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국민들은 지금 경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입력 : 2021-07-26 06:00:00 수정 : 2021-07-26 06:00:00
수사가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수사 얘기다. 경찰이 김씨를 116억대 사기 혐의로 구속한 건 지난 3월25일,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한 때는 한달 뒤쯤인 4월20일이다. 
 
'간 큰 잡범'의 사기 범죄쯤으로 묻힐 뻔 했던 이 사건은 지난 5월 초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정식 입건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첩보를 처음 입수한 때는 올해 2월 초다. 내사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 후 석달 가까이 흘렀다.
 
'선물'을 받은 사람으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이름이 언론에 처음 알려진 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현직 검사와 전현직 언론인, 경찰 간부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누가 과메기와 대게를 언제 얼마나 받았다'느니, '받은 독도 알새우를 누구랑 나누어 먹었다'느니 하는 기사로 포털과 방송, 신문이 도배됐다. 이 와중에 '포르쉐'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박영수 특별검사는 스스로 물러났다. 특검팀도 사실상 와해됐다. 4년 7개월만에 '국민특검'이 그렇게 끝난 것이다.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사기 사건이 아닌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수사가 두달째인데 아직 언저리만 맴돌고 있다. '법리검토'와 '유권해석'을 이유로 수사의 키를 이리저리로 돌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는 사이 경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피의사실들이 시나브로 새고, '가짜 수산업자'는 기고만장이다. 자신이 만나고 돌아다녔던 유력인사들에게 구명을 요구하는 옥중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구치소장에게 말해서 독방으로 옮겨달라. 영치금을 넣어달라'고 청탁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116억대 사기사건' 재판만 봐도 기가 차다. 사기혐의는 인정한다고 하면서 피해액에 대한 부분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검찰이 채택한 증인들은 아예 버티면서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김씨가 '화수분' 삼은 피해자들 투자금이 자그마치 116억원이다. 그가 '허세 작렬용'으로 구입한 '외제 슈퍼카'나 '포항 고가 아파트' 비용은 빙산의 일각이다. 김씨의 사기 행각 시점과 유력인사들을 만나며 활개를 친 시점이 일치한다. 동시에 김씨는 언론사 임원, 전국 규모의 생활체육단체 회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이 사실들을 곱씹어보면, 김씨가 이 돈을 이용해 '인맥 쌓기용 실탄' 마련에만 썼다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 사건과 '116억대 사기 사건'은 짝을 이루고 있다. 김씨가 사기로 벌어들인 자금이 대선을 앞둔 정치권으로 흘러들었다는 소문이 그래서 나돈다. 
 
사기범죄수익 116억원은 어디로 갔을까. 경찰은 "검찰로 송치했기 때문에 수사권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기소돼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별도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양측 말 모두 맞다. 이것이 올해부터 시작된 검·경수사권 조정의 모습이다. 
 
'116억대 사기 사건'과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 모두 경찰이 인지했다. 그렇다면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이 전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1차적 책임은 경찰에게 있다. 
 
그러나 경찰은 '나머지 빙산'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어 보인다. 수사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맡고 있는 것부터 이상하다. 사건을 처음 인지한 곳이기 때문이라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보면 끝내 이번 사건을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선에서 끝내려는 것 아닌가 싶다. 과거 검찰이 '검사 스폰서 사건' 등 비슷한 부패범죄 수사를 특임검사팀을 구성해 전면 대응한 것과 비교된다. 
 
언론이 보도한 내용 중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빠지거나 앞뒤가 바뀐 부분들이 보인다. '116억대 사기' 피해자들 중에는 본인 스스로가 유력인사로서 김씨가 더 많은 유력인사들을 만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 이를 통로로 김씨가 만난 정치권 거물의 친인척도 있다. 박 특검 의혹의 경우 그가 건넸다는 '포르쉐 렌트비용' 250만원을 석달 늦게 김씨에게 전달한 변호사가 있다. 모두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 줄 핵심 인물들이지만 이들에 대한 조사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수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별건수사·강압수사 등도 문제다. 이번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수사나 이후 공소유지가 상당부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사건 전체의 진실 규명과 직결된 문제다.
 
경찰로서는 이번 사건 수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리저리 재고 좌고우면하는 사이 사건은 저절로 은폐되고 또 다른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가 또아리를 트게 된다. 과거 검찰도 똑같은 짓을 했다가 수사권을 상당부분 박탈당했다. 국민들은 지금 경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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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오직 진실이 이끄는대로…"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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