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여 "사필귀정"·야 "망연자실"(종합2보)
찬성 149·반대 136·기권 6·무효 4…비명계 반란 '29표'
여야, 극심한 온도차…"가결, 참으로 다행"·"충격, 믿을 수 없어"
2023-09-21 18:10:01 2023-09-21 18:10:01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습니다. 가결 직후 여야는 서로 다른 상반된 입장을 보였는데요.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한 반면, 민주당은 "망연자실"이라며 극심한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의원 295명에 찬성 149명·반대 136명·기권 6명·무효 4명으로 가결했습니다. 
 
앞서 여야는 지난 2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제출된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바 있는데요. 당시엔 찬성 139명, 반대 138명, 무효 1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습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현재 국회의원은 총 298명으로, 단식으로 입원 중인 이 대표와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의원, 해외 순방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고 총 295명이 표결에 참여했습니다.
 
가결 정족수는 148명으로, 이번 표결에서는 찬성표가 가결 정족수보다 1명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 여부를 판단 받게 됐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체포동의 요청 이유에 대해 "대장동, 위례 그리고 오늘 백현동 사업 비리까지, 모두 이재명 의원이 약 8년간의 성남시장 시절 잇달아 발생한 대형 개발비리 사건들"이라며 "지방자치권력을 남용해 자신의 측근들이나 유착된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 천문학적인 이익을 몰아주는 범행의 방식이 대동소이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번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이재명 의원 범죄혐의들은 동일한 범행과 동일한 사법방해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 사건은 다수의 관련자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범죄로서, 이 의원의 정치적 지위와 지금까지의 수사과정 등을 고려하면 공범들이나 참고인들에 대한 회유·압박을 통한 증거인멸의 염려가 매우 크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 포함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 결의를 언급, "심지어 조작수사라도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며, 정당한 수사니 뭐니 하는 조건을 달지도 않겠다고 스스로 명시적으로 약속한 것이어서 다른 해석의 여지도 없다. 지금은 주권자인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킬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병상 단식 중인 이 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지만, 박주민 의원이 이 대표의 신상발언을 의사진행발언으로 대신했습니다.
 
박 의원은 "영장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읽어보시면 물적인 증거 없고 오로지 진술뿐이다라는 것을 아실 수 있다"며 "이런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검찰은 불구속 수사 원칙이나 무죄추정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 형사사건의 기본원칙조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침식시키려고 하는 이 독재 수준의 검찰주의, 왜곡된 사법주의에 대해서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전당인 국회에서 경종을 울리자라는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은 지금 법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법치를 파괴하고 있다.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부디 부결에 투표해 주시기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부결을 요청했습니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원내 다수당이자 제1야당 대표가 비리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은 사상 초유의 상황에 놓였습니다. 민주당은 당 대표가 구속 기로에 놓이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강도 쇄신과 개혁 요구가 분출되는 등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입니다. 
 
한편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은 극심한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여당은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야당은 '믿을 수 없다'며 충격에 빠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방탄을 위한 그 어떤 꼼수도 법치를 피해 갈 수 없음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며 "지난 2월 이 대표에게 두꺼운 방탄조끼를 입혔던 민주당도 더는 준엄한 법치와 국민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절반에 가까운 반대표가 나왔다는 것은 아직도 제1야당의 상당수가 얼마나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국민'이 아닌 자신의 공천만을 위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에 씁쓸하기만 하다"며 "이제 이 대표 개인의 비리는 온전히 이 대표 혼자 감당할 몫이다. 민주당은 제1야당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부디 국민을 위해 일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표결 발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필귀정, 만시지탄!"이라고 평가했으며, 조경태 의원도 " 체포동의안 국회 가결, 참으로 다행이고 다행이다. 상식과 양심이 지켜졌다"면서 "참으로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 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표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서 많이 놀랍고 충격적이다"며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부결을 호소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와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긴급하게 모여서 앞으로의 상황과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은 자신의 SNS에 "그동안 토론해 온 과정이 있어서 우리당 의원님들 중 28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며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 하나"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강득구 의원도 "죄송하고 안타깝다"며 "그래도 역사의 진보를 믿었다. 저는 그래도 동료의원들을 믿었다. 망연자실이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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