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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금도 많이 쉰다"…삼성전자, '유급휴가' 노조 제안 '제동'
삼성전자 노사, 임금 인상률에는 합의…'유급휴가 하루 더' 놓고 충돌
2024-04-26 16:00:00 2024-04-26 1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테이블에 앉았던 삼성전자 노사가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사측이 제시한 연봉 5.1% 인상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유급휴가 하루를 더 추가하는 안을 사측에 제시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26일 재계 및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임단협 3차 조정회의에서 전삼노는 연봉 5.1% 인상을 수용하는 대신, 유급휴가 1일을 더 받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사측 임단협 실무진은 노조의 제안을 수락하고 경영진에 잠정안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모 부회장이 "지금도 많이 쉬지 않느냐"며 휴가를 하루 더 늘리는 잠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 내부 관계자는 "유급휴가 하루를 더 늘리는 방안은 노조 역시 극단적인 단체행동을 피하기 위해 명분을 달라는 의미로 출구전략을 낸 것"이라며 "하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서 OOO 부회장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노사 협상의 폭이 더 좁아졌다"고 귀띔했습니다.
 
노조 관계자 역시 "3차 조정 과정에서 사측이 '한 번 더 시간을 달라. 휴가 문제를 트라이(시도) 해보겠다'고 해서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며 "2차 조정 때도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직을 걸고 재충전 휴가를 가지고 오겠다'고 직접 얘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협상이 진척에 이르는 과정에서 사측이 갑자기 '휴가 문제는 없던 것으로 전면 취소로 결정났다'며 협상을 끝냈다"며 "3차 조정 다음날 오전만 해도 '조율 중'이라더니, 오후에 갑자기 전면 취소되는 바람에 결렬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해당 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선 "거기(사측 협상팀)에서 '서초'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유급휴가는 연 15일로,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휴가 일수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임원 이하 직원들은 최대 25일가량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삼성 내부에선 유급휴가 하루를 더 주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경영진이 최종 거부함으로써 노사 갈등만 불거지게 됐다는 우려가 흘러나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조 요구를 무분별하게 수용할 경우 나쁜 관례로 굳어질까 염려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분명한 것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을 놓고 다투는 다른 기업들과는 사정이 다른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17일 열린 전국삼성전자 노조 첫 문화행사 모습. (사진=표진수 기자)
 
결국 지난달 18일 삼성전자 노사 교섭은 결렬됐고 전삼노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이달 17일 경기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행동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전삼노는 5월24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두 번째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서초사옥은 삼성전자 지휘부가 있는 컨트롤타워입니다. 노조 측은 "무조건 서초로 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2일 삼성전자의 첫 노조 단체행동에 대해 "회사가 발전하는 과정의 하나로 생각한다. 노노 간, 혹은 노사 간 어떤 경우에든 인권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켜볼 예정"이라며 "경제가 상당히 위기 상황이라 그 부분을 소통과 화합으로 결론 내렸으면 하는 게 개인적 의견"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편 경영진이 유급휴가에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노사 문제는 협상위원들이 하고 있다. OOO 부회장이 그런 것까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직접 개입하지 않고, 결과 보고만 받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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