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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폭탄 돌리기'…끝없는 '잔혹사'
소득보장안, 누적적자만 702조…2025년생 보험율 '30%'
2055년 국민연금 고갈…22대 국회, 마지막 개혁 골든타임
2024-04-26 16:28:31 2024-04-26 18:21:3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형 연금개혁안을 선택하면서 '국회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구체적인 당론도 정하지 못했는데요.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가 21대 국회 회기 종료일인 오는 5월29일 전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내놓지 못하면 연금개혁이 수년 더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26년간 9%로 유지해 온 국민연금 보험료율 조정을 위한 국민연금법을 손볼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현행대로 지속할 경우, 2055년이면 기금은 완전히 고갈될 전망입니다.
 
1차 '재정안정'3차 '소득보장''선호도 역전'
 
국회 연금특위의 공론위가 발표한 연금개혁 공론화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개혁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대표단 10명 중 6명이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론화위는 지난달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소득보장안'과 내는 돈을 12%로 올리고, 받는 돈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재정안정안'으로 연금개혁안을 압축해 시민대표단 500명 앞에서 숙의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토론 전 진행한 1차 설문조사에서는 소득보장안 지지 36.9%, 재정안정안 지지 44.8%로 나타났지만, 숙의토론 3차 설문조사에선 소득보장안 지지 56%, 재정안정안 지지 42.6%로 역전됐습니다. 첫 조사에서 '잘 모르겠다'며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던 시민들이 의제 학습과 4차례 토론을 거치면서 결과가 뒤집힌 것입니다. 연금개혁에 대해 학습한 시민대표단 과반(56%)은 결국 소득보장안에 손을 들어줬습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5년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가운데 소득보장안을 선택하면 연금 고갈 시점은 현행보다 6년, 재정안정안은 7년 각각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보장안의 경우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2093년까지 누적 적자가 현행 대비 702조원 늘어납니다. 반면 재정안정안을 선택하면 2093년까지 누적 적자가 1970조원 줄어 재정 안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적 적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미래 세대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소득보장안이 선택될 경우 2025년에 태어날 아이들은 평균 29.6%의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하는 계산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이 세계적 연금개혁 방향에 역행하는 안이라고 지적하면서 재정 적자와 미래 세대 부담을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상균 국회 연금개혁 공론화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숙의토론회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금 보험료율 26년째 9%…OECD 평균 '절반'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지난 1998년 1차 연금개혁 이후 26년째 9%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8.2%의 절반도 안 되는데요. 이렇게 내고 소득의 40%를 받아 가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꾸준히 문제점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빨라지면서 2055으로 예상되는 적립금 고갈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입니다.
 
'저부담·고지급' 정책을 둘러싼 지속가능성 문제가 설계 시부터 제기되면서 국민연금제도 도입 10년 뒤인 1998년, 김대중정부는 첫 번째로 연금개혁을 실시했습니다. 1차 개혁은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인하하고 수급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했습니다.
 
2차 개혁은 2007년 노무현정부가 실시했습니다. 소득대체율은 40%로 점차 인하하고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외 이명박정부는 연금개혁안을 아예 내지 않았고, 문재인정부 때는 개혁 과정이 순탄치 않으면서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현재 윤석열정부는 임기 내 끝내겠다는 각오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단 연금특위는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해 최종 연금개혁안을 만든 뒤 다음 달 29일 21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간 입장 차가 여전해 연금개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이번 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되면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다음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다시 백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특위 구성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해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21대 국회 임기 안에 완료할 수 있을지, 골든타임 사수에 관심이 쏠립니다.
 
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 위원장은 "(최종) 연금개혁이 이뤄지려면 국민연금법이 바뀌어야 한다"며 "마지막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몫이다.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지난 23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공론화 결과, 연금개혁에 대한 연금행동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 국가지급 명문화와 소득대체율 50%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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