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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강성 행보…금융권 CEO 물갈이 시사
금융권 인사철에 이사회 의장 만나고 강성 발언
"당국이 관치금융 보좌 역할 전락"
2022-11-17 06:00:00 2022-11-17 14:37:58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올해 말과 내년 초 주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대거 만료되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가 관치금융 논란을 부르고 있다. 금융사 경영진 선임권을 쥔 이사회 의장을 불러오는가 하면 중징계 사안에 대한 자체 검사 내용을 흘리는 등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검찰식'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서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공정한 거래 관행을 만들어야 할 감독당국이 정부 인사 개입의 도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수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사태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한 이후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손태승 회장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금감원 차원에서 손 회장 등 임직원의 중징계를 결정할 당시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손태승 회장은 징계 불복 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의 이 같은 여론전은 검찰이 피의 사실을 공표해가며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행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조사 정보 제공 과정에서 금감원이 중징계 사유에 대해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다가, 중징계 확정 이후 관치 금융 논란이 거세게 일자 기조가 급변했다"고 전했다.
 
다만 금감원 측은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의 행보는 관치금융 논란을 자처하고 있다. 이 원장은 공개석상에서 손태승 회장을 두고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완곡한 표현이지만, 금융당국을 상대로 가처분 등 징계 불복 소송을 하지 말라는 해석이 따라붙고 있다. 손 회장이 당국의 중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임기(내년 3월) 이후 연임이 불가능하다. 
 
이복현 원장의 아슬아슬한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지난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대놓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CEO 선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연말부터 시작되는 금융지주 CEO 인선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금융감독 기관이 통제와 감시 차원에서 충분히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차기 CEO 선임에 권한이 있는 이사회 최고 수장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승계를 당부한 거 자체가 피감기관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측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는 코로나19로 2년간 중단되긴 했지만 매년 만남을 가져왔고,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제적 기준에 맞는 선진화 된 이사회 역할을 강조하는 원론적 논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 시점과 메시지 내용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 발언의 행간을 들여다 보면 경고의 메시지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크다"며 "제대로 된 CEO를 선임하라는 것을 보면 중징계를 받은 인사들을 그대로 연임시키는 등의 결정을 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 수장 인사가 다음달부터 내년 초까지 예정돼 있어 전직 고위급 관료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지지 한 금융인들까지 얽히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김지환 BNK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만료 5개월을 앞두고 회장직을 내려놨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진옥동 신한은행장·박성호 하나은행장·권준한 NH농협은행장의 임기도 올 연말부터 내년 3월 사이에 만료된다.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윤석열정부의 금융권 인사 그림을 그리는 데 보좌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감독당국이 주로 물밑에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인선에 정부 의중을 전달한 것과 달리 최근 이 원장의 행보를 보면 공개적으로 거리낌 없이 구두 개입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마치고 가진 백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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