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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 의혹 '에코프로'…숏스퀴즈 눈치게임?
하루 변동성 15% 달해
급락 후 플러스 전환…숏스퀴즈 유입 정황
주가 과열이나 2차전지 섹터 전망 밝아
2023-03-21 06:00:00 2023-03-21 0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에코프로가 검찰과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으며 압수수색을 받았단 소식이 전해진 20일 오히려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사전 내부자 거래를 통한 불공정 거래 의혹에도 오히려 주가가 급락세에서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숏스퀴즈 물량이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숏스퀴즈는 공매도를 진행한 투자자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그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에코프로가 악재를 맞아 급락한 순간 커버 물량이 대거 유입되면서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설명입니다.
 
공매도 세력의 눈치보기로 숏스퀴즈 물량이 지속 유입될 경우 향후 에코프로 관련주의 주가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주가 과열로 인해 밸류에이션 진단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주의는 필요합니다.
 
검찰, 청주 본사 압수수색 진행…불공정거래 의혹
 
검찰이 에코프로 임직원의 불공정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지난 2020∼2021년께 에코프로 전현직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뒤 부당이득을 얻은 정황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16∼17일 이틀에 걸쳐 충북 청주에 위치한 에코프로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이상 주식거래 징후를 발견해 금융위 특사경에 이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해당 이상 거래 징후가 언제인지 특정된 것은 아닙니다. 
 
에코프로 측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2020년과 2021년 회사의 주요공시 사항과 관련해 임직원의 불공정 주식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금융위 조사는 기존 조사 대상기간과 유사해 그 연장선의 조사로 이해하고 있다"며 "회사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하게 돼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홈페이지에 내용을 밝혔습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에코프로는 전날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장초반 13%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종가는 0.88%(3500원) 오른 40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주말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지만, 회사 측이 빠르게 해명을 내놓고 최근 주가 급등과 무관한 과거 사건의 연장선상이란 답변이 노이즈 해소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급증한 대차잔고…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 1,2위
 
올해 급등세를 타고 있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대차거래잔고금액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에코프로 일평균 대차거래잔고금액(대차잔액)은 지난 1월 2286억원이었는데 3월 들어 8600억원으로 4배 폭등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1조2000억원이었는데 3월 들어 2조5000억원에 이르러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 대차잔액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차 잔액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여한 뒤 갚지 않고 남은 금액을 일컫습니다. 통상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대기 자금으로 해석하는데요. 때문에 대차잔액 증가는 공매도 대기 자금의 성격으로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신호로 판단합니다. 
 
에코프로의 경우 외국인, 기관의 순매도 공세도 지속 중입니다. 전날까지 외국인과 기관의 1개월 순매도량은 각각 110만2957주, 109만2979주로 집계됩니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대해 윤채현 포유환율연구소장은 "외국인이야말로 적정주가 산출을 하는데에 앞서 있다"면서 "매출액은 올라가는데 리튬가격 상승과 글로벌 자동차업계 자체 배터리 생산 때문에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률(마진율)이 안나올 수 있어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구체 생산(에코프로머티리얼즈), 리튬 제조(에코프로이노베이션), 배터리 리사이클(에코프로씨엔지) 관련 계열사를 한곳에 모은 에코프로그룹 포항 공장. (사진=에코프로)
 
대차잔고 급증에 압수수색까지 악재에도 '숏스퀴즈' 기대 부각
 
증권가에선 단기적 숏스퀴즈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숏스퀴즈란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가상승으로 인한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2020년에 발생한 게임스탑(GME) 사태가 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를 갚아야 할 시점에도 여전히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되사서 갚아야 한다"면서 "(에코프로의) 숏 스퀴즈 발생시 주가는 더 뛸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급등한 배경 자체는 공매도와 숏스퀴즈 관련 수급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에코프로가 구축하고 있는 수직계열화와 벨류체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중장기 성장 자체로는 펀더 멘털이 바뀐 부분은 없다"고 했습니다. 에코프로가 구축한 수직계열화는 배터리 리사이클-전구체 생산-양극재 제조-폐배터리 회수 등 양극재 전주기를 아우르는 생태계입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개인투자자들 수급이 굉장히 강한 편이고 2차전지 섹터 자체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크다보니 자금이 흘러갈 방향성이 2차전지나 반도체 말고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에코프로의 주가가 더 상승할 것이란 분석들도 나옵니다.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인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발표를 앞두고 코스닥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에 기대감이 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호실적 전망과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006400)의 신규 투자 구체화 등 투자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2차전지 섹터 전망은 좋지만 에코프로그룹에 대해선 고평가란 지적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2차전지) 섹터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둘다 벨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싸지는 않다"면서 "올해 주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지난해 5월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작년 9월까지 공급계약 정보를 공시하기 이전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매수한 뒤 되파는 방식으로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특히 금융위 특사경은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 절차를 활용해 검찰과 공조 수사에 나섰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에코프로는 작년에도 회장이 불공정거래 혐의로 구속됐다가 유죄 판결을 받기도 해서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패스트트랙으로 넘겼다"고 전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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