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쓰나미 오나…1년 내 '300조' 보증금 만기 도래
역전세 관련 지표 일제 '경고등'…보증사고·금액 '껑충'
하반기 149조원·내년 상반기 153조원 규모 '임차계약' 만기
정부, "보증 반환 DSR 규제 완화"…집주인 자금난 '숨통'
2023-06-20 05:00:00 2023-06-20 05: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최근 1년 새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이른바 '역전세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가을 이사철을 시작으로 사회적 재난 수준의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 발생한 보증사고는 총 144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표는 2023년도 월별 보증사고 현황(표=뉴스토마토)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한 달 전국에서 발생한 보증사고 금액은 총 3252억원으로 한 달 전(2857억원) 대비 13.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보증사고 건수는 4월 1273건에서 5월 1444건으로 13.4% 늘었습니다. 이에 따른 보증 사고율도 4월 6.0%에서 5월 7.2%로 1.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특히 5월 전체 보증사고의 약 90%(1303건)는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491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인천 429건, 서울 383건도 뒤를 이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등 전국적 전세사기 여파로 올 들어 관련 지표의 경고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2월 1000건을 넘어선 보증사고는 매달 꾸준히 늘고 있고 보증사고 금액 규모도 올 초 대비 1000억원 이상 불어난 상황입니다.
 
문제는 올 하반기를 시작으로 역전세 위기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날 부동산 정보분석 업체 직방에 따르면 향후 1년 사이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전세보증금 총액은 총 300조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19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전세보증금은 총 3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표는 2021~2022년 전국 주택 전세거래 총액.(표=뉴스토마토)
 
이는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계약 기간을 2년으로 간주해 산출된 금액입니다. 시기별로 보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계약 만료 예정 금액은 각각 149조800억원, 153조9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2011년 실거래 자료 공개 이후 집계된 역대 최대 규모로 역전세발 재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2년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금 총액은 228조3800억원으로 전체의 75.6%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연립다세대가 33조4200억원(11.1%), 단독다가구 22조8100억원(7.5%), 오피스텔 17조5600억원(5.8%) 순입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18조6800억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경기 98조9300억원, 인천 15조8200억원입니다. 전체 전세금의 77.3%(233조4300억원)가 수도권 주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셈입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00조원 규모의 전세보증금이 1년간 일시에 모두 반환되지는 않겠지만 전세보증금 거래 총액이 줄어들고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2년 전에 비해 13.5% 하락한 상황을 감안하면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전세보증금 계약만료가 예상되는 만큼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살피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부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전세반환대출(전세퇴거자금대출)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일부 완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역전세 문제는 사인 간에 거래이기 때문에 사실은 임차인과 임대인 간에 계약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돼야 한다"며 "전세금 반환과 관련돼 차액을 보전하는 부분에서 자금융통이 어렵다면 대출규제를 조금 완화해 자금융통을 함으로써 계약관계를 원만히 연착시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는 DSR 완화 산식과 기준 설정을 위한 막판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SR은 주담대,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당국은 현재 총대출액이 1억원 이상인 차주들에 DSR 40%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존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DSR 규제 완화는 집주인을 보호하거나 도와주자는 의미보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원활하게 돌려줌으로써 세입자가 제때 이사할 수 있도록 돕는 측면이 크다"며 "기존 전세금과 신규 전세금 사이의 차액만이라도 대출을 해줘 기존 세입자가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설사 신규 임차인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전세시세가 하락해 기존 전세금 대비 낮은 금액"이라며 "역전세를 세금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 금융권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단 규제 완화로 임대차 시장이 매끄럽게 돌아가게 한 뒤 향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돼 전세시세가 상승하면 지금의 역전세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이르면 내달부터 전세반환대출(전세퇴거자금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일부 완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진은 서울 공인중개사 사무소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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