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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거리 둔 '담대한 구상'…퇴로 막힌 윤석열정부 대북 정책
박진 '담대한 구상' 지지 요청에 왕이 답변 '유보'…북 반발도 여전
정책 추진에 '북 수용성' 떨어져…중, 미중 갈등 구도 속 한국 견제 의도
2022-12-13 16:33:13 2022-12-14 07:15:33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으로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북한의 강력 반발에 이어 중국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 동력이 더욱 약화됐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됨에 따라 당분간 남북관계의 진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담대한 구상' 추진이 사실상 한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화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우리의 ‘담대한 구상’ 등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중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왕 부장은 명확한 답변을 유보한 채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중국이 사실상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도 사실상 담대한 구상에 대해 크게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8월19일 담화문을 통해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리워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 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후 북한은 줄곧 정부의 담대한 구상 제안에 냉담하게 반응하며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북핵 위협을 막기 위한 중국 측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왕 부장이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 발언과 다를 바 없었다. 기존에 중국이 가지고 있던 입장을 반복한 셈이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중국 외교부의 발표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 "양국이 한반도 정세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는 정도로만 짧게 언급됐다.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왕 부장의 발언조차 소개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과 협력을 강조한 한미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8일 미중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지만,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을 두둔했다. 이러한 중국의 기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미일 3국의 북핵수석대표는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협의에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독려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중국 협력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대다수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등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바라봤다.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담대한 구상'을 언급하며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진정한 의지를 보여준다. 대화의 길은 열려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북한의 거부에 이어 중국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대북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담대한 구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실효성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대북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김여정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은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동족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향후에도 담대한 구상이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데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홍 실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책 자체가 추진되기에 북한의 수용성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중국 같은 경우)담대한 구상 정책이 갖고 있는 현실적 한계에 대한 부분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 구도에서 한국이 취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서 갖는 불만, 견제를 같이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중 간 최근 전략적 제휴로 봤을 때 한국의 정책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홍 실장은 정부의 담대한 구상 정책 전환이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한번 수립되면 정책적으로 완전 실패할만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은 보통 정책 기조를 쉽게 바꾸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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