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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금융 불모지 태국 뒷얘기)방콕의 강남에 현대차 대형 광고판
'선 대기업·후 금융사 진출'이 전통적인 태국시장 진입 방식
이런 관행적 영업 벗어날 때…카뱅, 현지 은행 합작 가상은행 추진
2024-03-29 06:00:00 2024-03-29 16:21:56
 
(방콕=이종용 기자) "스쿰빗 역 인근에 숙소를 잡으셨군요. 거기 사거리에 현대자동차 대형 광고판 보셨나요.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섰다는 의미도 있고 볼 만합니다."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이 우리나라 기업이 태국에서 활약하는 그림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고 싶은데 그럴만한 곳을 찾기 힘들다는 푸념을 하던 차였는데요. 한 태국 주재원이 취재팀이 찾는 그림이 나오는 곳을 귀띔해 줬습니다. 방콕 도심은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으로 유명한데요. 도로를 메운 자동차 대부분이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 자동차의 태국 점유율은 77.8%에 달합니다. 한 때 90%에 달했다고 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을 일본이 장악했다면, 전기차 시장은 BYD 등 중국 자동차업체가 매섭게 세를 키우고 있습니다. 중국차가 태국 전기차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태국의 내연기관 자동차 점유율 1위가 일본 도요타라면, 전기차는 중국 자동차업체 BYD가 매섭게 세를 키우고 있다. 방콕의 강남으로 불리는 스쿰빗 역 사거리에 현대자동차 광고판이 들어서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일본과 중국이 장악하고 테슬라까지 가세한 가운데 방콕의 '강남'이라 불리는 거리에 현대차 대형 광고판을 세웠으니,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금융권 출입 기자들로 구성된 취재팀이 현대차를 비롯해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활약에 주목하는 것은 'K금융 불모지' 태국 진출을 위해서는 기업단의 진출이 선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은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한 지역에 점포나 법인 거점을 마련하고, 우리 기업들에 자금 지원을 하면서 영업 규모를 키워가는 방식을 택합니다. 금융권이 태국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현대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다만 그간 태국 정부가 외국계 은행 인가에 소극적이었던 점, 점포와 법인 인가에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국내 은행들 입장에서 대기업 진출을 기다리고 있는 게 정답일까 는 의구심이 듭니다. 태국 주재원이나 현지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사 진출을 요구하면 태국이 두손 들고 반길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태국 지점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게 어렵다면 합작투자 방식으로 들어와 지분을 늘려가는 방법도 있고, 실제로 KB국민카드와 다올증권이 이런 방식으로 진출했고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태국 가상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카카오뱅크를 주목해 볼 만합니다. 카카오뱅크는 태국의 은행계 금융지주사 SCBX와 손잡고 가상은행 인가 신청을 준비 중인데요. 현지 은행의 2대 주주에 올라 카카오뱅크의 영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국내 은행들의 전통적인 해외 진출 경로와 달리 현지 유수의 은행과 협업하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태국 정부에 현지 진출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고 국민에게 외국계 은행이라는 부담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태국중앙은행은 연내 3개 가상은행 사업자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할 계획입니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시암상업은행(SCB)의 지주사인 SCBX와 가상은행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SCB 은행 본점 내부. (그래픽=뉴스토마토)
 
네이버 일본 법인의 관계사인 라인(LINE)과 대결도 주목됩니다. 태국 등 동남아에서 '라인'은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처럼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데요. 태국 카시콘뱅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모바일 뱅킹 서비스 태국 '라인 BK'를 출범한 상태입니다. 태국 디지털 뱅킹 시장을 두고 빅테크 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됩니다. 태국 금융 시장이 진출할 엄두가 나지 않는 불모지가 아니라 미래 노다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방콕=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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