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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 막혔다"…화주에 먼저 손내민 HMM
미주 노선에 임시편 추가 투입 검토
"선화주 상생 모델로 자리 잡아야"
2020-10-15 05:51:00 2020-10-15 05:51: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최근 미국향 수출 화물 증가로 이를 운반할 선박이 부족해지자 화물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에 놓였다. 이에 국적선사인 HMM(011200)이 선박을 투입해 화주들의 긴급 화물 운송에 나섰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이 국내 수출업체(화주)를 위해 임시편 컨테이너선 투입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선박 투입 검토는 수출업체의 긴급 요청에 의한 것이다. 앞서 선사들은 상반기 물동량 감소를 고려해 선복 조절을 잇따라 실시했다. 이에 운임 하락을 방지하는 데 성공하며 수익성 개선도 이뤄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화물이 크게 증가해 선복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코로나19로 바닷길이 막히면서 해외로 보내야 하는 화물들이 몰린 데다 미국 경제가 제조업 및 서비스업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선박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HMM의 컨테이너선이 항만에서 하역작업 중이다. 사진/HMM
 
그러자 선사들은 빠르게 선박을 풀었다. 프랑스 해운 조사 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 5월 컨테이너 계선율(운항하지 않고 육지에 정박 중인 선박)은 11.6%(272만TEU)로 연간 최고치를 찍은 후 8월 말 3.4%(79만9643TEU)까지 떨어졌다. 이는 선박 100척 중 3.4척만이 쉬고 있다는 뜻이다. 전달(120만TEU)과 비교하면 한달새 40만TEU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복 부족 현상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HMM이 지난 8월 국내 선사 중 처음으로 북미 서안 항로에 임시편 컨테이너선 한척을 투입했다. 당시 투입된 선박은 46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급으로 중국 등 타지역을 거치지 않고 부산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직행했다.
 
HMM은 8월에 이어 9월에도 같은 구간에 선박을 투입했다. 당시 배재훈 HMM 대표이사는 "국내 선화주 상생협력과 대승적 차원에서 긴급 투입하게 됐다"며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위해 국내 대표 국적선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HMM은 여기서 그치지고 않고 수출업체를 위해 추가로 선박 투입을 검토 하고 있다. HMM이 또 한번 임시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앞서 두차례와 마찬가지로 북미 서안 노선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번 HMM의 화물 수출 지원은 선화주의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제껏 선사와 화주 사이는 '갑을' 관계가 명확했다. 화주는 운송물량을 보유했기 때문에 강력한 운임협상력을 가진다. 특히 해운업은 지난 몇년간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선사간 치킨게임으로 운임은 줄곧 바닥을 쳤다. 
 
특히 옆나라인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적선사의 자국화물 적취율도 해운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해수부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국적선사 적취율은 2016년 45.2%, 2017년 43.7%, 2018년 45.4%, 2019년 47%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일본은 매년 6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HMM이 먼저 손을 내민 만큼 앞으로도 상생 관계를 지속적으로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선화주간 상생하는 모양새가 잘 갖춰져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국내 선사의 안정적인 운영과 화주의 수출입 경로 확보를 위해서라도 선화주간 상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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