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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코나 화재 조사의 사실과 진실
2021-03-08 06:00:00 2021-03-08 06:00:00
"코나EV 화재 중간조사 결과는 지금까지 확인된 팩트를 기반으로 나온 것이다." 
 
사실 앞에 겸손하라고 배운 나로서는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발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처럼 국토부는 산하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 지시만 내렸고 코나 화재 조사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는 '모든 책임은 KATRI에 있고, 국토부는 아무 잘못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그가 말한 팩트는 '믿고 싶은' 팩트지 진짜 팩트가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달 24일 코나 화재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배터리 셀 제조 불량에 따른 화재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충분한 과학적 설명은 내놓지 못했다. 근거는 KATRI가 제출한 5쪽짜리 보고서인데 내용을 뜯어보니 사실로 확인된 게 없다. 실제로 코나 화재조사 태스크포스(TF)가 음극탭이 접힌 불량셀로 진행한 재현 실험에서는 불이 나지 않았다. 즉, 아직까지 코나 화재의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팩트다. 전기차 화재 원인 규명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과 국가 미래 산업동력이 걸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쉬운 일이 아니라지만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문제다.  
 
또 알게 된 사실은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 간 갑을 관계다. 제작사에 납품하는 부품사는 을일 수밖에 없고 억울해도 참아야 한다. 문제 있는 부품을 공급받은 제작사도 화날 만하다. 그래서 현대차가 자발적 리콜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의미가 있다. 불량 셀을 수리해 주겠다는 게 아니라 아예 새것으로 교체해 준다는 것이다. LGES은 불량 배터리를 현대차에 공급했고 응당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리콜 비용 분담 비율을 놓고 양사가 7:3, 6:4를 다투고 있지만 결국 원만히 합의할 것이고 건설적 파트너십을 형성해 나갈 것이다. 
 
코나 화재 조사가 얼마나 충실히 진행되고 있는지 진실이 궁금하다. 진실은 오류 없는 사실이다. 공식 발표에 쓰인 잘못된 용어 사용 문제를 지적하자 용어로 꼬투리 잡지 말라 한다.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건 주장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는다. 어떤 전문가가 참여 중인지 물으니 아직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조사 중인 사안에 더 언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나 그럼 왜 중간에 확인되지 않은 걸 사실이라 밝혔는지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당장 국토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사흘 내내 회의 중이고 외근 중인 KATRI가 밝히든, 사실 확인했다고 주장하던 국토부가 밝히든 시원하게 설명 해줬으면 좋겠다.  
 
백주아 산업1부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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