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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전기, 오너일가 배불리는 CB 콜옵션…주주는 곡소리
발행주식 3배 넘게 증가…미상환 CB 규모 시총 넘어서
2024-04-30 06:00:00 2024-04-30 0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호전기(001210) 전환사채(CB)가 오너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CB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과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통해 지분율을 확대하는 식입니다. CB를 통한 신주발행 증가로 금호전기 기존주주들의 주식 가치도 희석되고 있습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호전기는 지난 2월28일 20억원 규모의 9회차 자기전환사채를 화이트웨일투자조합 제2호에 매각한다고 공시했습니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765원으로 주식으로 전환시 발행주식총수의 6.59%(261만4379주) 규모입니다. 
 
앞서 금호전기는 2021년 11월25일 300억원 규모의 9회차 CB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발행 대상은 메리츠증권으로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2%, 5%로 발행됐습니다. 당시 금호전기 시가총액(627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자금조달이었습니다. 
 
해당 CB는 발행 당시부터 콜옵션이 목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C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채권자에게 그대로 담보로 맡겼기 때문입니다. 금호전기는 CB 발행으로 조달한 300억원 전액으로 은행채를 매입했습니다. 은행채는 발행한 CB에 대한 담보로 제공됐습니다. 근질권이 설정된 은행채는 사용 제한이 걸려 그대로 보관만 했습니다.
 
해당 CB에는 최대 70%의 콜옵션이 붙었습니다. 금호전기는 해당 CB의 전환청구권 행사 가능시점이 도래하자 콜옵션을 한도(210억원)까지 행사했습니다. 금호전기는 풋옵션 행사를 통해 만기이자율 5%와 가산이자 3%까지 납부했습니다. 부실한 재무 상황에서 CB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십억원의 이자까지 제공하며 CB를 사들였지만, 재매각에선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금호전기가 콜옵션(210억원)과 풋옵션(매수청구권, 45억원)으로 확보한 9회차 CB는 255억원 규모입니다. 금호전기는 이 중 147억원 규모의 CB를 6차례에 걸쳐 재매각했지만, 재매각을 통해 이득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147억원 규모의 CB 재매각으로 금호전기가 확보한 자금은 148억여원인데요. 해당 CB 상환에 사용한 자금은 151억여원으로 오히려 3억여원 가량 손해를 봤습니다.
 
화이트웨일투자조합 제2호에 매각한 CB 역시 20억6000여만원에 취득해 20억원에 매도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화이트웨일투자조합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라는 점입니다. 정규용 금호전기의 회장 아들인 정헌욱 금호전기 이사가 지분 50.5%, 정규용 금호전기 회장이 49.5%를 출자해 만든 오너일가의 조합입니다. 
 
금호전기는 지난 2022년 11월29일에도 '양정산업 오창'에게 50억원 규모의 CB를 재매각했는데요. 당시 전환가액(1005원)을 기준으로 발행주식총수의 18.06%를 51억5000만원에 재매각했습니다. 현재 전환가액이 724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경우 해당 CB 전환가능 주식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해당 CB 역시 상환가격보다 저렴하게 재매각했습니다. 양정산업 오창의 대표이사와 금호전기 대표이사는 정규영씨로 같습니다. 
 
심지어 올들어 이날까지 전환가액 하향 조정은 9번이나 이뤄졌습니다. 해당 CB는 리픽싱한도가 액면가인 500원까지 조정가능한 만큼 향후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신주물량도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발행된 50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대상자도 논란입니다. 대상자가 다이아몬드헤드투자조합 제1호인데요. 이 곳 역시 정규용 금호전기의 회장 아들인 정헌욱 금호전기 이사가 60%, 정규용 금호전기 회장이 40%를 출자해 만든 오너일가 조합입니다. 해당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될 신주는 761만350주로 상장예정일은 오는 10월21일입니다. 가격은 주당 657원으로 할인율은 10%입니다. 
 
3자배정 유증과 리픽싱·콜옵션을 활용하면서 최대주주의 지분율도 높아졌습니다. 지난 2020년 신주홀딩스가 최대주주에 오를 당시 14.26%였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자배정 유증, CB 전환청구권 행사 등을 거치며 작년말 기준 38.23%까지 올라갔습니다. 화이트웨일투자조합 제2호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전환사채권까지 포함할 경우 주식 등의 보유비율은 51.05%까지 높아집니다.
 
문제는 최대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안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주홀딩스가 최대주주 금호전기를 인수하기 전인 2019년말 금호전기의 발행주식총수는 1026만여주였는데요. 작년말 기준 발행주식수는 3704만여주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현재 미상환 CB는 5회차, 7~11회차 총 290억원 규모로 금호전기 시가총액(272억원)을 넘어서는데요. 해당 CB들이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금호전기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도 커질 전망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B 발행 직후 해당 자금이 모두 담보로 잡혔는데 애초부터 재무구조 개선보다는 CB 전환을 통한 시세차익이나 콜옵션을 통한 지배력 확보가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 "미상환 CB 규모가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만큼 향후 주가 상승시 오버행 이슈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호전기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도구와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회사 돈을 들여 CB와 유상증자를 발행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과거 금호그룹 시절을 생각헤 오해를 많이 받고 있다"며 "이미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승계 도구를 위해 CB와 유상증자를 발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호전기 오너일가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 회사 자금을 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금호전기)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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