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간식 옛말…치킨 한 마리 '3만원 시대'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한 마리 가격 3만원 지불
제반 비용 부담 이유로 연쇄 인상 나서
육계 가격 하락·호실적 행진…"치킨 업계 입장 어폐 지적도"
2024-05-22 16:05:50 2024-05-22 18:16:36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맛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치킨이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3만원 시대를 맞이하면서, '국민간식'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치킨 업계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 각종 부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실제로 치킨 원재료인 육계 가격은 하락하고 가격 인상을 토대로 한 치킨 업계의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어, 치킨 업계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BBQ·굽네, 2년 만에 주요 메뉴 가격 인상 행렬
 
22일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에 따르면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는 오는 31일부터 총 110개 판매 제품들 중 23개의 소비자 권장 판매 가격을 평균 6.3% 인상합니다. 이번 인상은 지난 2022년 5월 이후 2년 만입니다.
 
(제작=뉴스토마토)
 
이에 따라 인기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 후라이드' 가격은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올라가고, '황금올리브치킨콤보'의 경우 2만4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인상되는데요. 소비자가 별도의 할인 없이 배달비까지 지불하면 가격이 3만원대에 이를 수 있습니다.
 
BBQ 관계자는 "이번 가격 조정은 원·부재료 가격의 상승, 최저임금, 임차료 및 가스비, 전기비 등 기타 유틸리티 비용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조치"라며 "소상공인 등 가맹점 수익성 악화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15일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도 치킨 메뉴 9개의 가격을 1900원씩 인상한 바 있습니다. 굽네 역시 2022년 이후 2년 만의 인상입니다. 대표 메뉴인 '오리지널'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7900원으로 인상됐고, '고추바사삭'은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올랐습니다. 또 '남해마늘바사삭'은 1만9000원에서 2만900원으로 2만원을 넘어섰습니다.
 
굽네 측 역시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온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 상승에 따른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물가 때문이라지만…호실적 지속하는 업계
 
치킨 업계는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입장입니다만,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치킨 업계의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입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F&B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실적이 매출 1133억원, 영업이익이 11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03.8% 급증했습니다.
 
또 1분기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교촌과 함께 '치킨 빅 3'를 형성하고 있는 업계 1위(2023년 매출 기준) bhc와 2윌 BBQ 역시 교촌과 비슷하게 양호한 실적 흐름을 보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교촌F&B 측은 올해 초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전 등 스포츠 이벤트 영향으로 소비자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였고, 메밀단편 등 신규 외식 브랜드와 소스 사업 등 신사업 매출이 증가한 것이 실적 개선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업계는 지난해 교촌이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 최근 실적에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작년 4월 교촌은 최대 3000원까지 올리며 치킨 빅 3 중 가장 먼저 가격 인상 신호탄을 쐈다가 일부 커뮤니티에서 불매 운동 움직임까지 나오며 역풍을 맞은 바 있습니다.
 
치킨 원재료인 육계 가격 하락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5월호 육계관측'에 따르면 올해 육계 산지 가격은 지난해 대비 1월 15.6%, 2월 12.2%, 3월 32.1%, 4월 24.5% 각각 떨어지는 등 하락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킨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BBQ와 같은 1군 업체 프리미엄 치킨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저가형 자체브랜드(PB) 치킨으로 나뉘는 등 치킨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치킨은 이제 국민간식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중가', '저가' 등 세 단계로 분화하고 있다"며 "원재료 가격 인상이 주춤함에도 치킨 업계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는 것은, 고급화를 통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BBQ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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