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국책은행 현주소)③수출입은행, 한화오션 부담 덜고 수출금융 확대
대우조선해양 영구채 미지급이자 신주 상환
한국물 조달 통화 및 만기 구조 다양화 앞장
2023-08-21 06:00:00 2023-08-21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7일 17:3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시장 선진화 등 국가적 목적을 띠고 설립된 국책은행이 역할 수행에 대한 의문의 시선을 받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관치금융 논란이 지속되는 한편 민영화와 이전 논의도 끊임없이 오가 내부와 외부의 시선이 모두 곱지 않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의 현재와 설립 목적의 이행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한국물(Korea Paper, KP)을 발행하고 수출금융 확대를 약속하면서 벤치마크(기준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042660))의 미지급이자를 신주로 상환 받은 데 이어 충당금 환입이 이어질 경우 재무건전성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 본사.(사진=한국수출입은행)
 
한화오션 된 대우조선해양, 수출입은행에도 영향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던 이자를 신주로 상환받으면서 충당금 환입 등에 따른 당기 실적 향상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대우조선해양에 2조3328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해당 영구채는 20년 만기로 2021년까지는 0.1% 금리로, 이후에는 같은 신용등급 5년 물 무보증회사채 금리에 0.25%를 더한 금리를 적용하는 조건으로 발행됐다.
 
하지만 당초 계약 조건과는 달리 연이은 적자에 대우조선은 수출입은행에 금리를 지급하지 못했다. 대우조선의 상황이 점차 악화되자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6년 말 대우조선에 대한 충당금을 19%까지 늘렸다. 요주의여신으로 분류된 여신에 대해서는 7~19%까지 충당금을 쌓을 수 있는데, 이를 최대 규모로 늘린 것이다.
 
 
 
지난해에도 대손충당금을 대폭 증가시켰다. 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채권은 2조5209억원이다. 수출입은행은 해당 채권에 대해 1조2475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책정했다. 직전연도인 2021년의 대손충당금 4337억원에 비해 187.6%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변경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한국수출입은행에 지급하지 못하던 제8회, 9회, 10회 전환사채권의 누적미지급이자 1412억원을 보통주 전환 방식으로 상환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이뤄졌으며, 의결권 있는 주식 514만4087주를 주당 2만7467원에 발행했다. 17일 기준 한화오션 종가는 3만9500원으로 지난 5년간 최저가인 1만850원과는 2만8650원 차이이며, 한화오션의 신주 발행액인 2만7467원과는 한 주당 약 1만3000원 차이다.
 
요주의여신으로 분류되던 등급이 정상 등급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쌓았던 충당금도 환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이 각각 1500억원씩, 우리금융이 670억원, 신한지주 300억원, 기업은행 17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환입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의 경우 한화오션 여신을 정상여신으로 분류하게 된다면 1조6000억원 대부분이 환원된다. 수출입은행도 충당금을 환입해 이익을 반영돼 재무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4155억원이다.
 
다만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화오션에 대한 신용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상 분류 및 환입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공적기관으로 수출금융 앞장
 
수출입은행은 2016년부터 지고 온 대우조선에 대한 부담감을 덜면서 수출금융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충당금이 환입될 경우 재무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예정인데다가 정부로부터 2조원의 현물출자도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3.4%로, 수출입은행은 현물출자가 완료된 후의 BIS자기자본 비율은 1%p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재무건전성 등이 양호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수출입은행은 공적 수출금융 기관으로서 한국물 발행과 주요 수출산업 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한국물 역대 최대 규모의 캥거루본드도 발행했다. 캥거루본드는 호주 자본시장에서 외국기관이 발행하는 호주달러 표시 채권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8억5000만호주달러(한화 약 7342억원) 규모다. 지난 5월 달러 시장에서 글로벌본드 발행과 유로화 시장에서 그린본드 발행에 이어진 이번 채권 발행은 조달 통화와 트렌치(만기구조)를 다양화해 국내 발행 기관들에 성공적인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수출금융 정책에도 참여한다.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은행장 및 정책금융 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해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수출입은행은 사업자 직접대출과 보증을 통해 타 은행 대출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금조달 방안을 지원하게 된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수출입은행이 글로벌은행, 현지 은행 등과 대주단을 구성해 참여한다.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해 민간금융사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패키지 금융 모델을 구축하는 구조다. 또 조선업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지원하며 수출환어음 할인율도 인하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수은은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사 중 발행 규모가 가장 큰 기관"이라며 "최근 한국계 기관의 외화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다양한 외화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를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