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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 보고 없이 연차 반복되면 시말서"…노동자는 수평적 관계 원한다
다이소, 강제되는 잔업에 노동강도 심화
노조측 24일 국회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기자회견 열어
취업규칙 도마…다이소 측 "개정 검토 중"
2023-04-24 16:16:29 2023-04-24 17:56:04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연차는 개인적인 일이 있거나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다이소 물류센터 내에서는 업무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니 다음 달 연차 계획을 전월에 미리 제출한다. 하지만 갑자기 연차를 써야할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사측에서는 약 두 달 전부터는 연차를 쓸 때 예고되지 않은 연차를 쓰면 사유서를 써야 한다고 했다. 전달에 보고 없었던 연차를 2~3차례 쓰게 되면 이제는 시말서를 써야 한다."
 
다이소 남사물류허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재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다이소물류센터지회장은 24일 국회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지회장은 다이소 물류센터에 수평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면서 현재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다이소물류센터지회는 지난해 9월부터 노조 결성 준비를 시작해 올해 1월 설립됐습니다. 노조는 다이소 물류센터의 노조 할 권리, 안전한 일터 만들기, 노동인권 보장 등을 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지회장은 특히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측의 강압적인 태도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다이소 남사물류허브센터에서는 잔업에 대해 당일 통보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이 많아 잔업이 필요할 때 과거에는 희망자에 한해서 근무하고 희망하지 않는 이들의 경우 자유롭게 퇴근이 가능했다고 이 지회장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잔업이 통보식으로 이뤄지고 강제적으로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이 지회장은 주장했습니다. 그는 "보통 근무시간이 오전 5시30분까지인데 갑자기 잔업이 통보가 되면 이후 계획을 세웠던 이들은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다"며 "상황에 대한 설명과 협조 요청이 아닌 수직적인 명령에 의해 과중한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높은 노동 강도로 부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 지회장은 주장했습니다. 그는 "팔꿈치 염좌가 생긴 노동자가 있었는데 그가 물류센터 사무실에 전화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몇 차례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며 "결국 노동청에 신고해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나오고 나서야 겨우 치료비를 받아낸 사례도 있다"고 했습니다.
 
노조 결성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겨울, 센터 측은 전 직원을 상대로 일대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조에 대한 의견, 노조 가입 의사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곧 문을 여는 안성 물류센터와 관련해 이전 대상자를 사측이 정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 측은 회사와의 대화를 시도해 물류센터 직원도 아성다이소의 일원으로서, 함께 협업하는 수평적인 관계가 되기를 원한다고 희망했습니다. 오는 5월 사측과 노조 측은 정식으로 상견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재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다이소물류센터지회장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이소 물류센터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앞서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아성다이소 취업규칙을 놓고 노동인권 탄압 규탄이 이뤄졌습니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구시대적인 취업규칙을 바꾸고 노조와도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아성다이소 취업규칙에 따르면 회사의 허가 없이 집회, 연설, 방송, 선전 또는 문서 배포, 게시로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를 징계하도록 하고 회사 내 정치활동이나 직무와 관련 없는 내용을 배포한 자는 징계대상이 됩니다. 사상이 온건하고 신분이 확실한 자를 고용대상으로 하되 타사에 취업 중 불법 노사분규를 주동해 해고된 자는 채용하지 않는다고도 명시돼 있습니다. 
 
이 지회장은 "회사 측이 노조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노사 간의 공식적인 만남이 지연되고 있다"며 "노조법상 보장된 노동조합과 간부들의 현장 활동은 사측에 의해 교묘하게 방해되거나 감시·통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지회장은 "물류센터는 부족한 현장인력과 상시적인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안전사고의 위험, 산업재해 발생 시 안일한 대처 등 현장의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감 증인 0순위로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을 꼽으면서 노조에 힘을 보탰습니다. 류 의원은 "헌법과 노동법이 무용지물 되는 곳, 연 매출 3조원인데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곳, 노조를 무시하는 곳이 '국민가게 다이소'의 민낯"이라며 "아성다이소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본다. 이제 국회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소리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아성다이소 측은 "취업규칙의 경우 현재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노동 3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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