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예전에는 복날이면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했는데,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에요. 손님은 여전히 많지만 예전 같은 '복날 특수'는 사라졌죠."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삼계탕 전문점 메뉴판. (사진=차철우 기자)
초복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1시30분께 찾은 서울 광화문 일대 삼계탕집. 점심 피크는 지났지만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계산을 마치고 하나둘 가게를 나섰고, 직원들은 빈 그릇을 치우며 한숨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일부 식당에는 빈 테이블이 눈에 띄었지만 상인들은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거의 찼다"며 "복날을 앞두고 평소보다 손님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복날 특수'는 남았지만…줄어든 웃음
겉으로 보기에는 복날 대목을 앞둔 식당가 모습이었지만, 사장님들의 고민은 '손님 수'보다 '원가'였습니다. 닭고기와 인삼, 찹쌀 등 핵심 식재료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매출이 늘어도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은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삼계탕집 모습. (사진=차철우 기자)
광화문에서 27년째 삼계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복날 문화 자체가 예전과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10~15년 전만 해도 복날이면 삼계탕을 꼭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평소에는 안 먹던 사람도 복날에는 줄을 서서 먹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그런 문화가 많이 희미해졌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복날 특수는 여전히 있지만 규모는 예전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6월과 비교하면 7월 매출이 150%정도 늘어났는데 지금은 50% 정도 증가하는 수준"이라며 "손님은 오지만 예전처럼 복날 하나만으로 매출이 크게 뛰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매출도 예전보다 줄었지만 이익은 더 많이 줄었다"며 "닭 가격뿐 아니라 인삼, 채소 등 안 오른 재료가 없어서 결국 남는 돈이 적다"고 토로했습니다.
가장 큰 부담은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닭고깃값 급등입니다. A씨는 "여름만 되면 닭 가격이 50~60%씩 오르는 일이 매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며 "올해도 6월보다 50% 넘게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겨울철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이라는 설명도 이해는 하지만 거의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된다"며 "생산업체들도 성수기를 예상해 준비할 텐데 여름마다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소매업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가격을 쉽게 올릴수도 없습니다. A씨는 "생산업체는 가격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지만 식당은 한 번 가격을 올리면 다시 내리기 어렵다"며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마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원가 부담에 브레이크타임도 반납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실제 가격 지표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다르면 지난 5월 서울 지역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8154원으로 지난해보다 2.89% 올랐습니다.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24.54% 상승했습니다.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삼계탕 전문점의 삼계탕. (사진=차철우 기자)
원재료 가격 상승도 강세입니다. 닭고기는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지난 6월 소매가격이 1㎏당 6579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1% 상승했습니다. 육계 평균 소비자가도 1㎏당 6200원으로 평년보다 5.3% 높았습니다. 찹쌀 가격은 1㎏당 4668원으로 평년 대비 6.3% 올랐고, 인삼 가격도 1년 새 24.7% 상승했습니다.
광화문의 또 다른 삼계탕 전문점은 복날 예약을 받지 않았습니다. 운영자 B씨는 "오늘도 예약 문의 전화가 계속 왔지만 받지 않았다"며 "예약을 받으면 자리를 비워둬야 해 오히려 운영이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7월에는 영업시간을 늘렸습니다. 평소 운영하던 오후 브레이크타임을 없애고 쉬지 않고 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B씨는 "브레이크타임을 두기보다 들어오는 손님을 계속 받는 게 더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어제부터 손님이 확실히 늘었고 초복에는 하루 500명 정도가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평소 하루 매출은 400만원 정도지만 복날에는 1000만원 안팎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B씨는 "매출이 늘어도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를 빼면 실제 남는 돈은 많지 않다"며 "장사를 해보니 매출보다 비용이 얼마나 많이 나가는지를 더 절실히 느끼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가격 인상도 고민입니다. B씨는 "삼계탕 한 그릇이 이미 2만원이 넘는 만큼 소비자 부담도 적지 않다"며 "좋은 재료를 쓰려고 노력하지만 원가 부담이 계속 커지면서 본사에서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인들은 복날이면 손님이 몰리는 풍경은 여전하지만 예전처럼 '복날 특수'만으로 웃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식당 문은 계속 열렸지만 주방 안 사장들의 더 큰 고민은 손님보다 치솟는 식재료 가격이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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