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대유위니아그룹 박영우 전 회장 일가가 실체가 불분명한 가족 법인을 동원해 경기도 남양주에 16억원 상당의 고급 저택을 매입하고 이를 사적 별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이 별장을 가족 법인의 본사로 등록하고 매출 없는 이 회사를 통해 그룹 내 지배력까지 강화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수천억 원 체불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고급 별장에 '영일이' 본사 등록…차녀 박은진이 대표로
박영우 전 회장의 가족 법인으로 파악된 ㈜영일이는 2021년 10월 설립된 부동산 매매·임대·관리업 법인입니다. 자본금 1억원, 자산총액 17억여원(2024년 말 기준)의 소규모 법인으로, 박 전 회장의 부인 한유진씨가 지분 35%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지난달 27일 한씨가 사내이사를 사임하고, 차녀 박은진
대유에이텍(002880)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
1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는 이 회사의 수상한 행보입니다. 설립 초기 영일이의 본사는 서울 강남구 대유타워에 있었으나, 이후 서초구 소재 박 전 회장 일가의 아파트로 이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올해 5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의 3층짜리 고급 저택(약 16억원)을 매입하며 본사 주소지를 이곳으로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현장 취재 결과, 해당 저택은 사무 공간의 기능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택은 간판은 없었고, 모든 창문에 커튼이 쳐져 있었습니다. 인기척도 없었습니다. 인터폰 초인종을 누르자 한 중년 남성이 "아무도 없다"며 외부인 출입을 차단했습니다. 인터폰으로 연결된 사람은 관리인이나 보안업체로 추정됐습니다. 사실상 사무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 인근 주민은 "해당 저택에 사람이 드나드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며 "소유주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13일 <뉴스토마토가> 직접 찾은 박영우 일가의 회사 영일이가 위치한 해당 저택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사진=뉴스토마토)
해당 저택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22년 6월에 박 전 회장 일가의 다른 계열사 푸른산수목원이 6억6300만원에 해당 토지를 매입했습니다. 이후 영일이가 지난 5월14일에 토지와 건물을 16억원에 매입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푸른산수목원이 해당 부지를 매입해 별장을 건축하고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인근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해당 저택 인근 토지 시세는 평당 700만~800만원"이라며 "3층 저택까지 포함하면 시세(16억원)는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위니아딤채 노조 측은 법인 소유 자산인 해당 저택이 박 전 회장 일가의 호화 별장으로 사용되는 정황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남양주 조안면 인근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가 위치했고, 한강과 팔당호가 만나는 경관을 앞세운 고급 별장지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저택은 주변 경관과 위치적 가치를 고려할 때 상당한 생활·레저용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13일 해당 저택 창문에 커튼이 모두 쳐져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매출 없는 법인이 계열사 지분 늘려
의혹이 생기는 지점은 영일이의 자금 출처입니다. 외관상 영일이는 별다른 영업 활동이 없습니다. 영일이의 주요 사업 목적은 부동산 매매·임대·관리업인데, 목적과 달리 그룹 내 알짜 계열사인 대유에이텍 주식 매입을 통해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일이는 지난해 말 대유에이텍 지분 3.07%를 시작으로 지난 9월 말부터 10월24일 사이 추가 매입을 통해 4.82%(225만여주, 평가액 약 20억~30억원)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도 50만주 추가 매입 계획을 공시하면서 영향력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영일이는 작년 11월7일부터 올해 말까지 박 전 회장으로부터 17억원가량을 차입해 대유에이텍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차입 담보로는 '주식 및 제자산 일체'를 제공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별도 매출이 없는 가족회사가 오너 개인 자금을 빌려 그룹 내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는 사실상 지배력 재편용 페이퍼컴퍼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같은 정황은 체불임금 노동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위니아 노조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사재 출연'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영일이 같은 가족회사를 통해 개인 자산을 옮기고 있다"면서 "체불된 임금·퇴직금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생계가 막막한데, 오너 일가는 별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별장에선 팔당호 경관이 보인다. (사진=위니아딤채 노조)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의 임금체불 규모는 총 1630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 박 전 회장이 변제한 금액은 약 360억원으로 현재 잔여 체불액은 1268억원입니다. 그러나 노조에선 위니아전자,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위니아(위니아딤채) 등 계열사를 모두 포함한 체불임금과 퇴직금은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20~30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 상당수가 1인당 2억~3억원에 달하는 퇴직금과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법인 파산 절차가 진행되면서 정부가 지급하는 체당금(3개월치 임금, 3년치 퇴직금) 외에는 사실상 보상받을 방법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노후 자금이 묶인 정년퇴직 예정자들은 생활 기반을 잃었고, 재취업 역시 쉽지 않아 생계 자체가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최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박 전 회장에 대한 청문회를 예고했습니다. 일정은 오는 12월부터 내년 1월 사이로 예상됩니다.
박영우 일가의 별장 저택. (사진=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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