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안드로메다로 떠나라"
2024-05-23 06:00:00 2024-05-23 08:14:35
"안드로메다로 떠나라~"
 
동네 시전을 주름잡던 까까머리 시절 악동들이 개념 없는 친구를 놀리곤 할 때 쓰던 말입니다. 어릴 땐 몰랐지만 '안드로메다'는 지구가 속한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깝고 친숙한 은하라고 합니다.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행성이자 45억6700만년 전 형성된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진 광원을 뽐내는 은하는 이곳뿐일까요.
 
기술의 진보는 1150광년 거리의 외계 행성 등 태양계 밖 항성 주의를 도는 행성들도 속속 밝혀내고 있습니다. 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라고 하니 아득하게 넓은 광막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힘든 게 은하계인가 봅니다.
 
광막한 은하계에서 1990년 보이저 1호가 보내온 지구 행성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창백한 푸른 점에서 만난 인류가 얼마나 소중한 인연을 맺고 위대한 삶을 써가는지 우린 잊고 지내는 것 같습니다.
 
숭고함이 주는 아름다움인 우주 만물의 '조화'를 잊은 채 말이죠. 칼릴 지브란의 메시지처럼 마음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은 그것을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움보다 훨씬 숭고하다고 했던가요.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었다."
 
조디 포스터 주연 영화 <콘택트>의 원작 소설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첫머리를 보면, 아내인 앤 드루얀을 향한 고백이자 헌사를 통해 그동안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일깨우곤 합니다.
 
하지만 광활한 은하계 속 푸른 점에서 인류의 분절화는 심각하게 곱씹어볼 문제입니다. 네 편 내 편을 갈라치기 하는 것도 모자라 합리적이지 못한 잣대와 불공정한 권력 남용의 재단질 앞에 숭고함은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효율성과 편의성의 잣대로만 보는 세상과 편협·배타적인 극단적 내셔널리즘은 민주주의 실종이자 국수주의로 변질됐습니다.
 
중동발 리스크·미중 갈등·트럼프 리스크·중국 과잉생산에 탈탄소 무역장벽·공급망 불안·반도체 견제·관세 전쟁 등 각종 암초 덩어리는 분절화의 산물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는 어떤가요. 선언적 구호라도 남아있던 경제민주화 바람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경제 안보'에 발목 잡힌 침통 경제의 표상이 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해외 쌓아둔 기업의 돈이 국내 들어와 실질적 설비 리쇼어링으로 투자되기는커녕 다시 해외 투자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성장·취업난·고물가·고금리·저출산·불평등·양극화·불공정·질적 저하 등 경제·민생은 고난의 연속인데 익금불산입 방식으로 해외 유보금을 풀어준 기업들의 자본 리쇼어링은 제대로 투자가 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더는 이념화가 먹히지 않는 현대 사회의 의식 있는 국민들은 개념 문제가 본질이라고 깨달은 지 오래입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자유 민주주의 위기'라고 표명하면서 되레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모순적 과오로 망쳐 왔다는 사실을 보면 안드로메다로 떠나야 하지 않을까요.
 
이규하 정책 선임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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