부응해 매뉴얼을 잘 지켜나가고 있다. 제아무리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라 하드래도 국가 비상사태 앞에서 자유 타령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국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자기의 작은 희생도 감수할 줄 아는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이 엄중한 비상시국에 수백 명의 사람을 광화문에 다닥다닥 모아 “여기 오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주장하는 어느 목사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코로나19로 공포에 빠져 이성을 잃고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 중국을 욕하는 사람, 신천지 교회를 욕하는 사람 등 별의별 사람들로 어수선한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코로나19를 이기려면 남 탓을 하기 이전 자기는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이기려면 무엇보다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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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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