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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OCI 통합 무산, 장·차남 '완승'…남은 과제는 경영 정상화
28일 정기주총서 임종윤·종훈 사내이사 선임 안건 통과
OCI "한미그룹과 통합 절차 중단" 입장 발표
2024-03-28 16:42:46 2024-03-28 17:02:15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한미그룹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창업주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의 완벽한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소액주주가 이들 형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희비가 갈렸는데요. 형제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무산됐습니다. 이날 주총 이후 OCI는 한미그룹과의 통합 절차를 중단하고 재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통합 무산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압승을 거두면서 한미그룹은 이들 형제를 주축으로 전열 재정비에 주력할 전망입니다. 이날 주총에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추천한 이사 6명 선임안과 OCI그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올린 이사 5명 선임 주주제안을 놓고 표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투표 결과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 투표율은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안건으로 올린 6명의 이사 후보자들이 전원 탈락한 반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주주제안한 신규 이사 5명 선임 안건은 모두 통과됐습니다. 이로써 임종윤·종훈 사장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랐고,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타 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는 사외이사로 선임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인사가 5명으로 과반을 차지하면서 통합도 무산됐습니다.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OCI홀딩스는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미-OCI 통합 여부는 주총 시작 전부터 초박빙 표 대결이 예상되는 등 결과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는데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진영의 통합파와 임종윤·종훈 형제를 주축으로 한 통합 반대파는 각종 여론전과 함께 핵심 주주 포섭을 위한 치열한 물밑 작업을 펼치는 등 강대강 대치를 벌여왔습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통합 반대파인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통합 진영은 지분 대결에서 수적 열세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7.6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표를 확보하면서 격차를 좁혔습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 모녀 추천 6명의 이사 선임안에 대한 찬성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통합 반대파의 5명 이사 선임안에 대해선 반대키로 의결했습니다. 그 결과 장·차남 측과 통합 진영 지분 차이가 약 2%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통합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키는 20.5%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쥐게 되었고, 이들의 표심은 임종윤·종훈 형제로 향했습니다.
 
임종윤·종훈 형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사진이 한미사이언스에 입성하면서 둘로 쪼개진 그룹의 경영 안정화가 다음 과제로 남게 됐습니다. 아울러 자금조달의 숙제도 있습니다. 형제 측은 앞서 한미와 OCI 간 통합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닌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한 방편이었다고 주장했고, 이종 간 결합 없이 자체적으로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한미를 시가총액 20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28일 오후 12시30분 경기 화성시 신텍스에서 개회했다.(사진=이혜현 기자)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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