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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어디서 터질지 ‘예측불가능’
‘시실리 2km’ 신정원 감독 ‘복귀’, 미스터리 존재+황당스릴+코미디
‘상황+상황’이 만들어 낸 ‘아이러니’…예측 불가능 웃음 ‘키포인트’
2020-09-23 00:00:01 2020-09-23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엽기’ ‘호러그리고 여기에 코미디황당결정적으로 ‘B급 감성이 물씬 풍긴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뒤섞어 낼 수 있는 충무로 연출자는 이견 없이 신정원 감독뿐이다. 2004년 데뷔작시실리 2km’, 2009차우’, 2012점쟁이들’. 선보이는 영화마다 앞선 5가지 요소가 기기묘묘하게 뒤섞여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한국형 장르 영화를 만들어 온 바 있다. ‘신정원이란 이름 석자는 사실상 충무로에서 새로움을 찾는 모든 제작자와 배우 그리고 관객들에게 다분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강력한 소비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란 좀비 장르를 연상케 하는 긴 제목의 이번 영화는 그래서 신 감독의 장기를 십분 느껴볼 수 있는 결과물로 기대를 모은다. 반면 전작 점쟁이들이후 무려 8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내놓은 신작이란 점은 아무리 자기 색깔이 뚜렷하고 확고한 신정원이라도 2020년 대중들의 트렌드와 콘텐츠 소비 욕구를 어떻게 접점으로 끌어 갈지에 물음표를 남겼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장대한 아리아 네순 도르마가 울려 퍼지면서 시작하는 첫 장면은 이 영화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주에서부터 지구로 날아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 서울 시내 한 복판 청계천(일 듯한 곳)에 곤두박질치며 무언가 떨어진다. 그 안에서 불쑥 튀어나온 의문의 생명체. 두 발로 걸어 나오는 그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 등등. 이 장면 만으로도 신정원식 황당신정원식 코미디를 물씬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죽지 않은 인간들의 밤' 스틸. 사진/TCO(주)더콘텐츠온 , (주)브라더픽쳐스
 
본격적인 얘기 시작은 소희(이정현)와 남편 만길(김성오)로부터 시작이다. 두 사람 신혼 집에서도 울려 퍼지는 네순 도르마’. ‘공주는 잠 못 이루고란 뜻의 이 곡은 은연 중으로 소희의 불안한 상황을 설명하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깨가 쏟아지는 신혼. 만길과의 신혼생활에 만족하던 소희는 우연히 남편 핸드폰에 담긴 외도 흔적을 보게 된다. 소희는 남편의 외도 흔적을 잡기 위해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양동근)에게 도움을 청한다. 소희와 닥터 장이 만길의 외도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소희의 고교 절친 세라(서영희), 그리고 소희-세라와는 앙숙 관계였던 양선(이미도)까지 뒤엉키게 된다. 뒤엉킨 상황 속에서 만길의 충격적 정체까지 드러난다. 절대 죽지 않는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이란다. 그리고 언브레이커블만길을 쫓는 또 다른 정부 비밀 조직. 만길과 그의 동료들. 얘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고 모든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종잡을 수 없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 '죽지 않은 인간들의 밤' 스틸. 사진/TCO(주)더콘텐츠온 , (주)브라더픽쳐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앞선 설명과 같이 상황에 상황이 더해지는 아이러니 연속에서 발생되는 모순이 만들어 낸 엉뚱한 웃음이 키 포인트다. 더 없이 평화롭고 더 없이 달콤했던 분위기가 남편 외도(모순)로 순식간에 뒤바뀐다. 로맨틱한 코믹 멜로에서 순식간에 코미디 치정극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하지만 도저히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이 두 개의 얘기 사이에 기묘한 미스터리가 존재했다. 남편 만길의 설명 불가능한 능력. 고량주 40병을 거뜬하게 해치우고, 21시간 연속 여자들을 만나며 남성미를 풍기는 행각. 주유소에서 경유를 들이켜고, 아내 소희와의 사이에서 드러내는 지칠 줄 모르는 스태미나 등등. 이미 만길의 정체를 알고 들어간 관객이지만 그가 만들어 내는 괴상망측한 상황은 궁금증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수 많은 떡밥이다.
 
영화 '죽지 않은 인간들의 밤' 스틸. 사진/TCO(주)더콘텐츠온 , (주)브라더픽쳐스
 
하지만 진짜 상황은 이후부터다.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뒤섞일 것 같지 않은 앙숙 3인방(소희 세라 양선) 활약상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끌어 온다. 소희 집에서 벌어지는 세 사람의 엎치락뒤치락은 도대체 이 영화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의심케 한다. 하지만 신정원 감독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이후 벌어질 또 다른 연속적 상황이 궁금해 질 따름이다.
 
만길과 소희 그리고 세라와 양선이 주고 받는 코믹한 상황과 대사 향연은 신정원 감독 색깔이라기 보단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쓴 장항준 감독 아우라다. ‘티키타카라 불릴 정도로 말 맛에 힘을 싣는 장 감독 스타일이 오롯이 드러난 유일한 지점이다.
 
영화 '죽지 않은 인간들의 밤' 스틸. 사진/TCO(주)더콘텐츠온 , (주)브라더픽쳐스
 
신정원 감독 장기인 앞선 5가지 요소 외에 이 영화가 담은 또 다른 장르적 특성인 SF는 만길 그리고 그의 동료 5인방, 여기에 정부 비밀 조직이 엮인 상황으로 표현된다. 큰 맥락으로 보면 만길을 중심으로 소희와 세라 양선 3인방 그리고 정부 조직이 양동 작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상황 자체가 앞과 뒤 그리고 왼쪽 오른쪽 사방 팔방으로 엮이다 보니 웃음과 스릴이 어디에서 터질지 예측이 불가능이다. 만길과 그의 동료들 외에도 지구에서 사는 또 다른 언브레이커블, 그리고 정부를 위해 일하는 또 다른 외계인 조직 등은 할리우드 영화 맨 인 블랙기본 틀을 가져 온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정원 감독 손에서 뭉쳐지고 반죽돼 다른 맛으로 탄생됐다.
 
영화 '죽지 않은 인간들의 밤' 스틸. 사진/TCO(주)더콘텐츠온 , (주)브라더픽쳐스
 
신정원 감독의 앞선 세 작품은 코미디가 기반이었다. 그의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상황이 앞선 상태에서 캐릭터의 받침이 든든하게 이뤄져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해 왔다. 이번 영화에선 언브레이커블을 연기한 김성오, 그리고 여고 3인방 가운데 이미도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을 능가하는 닥터 장역의 양동근이 신정원 코미디의 색다른 방점을 찍는다.
 
예측 불가능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다. 웃음과 스릴 역시 마찬가지다. ‘신정원이름 석자 외에는 이 영화 색깔을 규정하기 힘들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신정원 코미디를 접해보지 못한 관객의 낯선 감정일 것이다. 웃음도 준비를 하고 터트려야 제 맛이다. 하지만 신정원 감독 영화는 그걸 거부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게 신정원 감독 영화 그 자체다. 그리고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이다. 개봉은 오는 29.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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