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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여름 대작 3파전, 가뜩이나 힘든 영화계 약 될까 독 될까
2020-06-29 15:49:09 2020-06-29 15:49:0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매년 여름 극장가는 대작들의 전쟁터였다. 한국영화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대전이 뜨겁게 격전을 치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 속에서 올 여름 개봉 예정이던 ‘뮬란’과 ‘테넷’ 두 편의 개봉이 연기가 됐다. 한국영화도 ‘영웅’ ‘승리호’가 가을 이후로 자리를 옮기면서 올 여름 국내 극장가는 한국영화 3파전으로 정리가 됐다. 국내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아직도 존재하는 분위기 속에서 관객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없는 미비한 숫자의 여름 대작 개봉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영화계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뉴스토마토 DB
 
강동원 vs 황정민 vs 정우성
 
세 사람 모두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 카드다. 누구 하나 단점을 찾을 수 없다. 반대로 누구 하나 상대와의 싸움에서 뚜렷한 장점을 내세울 수도 없다. 그만큼 용호상박이다.
 
강동원은 2018년 ‘인랑’이 처참한 실패 이후 국내 영화 복귀에 절치부심했다. 그가 선택한 ‘반도’는 기획 단계부터 1000만 흥행을 예감케 한 텐트폴 영화다. 1000만 흥행작 ‘부산행’의 세계관을 이어 받은 ‘반도’는 국내 상업 영화 최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세기말)가 배경이다. 강동원은 ‘부산행’ 당시 가까스로 탈출한 전직 군인이다.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땅으로 돌아와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다. 연상호 감독이 만들어 낸 ‘좀비 세계관’ 그리고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한 설정, 여기에 국내 상업 영화로선 전례가 없던 4DX상영에 최적화된 구성은 ‘코로나19’로 극장가 발길을 끊은 관객들을 유혹하기에 더 없는 잔치다. 이 정도면 2년 전 ‘인랑 트라우마’를 지워 내기에 충분한 강동원 효과다.
 
‘누적 관객 수 1억명’ 타이틀을 보유한 황정민은 ‘신세계’에서 호흡한 이정재와 함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여름 시장 출사포를 던진다. 7년 만에 이정재와 한 작품에서 호흡하는 그는 쫓고 쫓기는 치열한 남자들의 격전을 그릴 전망이다. 암살자로부터 살해당한 형제의 복수를 위해 나선 한 남자의 추격전이 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국내 상업 영화에선 전례가 없던 거칠고 격렬한 맨몸 액션이 볼거리로 등장할 것이란 후문이 영화계에 퍼지고 있다. 무엇보다 믿고 보는 배우의 대명사인 황정민과 그의 흥행 파트너 이정재 그리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히든 카드로 등장하게 될 박정민, 3인방이 만들어 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주얼과 파격적 스토리가 압권이란 평도 쏟아지고 있다.
 
정우성은 3년 만에 북에서 남으로 자리를 바꿨다. 북한 특수요원에서 이번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그는 2017년 북한 쿠데타로 한반도가 핵전행 위기에 놓인 상황을 그린 ‘강철비’에 이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컴백한다. 젊고 냉철한 이성을 지닌 대한민국 대통령 역할을 맡은 그는 전작 ‘강철비’에서 대한민국 외교안보수석을 연기한 곽도원이 북한 군부 쿠데타를 주도한 호위총국장을 맡으면서 다시 한 번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용 역시 파격적이다. 남북한 정상과 함께 미국 대통령까지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을 그리게 된다.
 
세 편의 영화 모두 주연 배우들 스스로의 필모그래피 최고의 역작으로 손색이 없는 격렬함과 파격 그리고 재미를 담은 블록버스터다.
 
충무로 vs 할리우드 구도 ‘무산’…오히려 악재될까
 
이들 세 편 외에 200억이 투입된 한국영화 ‘영웅’과 ‘승리호’ 두 편은 일찌감치 올 하반기 이후로 자리를 옮겼다. 앞선 세 편 외에 할리우드 영화는 디즈니 라이브액션 ‘뮬란’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화제작 ‘테넷’이 여름 개봉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편 모두 여름 개봉이 무산됐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개봉 연기가 불가피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영화 대작 3편만 올 여름 개봉한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눠 본다면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이전이었다면 ‘한국영화 다중경쟁’ 그리고 ‘충무로 vs 할리우드’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관객들이 즐길 거리가 더욱 많아져 극장 측으로선 ‘모객 마케팅’이 더욱 원활하고 용이했다. 하지만 한국영화 대작 3편만의 개봉은 관객 집중 현상을 더욱 짙게 만들 요소가 많다.
 
최근 개봉해 ‘코로나19’ 분위기를 깨고 흥행 질주 중인 ‘#살아있다’가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전체 극장 관객 수의 70% 이상이 이 영화 한 편에만 몰리는 관객 집중 현상이 너무 짙다. 주말 박스오피스 2위 영화가 일일 관객 동원 2~3만 수준이다. 반면 이 영화 한편에만 20만 이상이 몰리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관객이 극장으로 오려면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상점에 좋은 상품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이것저것 사고 또 후광효과란 것도 누릴 수 있다. 관객들에게 선택권이 많은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코로나19’ 이후 관객이 늘어난 상황은 고무적이다”면서 “하지만 한 편에만 집중되는 상황은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 좋지 못한 분위기다. 대작들에게만 관객이 몰리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마저도 선택의 폭을 좁혀 관객이 집중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작은 영화는 더욱 힘들어 지고 큰 영화는 더욱 힘을 받는 구조가 되지 않겠나”라고 아쉬워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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