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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세레니티’ 현실과 가상 사이, 평온한 일상의 파문
평온했던 일상 무너트린 비바람…관객마저도 혼란스럽게 만든다
2020-03-26 06:00:00 2020-03-26 06: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는 건 작은 조약돌 하나면 충분하다. 평온한 일상의 변화도, 무언가를 결심하게 되는 것도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작은 계기가 출발점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작은 계기, 변화의 출발점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세레니티의 주인공인 베이커 딜(매튜 맥커너히 분) 역시 타인이 던진 돌로 인해 평온했던 일상에 변화를 맞이한다. 딜은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폴리머스 섬에서 살고 있다. 딜은 매일 같은 알람 소리에 동일한 시간에 잠에서 깬다. 그리고는 자신의 차를 타고 늘 같은 이야기를 하는 라디오를 들으며 항구로 향한다. 배를 사면서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그지만 오로지 참치 낚시만을 할 뿐이다. 그의 삶의 목표는 자신이정의라 이름 붙인 참치를 잡는 것뿐이다.
 
 
세레니티. 사진/날개
 
딜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전설의 참치 정의로만 가득 차 있다. 그렇기에 낚시꾼을 태워 바다로 나가 낚시 포인트를 알려주다 가도정의가 미끼를 무는 순간 돌변해 자신이 낚시를 한다. 그렇게정의에 미쳐 있는 그지만 번번이 낚시에 실패한다. 그렇기에 평온한 섬에서 딜은 누구도 잡지 못한 전설의 참치 낚시에 집착하는 괴짜로 통한다. 딜의 항해사 듀크(디몬 하운스 분)는 그런 딜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을 한다.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에도 딜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한다. 딜은 당장 배에 넣을 기름조차 살 돈이 없음에도 때로는 콘스탄스(다이안 레인 분)의 고양이를 찾아주고 그에게 돈을 빌리기도 한다. 오전 7시에 울리는 알람, 매일 화창한 섬, 교차로의 신호 등 모든 것이 특별한 변화가 없다. 폴리머스 섬에서 딜의 삶은 그가 소유한 배의 이름세레니티처럼 평온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 속에서 카렌(앤 해서웨이 분)이라는 돌이 던져진다. 자신의 전 부인인 카렌은 딜을 찾아와 1000만 달러라는 걸고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더구나 카렌의 남편 프랭크(제이슨 클락 분)가 섬에 오면서 딜의 평범했던 일상, 그리고 평온했던 섬 사라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세레니티. 사진/날개
 
영화는세레니티라는 단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세레니티의 사전적 의미는 하늘, 기후 등의 고요, 청명함을 뜻하거나 생활의 평온, 평정, 침착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의 변화 지점은 카렌의 등장이 아니다. 카렌의 등장에도 딜은 여전히정의를 잡을 생각만 한다. 그리고 카렌의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그런 딜을 변화 시키는 지점이 생긴다. 바로비바람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폴리머스 섬은 늘 청명한 날씨다. 허나, 유일하게 딱 한 번 폴리머스 섬에 비바람이 친다.
 
단 한 번의 비바람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변화 이후 분위기가 급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평온하게 영화를 보고 있던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비바람과 함께 매번 딜을 만나려고 하지만 어긋나는 레이드 밀러(제레미 스트롱 분)가 찾아와 딜의 평온했던 일상을 일그러트린다. 밀러가 던진 말은 딜의 세계 자체를 흔들어 놓는다. 밀러와의 만남 이후 딜뿐만 아니라 관객마저도 딜의 세계인 폴리머스 섬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된다. 분위기가 급변한 영화는 서서히 폴리머스 섬과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실체를 드러낸다.
 
세레니티. 사진/날개
 
우린 현실을 살고 있지만 가끔 이것이 실존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삶이 누구에 의해 탄생하고 설계된 것인지 의문을 가지기도 하고 자신의 성취와 정의 사이에서 고뇌하기도 한다. 영화는 이러한 질문을 딜과 그의 아들을 통해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
 
하지만 감독이라는 낚시꾼이 관객이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떡밥을 던지긴 했지만 낚시 포인트에 제대로 던지지 못한 격이다. 영화 후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 딜이라는 존재 자체의 실체, 그리고 딜의 아들과의 관계, 그리고 폴리머스 섬의 존재 이유가 갑작스럽게 밝혀진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후반 부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한 채 영화에 끌려가게 된다.
 
영화인터스텔라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매튜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배우 매튜 맥커너히는 참치를 잡으려는 고집스런 모습부터 혼란에 빠진 딜의 모습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앤 해서웨이는 노출을 불사하는 파격 연기를 펼쳤다.
 
‘세레니티’는 영화 초반 잔잔하고 지루한 느낌을 주지만 영화 후반 스릴이 넘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만 친절하지 못한 전개가 쉽게 스토리를 이해시키지 못해 배우들의 열연으로도 영화 후반의 헐거운 구성을 채워 넣지 못했다. 조금 더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다면 영화 후반 등장하는 반전이 나름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세레니티. 사진/날개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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