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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이전은 예비비, 추경은 우리가'…공만 챙긴다는 윤석열
김부겸 총리, 국무회의서 용산 이전 예비비 360억원 의결
추경호, 추경에 "방향·내용·규모 등은 새정부 결정"
2022-04-06 17:01:50 2022-04-06 17:01:5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임기 초반 새정부의 주요 사업인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6일 정부가 360억원 규모의 예비비 지출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서다. 다른 주요 사업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다. 추경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실무를 맡고 있다. 다만 예비비 의결과 추경 편성 과정에선 윤석열 당선인이 '공만 챙기려고 한다'는 지적을 받을 처지다. 당장 용산으로 가겠다며 현정부를 졸라서 예비비를 받았으나 추경은 "윤석열정부에서 결정해 제출하겠다"라면서 현정부를 배제하는 모습이어서다.
 
정부는 이날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360억원 규모의 예비비 지출안을 심의·의결했다. 의결된 액수는 위기관리센터·경호종합상황실 등 안보 필수시설 구축 116억원, 국방부 이전 비용 118억원, 일반 사무실 공사비와 전산서비스 시스템 비용 101억원, 대통령 관저로 쓰일 육군참모총장 공관 리모델링 비용 25억원 등이다. 예비비 규모는 윤 당선인 측이 제시한 496억원보다 136억원 적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 252억원, 국방부의 합동참모본부 건물 이전 118억원, 대통령경호처 이사 100억원,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25억원 등 496억원이 든다고 했다. 
 
6일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가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윤 당선인 측 요구보다 적은 규모로 예비비를 의결한 것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 조성 및 경호처 이전비 등 추가 비용은 안보시설 구축 상황과 이달 예정된 한미연합지휘소훈련 종료시점 등을 감안해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총리는 예비비를 의결하면서 "안보 공백없는 순조로운 정부 이양에 협조하는 차원"이라면서도 "윤 당선인의 의지가 확실한 이상, 결국 시기의 문제이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진행될 수 밖에 없다"며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편성이 결국 윤 당선인의 요구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김 총리의 반응은 예비비 의결을 놓고 현정부와 새정부가 보인 갈등의 단면을 보여준다. 애초 이전 비용부터 윤 당선인이 496억원, 국방부는 5000억원 이상, 민주당은 1조원 이상을 주장해 큰 이견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인 나왔을 때 "(용산 이전을 위한)예비비의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걸로 본다"며 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쳤다. 청와대는 예비비가 5일 국무회의에서 상정, 의결되리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실무협의에서)전혀 합의된 것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윤 당선인이 용산 이전에 데 집착, 청와대에 예비비를 요구하는 절차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윤 당선인 쪽에선 얼마든 예비비만 신청만 하면 다 나오는 줄 안다"며 "갑자기 발표한 이전 계획에 맞춰 '돈 내놔라'고 하니 청와대가 난처했을 것"이라고 했다. 임태희 당선인 고문도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청와대는 국방부와 합참 연쇄 이동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예비비 안건 내용이 아마 치밀·면밀하게 협의가 안 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보수논객인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도 지난달 26일 유튜브에서 "'문재인 방빼라' (해놓고)방 빼고 나가는 사람한테 새 집으로 이사까지 시켜주고 청소 다하고 열쇠만 달라"면 "그걸 (현정부가)하겠느냐"고 꼬집었다. 
 
4일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사진 오른쪽)과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제4차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당선인 측은 추경과 관련 현정부를 '패싱'하는 듯한 모습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추경에 대한 브리핑을 하며 "결론적으로 추경은 인수위에서 주도적으로 작업을 할 것"이라며 "실무적 지원은 현정부의 재정당국에서 받을 수 있으나 이 추경 작업의 방향과 내용, 규모, 제출시기 등은 윤석열정부에서 결정하고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정부의 의사결정과 책임자의 협조를 받고 이런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추경도 윤석열정부 이름으로 제출한다"고 했다.  
 
이번 추경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코로나19 경제방역에 방점이 찍힐 예정이다. 손실보상은 '50조원'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규모가 클 걸로 관측된다. 그런데 추경 작업의 방향과 내용, 규모, 제출시기 등은 윤석열정부에서 결정한다"는 건 결국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공은 새정부가 갖겠다는 뉘앙스로 비칠 수 있다는 평가다. 수도권의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인수위가 현정부 임기 내 추경을 제출하고, 면밀히 협의하다는 걸 뒤집은 것"이라며 "추경 통과를 위해선 현정부, 민주당과 협치한다는 정신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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