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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의 거리’ 한선화 “이젠 ‘한선화의 거리’ 걸어야죠”
태어난 ‘부산’ 배경·배역 이름 ‘선화’…“내용과 재미 마음까지 설래”
“가수 시절과 다른 점, 고민의 양 줄어들어…여유 가지려 노력 중”
2021-09-16 01:21:00 2021-09-16 01:21: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젠 배우란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린다. 물론 예전에는 남성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섰던 아이돌 걸그룹 출신이란 게 더 그럴듯했다. 나이가 들었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뭔가 풍기는 아우라가 달라졌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겐 공통적으로 그런 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출신이기에 갖게 되는 연기력 부족에 대한 선입견이 우리에겐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랬던 케이스도 사실 실재했다. 그래서인지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해석될 여지를 아이돌 출신들은 남겨두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악바리처럼 연기에 매달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배우 한선화가 걸그룹 시크릿출신이란 걸 이젠 대중들은 기억 저편으로 밀어 낸지 오래다. 한선화가 시크릿멤버로 무대에 오르지 않은 시간도 너무 많이 흘러갔다. 무엇보다 이젠 한선화에겐 배우란 타이틀이 꽤 잘 어울린다. 데뷔 이후 극장 개봉작으론 첫 영화인 영화의 거리속 그를 보면 충분히 납득된다. 한선화가 가수출신이었단 게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배우 한선화. 사진/씨네소파
 
걸그룹 멤버 출신이지만 연기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했다. TV드라마에선 꽤 여러 작품을 소화했다. 하지만 영화는 극장 개봉 작품으론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꽤 설레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영화의 거리는 한선화의 고향인 부산이 배경이다. 그가 부산 출신이란 점은 시크릿시절 골수 팬들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팩트 중 하나. 지독하게 사투리를 고친 한선화의 악바리 근성 때문이기도 하다.
 
아시는 분들은 알고 계시는 데 제가 말투가 그래서 잘 모르세요. 그래도 자세히 들어보면 부산 사투리 억양이 조금 남아 있어요(웃음). 연기하면서 부산말로 편하게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고향 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촬영도 부산 지역에서 했거든요. 정말 즐겁게 편하게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시나리오 보는 데 재미도 있었지만 마음이 너무 설레더라고요.”
 
더욱 한선화의 마음을 설레게 한 건 극중 자신이 맡은 캐릭터 때문이다. 자신이 연기할 배역 이름도 선화였다. 묘한 느낌이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단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쓰였고, 현장에서도 선화로 불리고 또 가수 데뷔 전까지 살던 부산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정말로 묘한 느낌이 들 정도였단다.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 말이다.
 
배우 한선화. 사진/씨네소파
 
이름이 같아서 사실 저도 좀 놀랐어요. ‘선화인데 성은 씨에요. ‘길선화되게 예쁜 이름이죠(웃음). 선화가 로케이션 매니저라서 길에서 일을 하고 또 영화에서 길이 많이 나오니 그런 의도가 아닌가 싶어요. 감독님께 구체적으로 물어보진 않았어요. 마음이 더 동했던 건, 선화는 꿈을 부산에서 이뤘잖아요. 전 그 꿈을 위해 서울로 왔고. 뭔가 기분이 묘했어요.”
 
그는 영화 속에서 함께 영화를 꿈꿨지만 자신은 부산에 남아서 꿈을 이룬 선화그리고 전 남자친구였던 연인 도영(이완)은 헤어진 뒤 서울로 떠나서 영화 감독이 됐다. 도영이 다시 부산으로 와서 작품을 준비하는 데 우연한 기회에 도영의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남녀의 로맨스를 그리게 된다. 끝났지만 끝난 것 같지 않은 기묘한 관계가 눈길을 끈다.
 
제가 이전 드라마에선 사랑에 상처 받고 남자친구에게 이별 당하는 슬픈 캐릭터만 맡아 왔었거든요. 근데 너무 마음에 드는 게 이번에는 너무 당차고 또 활발하고 경쾌한 느낌이 살아있는 인물이 선화에요. 도영 같은 남자에게 상처 받지 않고 할 말 다 하고 감정 표현에도 너무 적극적이잖아요. 되게 시원시원했어요. 그리고 도영 같은 남자, 진짜 전 개인적으론 꼴불견이에요(웃음)”
 
배우 한선화. 사진/씨네소파
 
그런 꼴불견 남자 도영은 연기한 이완과는 극중에서 밀고 끄는 밀당연기를 정말 맛깔 나게 소화했다. 이미 끝난 것 같은 커플인데, 끝난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끝난 것 같지도 않은 듯한데 현재 진행형인 커플도 아닌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이완과 한선화는 적절히 살려냈다. 두 사람의 호흡이 로맨틱 장르에서 빛을 발하며 영화 전반에 쌓여 있었기에 가능했다.
 
진짜 그건 전적으로 이완 오빠의 배려 때문이에요. 우선 오빠 자체가 워낙 선하고, 그런 선한 영향력 때문에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가 편안해 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성격과 분위기가 있었기에 오빠랑 친해지는 데 정말 시간이 필요 없었어요. 성격도 되게 편하고 말투도 느릿느릿해요(웃음). 오빠 와이프가 골프선수시잖아요. 오빠가 골프를 좋아해서 현장에서 골프 얘기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워낙 작은 사이즈의 영화였기에 현장에선 한선화조차 여주인공이란 타이틀이 무색했다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촬영이 없는 타임에는 현장에서 주변을 정리하는 제작부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단다. 그건 한선화뿐만이 아니라 출연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 모두가 마찬가지였단다. 그래서인지 첫 개봉 영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며 배우 인생 동안 다시 없을 기회였다고 웃는다.
 
배우 한선화. 사진/씨네소파
 
지금 돌이켜 봐도 이런 기회가 어디 있겠어요. 작은 영화라서 불안하고 힘들겠다? 그건 당연히 있겠죠. 그런데 그게 작품 선택에 걸림돌은 아니잖아요. 내용이 너무 재미있었고 하고 싶었고. 그래서 했는데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다 보니 제가 여배우라고 폼 잡고 있는 게 너무 웃길 것 같았어요. 그냥 제가 촬영이 없으면 같이 도왔어요. 현장에서도 그래서 저보고 다들 제작피디하면 정말 잘 할 것 같다고 칭찬도 해주셨어요. 하하하.”
 
2009년 걸그룹 시크릿으로 데뷔 이후 2013년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을 통해 배우로서 첫 발을 내 딛었다. 이후 신의 선물-14’ ‘연애 말고 결혼’ ‘장미빛 연인들 2016년 그룹 탈퇴까지 무대에서 카메라 앞으로 자신의 위치를 이동시킨 한선화다. ‘자체발광 오피스’ ‘학교 2017’ ‘데릴남편 오작두’ ‘드라마 스테이지-굿-바이 내 인생보험’ ‘구해줘2’ ‘편의점 샛별이’ ‘언더커버까지 셀 수 없는 작품으로 배우 한선화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배우 한선화. 사진/씨네소파
 
제가 얼마 전에 놀랐던 게 2000년대 생들이 제가 가수였던 걸 모르더라고요. 되게 신기했어요.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단 게 저도 많이 변했단 거겠죠. 예전의 저와 지금의 제가 달라진 건 고민의 양이 아닐까 싶어요. 예전에는 뭐든지 하는 게 좋으니 마음만 앞서서 이것저것 도전했다면 지금은 한 템포 쉬면서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해요. 저한테 오는 작품들. 크던 작던 너무 감사해요. 제 고민 안에서 정말 잘 소화해 보고 싶어요. 한선화의 거리를 이젠 제대로 걸어보려고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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