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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1위한 '밀양 박씨'…앤더슨 팩 가정사 조명
2021-04-27 12:42:57 2021-04-27 12:42:5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래미 수성에 빌보드 1위. '밀양박씨' 최고의 아웃풋."
 
한국계 미국 래퍼 겸 싱어송라이터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결성한 프로젝트 듀오 '실크 소닉(Silk Sonic)'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르자 한국 음악 팬들 사이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지난달 이들은 실크 소닉을 결성하고 첫 싱글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을 냈다. 1970년대 감성을 재현한 알앤비·솔 장르로, 아날로그 향수 가득하다. 하강하는 기타의 글리산도 주법과 피아노의 감미로운 코드 진행, 적당한 그루브를 전개하는 베이스, 드럼, 콩가드럼의 조합. 여기에 첼로·바이올린 풍성한 현악과 꿀을 바른 듯한 마스와 팩의 보이스가 겹쳐진다. '장미 꽃잎이 달린 욕조로 로맨틱한 밤을 보내러 오라'는 가사는 유혹적이다.
 
'핫00' 차트에 4위로 진입한 곡은 점차 순위를 높여가더니, 17일자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 두 뮤지션은 올해 3월 그래미어워즈에서도 이 곡으로 합동 무대를 꾸몄다. 당시 팩은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적 메시지를 담은 '록다운'으로 '베스트 멜로딕 랩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수상이다.
 
팩은 201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브리지 러브조이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얼터너티브 힙합 그룹 'SA-RA' 멤버 샤피그 후세인을 만나면서 본격 랩퍼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에는 힙합계 대부 닥터 드레의 '컴튼(Compton)' 중 6곡에 참여했다. 
 
팩이 한국 음악 팬들 사이 '밀양박씨'라 불리는 건 가정사 때문이다. 6·25 때 한국인 여성과 미군 사이 태어난 그의 모친은 혼혈 고아였다. 고아원에 버려져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당시 행정상의 실수로 어머니 성은 ‘박(Park)’이 아니라 ‘팩(Paak)’으로 잘못 기재됐다.
 
모친은 아프리카계 미국 남성과 결혼해 팩과 여동생을 낳았다. 가정 폭력이 심했던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어머니 밑에서 홀로 자랐다. 오랜 세월 잘못 표기된‘팩(Paak)’을 자신의 성으로 삼고 살았다.
 
25%의 한국피가 흐르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대를 이어가고 있다. 음악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한국인 유학생 제이린(한국명 혜연)과 결혼했다. 2015년에는 한국 R&B 뮤지션 딘의 '풋 마이 핸즈 온 유' 피쳐링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샷 오브 더 참이슬', '자기야 이리 와 빨리 와 가자' 같은 한국어 랩을 선보였다. 소셜미디어에는 "김치찌개를 좋아해"라는 가사의 R&B 송을 게재하기도 했다. "밀양박씨 피는 못 속이지"라는 유쾌한 댓글 놀이가 한창이다.
 
아들 솔(Soul)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으로도 알려졌다. 아들 솔이 방탄소년단의 '마이크드롭(Mic Drop)' 안무를 따라하는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게재한 바 있다. 최근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솔에게 언젠가 한국말로 랩을 할 수도 있으니, 한국말을 잘 배워두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해당 인터뷰에서는 방탄소년단과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과 뷔 역시 지난달 미국 라디오와 화상 인터뷰에서 요즘 즐겨 듣는 곡으로 실크 소닉의 '리브 더 도어 오픈'을 꼽았다. 제이홉은 앤더슨 팩이 드럼 연주를 한 장면을 흉내내기도 했다. 실제 협업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실크 소닉에서 드럼과 보컬을 맡은 앤더슨 팩. 사진/워너뮤직 유튜브 채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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