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일자리…안전망도 흔들
일자리 증가폭, 7분기 연속 둔화세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60대↑, 20대·40대↓
질 낮은 일자리에 실업급여 삭감·노동약자 우려
2024-05-22 17:15:17 2024-05-28 15:45:31
 
 
[뉴스토마토 윤영혜·이규하 기자] 임금근로 일자리 증가 폭이 7분기째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그나마 늘어난 일자리마저도 60대 이상이 85%를 차지한 채, 청년층과 경제 허리 격인 40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즉, 일자리의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는 겁니다. 특히 삶의 질까지 우려되는 질 낮은 일자리 양상과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할 안전망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라진 '2040 일자리'…질 낮은 일자리↑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11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74만9000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만3000개 증가했습니다.
 
일자리 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7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증가 폭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0년 2분기(21만1000개)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일자리 증가 폭은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7분기 연속 줄었습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11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74만9000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만3000개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산업별로 보면, 보건·사회복지 일자리 수가 전년보다 10만7000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숙박·음식업 3만9000개, 운수·창고업 3만8000개 등입니다. 보건·사회복지, 숙박·음식점업 등은 고용의 질이 낮은 대표적 산업으로 분류됩니다.
 
반면 건설업과 교육 분야는 각각 1만4000개 줄었습니다. 전체 산업군 중 일자리 비중이 가장 큰 제조업(20.8%)은 1년 전보다 3만6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그 중 선박·보트 건조업, 자동차 신품 부품, 일차전지·축전지 등이 늘었습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 제조업 일자리는 0.7% 줄어드는 등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이하는 9만7000개, 40대는 2만4000개가 감소했습니다. 60대 이상 일자리는 24만9000개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30대와 50대는 5만200개, 11만3000개씩 증가했습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8만9000개 증가하는 동안, 여성은 20만4000개 증가했습니다. 남성은 제조업 3만5000개, 운수·창고 2만2000개, 전문·과학·기술 1만8000개 등에서 증가했습니다. 여성의 경우 보건·사회복지 9만1000개, 숙박·음식 2만7000개, 운수·창고 1만5000개 등에서 증가분이 집중됐습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11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74만9000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만3000개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불안한 일자리·실업급여 삭감 규탄
 
불안한 일자리에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가 부정수급에 따른 재정 악화를 명분으로 실업급여 삭감을 추진하면서 노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고용노동부가 구직급여(실업급여) 반복 수급자인 일명 '시럽급여'를 뿌리 뽑겠다며 '실업급여 50% 삭감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이직일 이전 5년간 실업급여를 2회 이상 수급한 사람이 또다시 수급 자격을 인정받아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 급여액을 50%까지 감액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기기간도 현행 7일에서 최대 4주로 연장됩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취약계층 노동자 저버리는 '실업급여 삭감 법안'을 규탄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측은 "대통령이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고 말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불안한 일자리에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을 부도덕한 부정수급자로 몰고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빼앗아 가겠다고 나섰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말로만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고 떠들 게 아니라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양산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기업들이 노동자를 쉽게 쓰고 쉽게 버릴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그나마 취약한 노동자들을 지탱해 주는 사회안전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전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은 "겉으로 보기에 일자리 개수가 늘어나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30~50대는 일자리가 줄거나 변함없는 데다, 고령 노동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삶의 질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비상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11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74만9000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만3000개 증가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영혜·이규하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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