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사 보호 위해 '면담 사전 예약 시스템' 도입"
교사와 대면 면담 또는 전화 통화 원할 경우 앱 이용해 사전 예약하도록
교육 활동 침해 사안으로 소송 절차 시 교보위 의결 없이도 소송비 지원
'사전 예약 시스템' 등에 대한 실효성 지적도…"악성 민원 완전히 못 막아"
2023-08-02 16:22:57 2023-08-02 18:15:35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의 악의적인 민원 등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민원 창구 일원화'를 추진합니다. 학부모가 교사와 대면 면담이나 전화 통화를 하고 싶으면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각 학교에 '민원인 대기실'도 설치합니다.
 
아울러 교사가 교육 활동 침해 사안으로 소송 절차를 밟게 되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의결 없이도 소송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교사 면담 사전 예약 시스템'이나 '민원인 대기실'의 경우 그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옵니다. '사전 예약'을 하거나 '민원인 대기실'에서 기다린다고 해도 악성 민원을 완전히 거를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교사의 민원 업무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면담 '사전 예약'으로 '숙려 시간' 가지도록…'민원인 대기실'도 설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육 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우선 서울시교육청은 교사들의 민원 부담을 줄이고자 '교사 면담 사전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학교 민원 창구를 일원화합니다. 학부모가 교사와 대면 면담 또는 전화 통화를 원할 경우 '서울학교안전 앱'을 이용해 사전 예약을 해야만 하도록 했습니다. 오는 2학기부터 희망하는 유·초·중·고교에서 시범 운영을 한 뒤 내년부터 그 대상을 확대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반 민원은 챗봇을 활용해 교사의 민원 응대 부담을 줄입니다.
 
조 교육감은 "사전 예약 시스템이 모든 악성 민원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하겠지만 감정이 격해졌을 때 바로 연락하고 만나는 것보다 이러한 절차들을 기다리면서 차분해질 수 있는 '숙려 시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민원인 대기실'을 설치해 학교 출입 관리를 강화합니다. 학부모가 교사와 상담하고 싶을 때 대기실에 머무르면서 절차를 기다리도록 할 예정입니다. 학교 보안관실 남는 공간을 활용하거나 모듈러 교실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오는 2학기부터 희망 유·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합니다. 또 '민원인 대기실'에 CCTV를 설치해 위험 상황 발생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사 면담 사전 예약 시스템' 도입, '민원인 대기실' 설치, 교보위 개최 없이 소송비 지원,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 선임비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교육 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사진 = 장성환 기자)
 
교육 활동으로 소송 중인 교원까지 소송비 지원…수사 단계부터 변호인 선임비 지원
 
법적 분쟁에 휘말린 교사들에 대한 지원책도 강화됩니다. 이전에는 교원이 소송비를 지원받으려면 교보위 심의·의결을 거쳐야 했는데 앞으로는 사안 처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만 제출하면 별도의 교보위 개최 없이도 소송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습니다. 지원 범위도 원래 교육 활동 침해 피해 교원으로 인정받았을 때만 소송비를 지원했지만 이제는 교육 활동으로 소송 중인 교원까지 확대합니다.
 
특히 내년부터는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신고된 경우 수사 단계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 변호인 선임비를 지원해 주고, 교사에게 일부 과실이 있더라도 일정 부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재판 결과 교사의 귀책 사유가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에만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습니다.
 
교사나 학부모가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에 조정을 해주는 '분쟁 조정 서비스'도 강화합니다.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교보위의 중재 기능을 '분쟁조정위원회'로 이관하는 방법도 검토할 생각입니다.
 
현장 교사 "'사전 예약'으로 악성 민원 거를 수 있나"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서울시교육청의 이러한 방안들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일부 정책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앱으로 사전 예약한 학부모도 실제로 만났을 때는 얼마든지 폭언을 퍼부을 수 있는 데다 민원 업무로 인해 교육 활동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 A씨는 "학부모가 앱으로 사전 예약할 때 진로 상담을 받겠다고 하고 실제 만나서는 욕설을 퍼붓거나 하는 일이 충분히 있을 수 있지 않나"라며 "사전 예약이 악성 민원을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습니다.
 
중학교 교사 B씨도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교사가 온전히 떠안게 되는 현재의 학교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데 '사전 예약제'나 '민원인 대기실'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사전 예약'을 한다고 민원 업무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지 않나. 우리가 원하는 건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라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사 면담 사전 예약 시스템' 도입, '민원인 대기실' 설치, 교보위 개최 없이 소송비 지원,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 선임비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교육 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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