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최악 치닫는 '치킨게임'
김홍일 사퇴→검사 탄핵→채상병 특검…정국 격랑 속으로
2024-07-02 17:35:57 2024-07-02 19:47:51
[뉴스토마토 김진양·유지웅 기자] 정국이 출구 없는 최악의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시작은 '이동관 사태 판박이'인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꼼수 사태였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김홍일 사의안을 속전속결로 재가하면서 애초 민주당의 구상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탄핵조사→헌법재판소 절차' 등이 무산되자, 제1야당은 전면전도 불사했습니다. 민주당은 즉각 이재명 전 대표 기소 등에 관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즉각 "위헌 탄핵"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대통령실도 "수사권을 민주당에 달라는 것 아니겠나"며 참전했습니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눈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절차를 밟았습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꺼냈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촉구하는 국민청원 동의 수가 90만명(2일 오후 기준)을 돌파하면서 정국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동관 꼼수 사퇴' 판박이…후임에 '이진숙'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진 사퇴를 했습니다. 민주당 등 야 5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안을 보고하기에 앞서 '꼼수 사퇴'에 나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을 시도했을 때와 똑 닮은 모습입니다. 
 
김 전 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윤석열 대통령은 '속전속결'로 재가를 했고 김 위원장은 곧장 퇴임식을 치른 후 방통위 청사를 떠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인선 절차를 잘 진행하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임으로는 이진숙 전 대전 문화방송(MBC)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식 언론장악은 계속된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입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와 참석한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언론장악 윤정권 규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위원장에 이어 김 전 위원장까지 탄핵의 목전에서 놓쳐버린 민주당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취임 초부터 이행해 온 '언론장악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고 '제3, 제4의 이동관'을 내려보내는 시그널로 받아들였습니다. 김 전 위원장의 사퇴를 "총선 민의를 거부하고 꼼수와 독선의 국정을 계속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현 의원 등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김홍일 전 위원장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방통위원장 권한대행을 맡게 됨 이상인 상임위원을 향해서도 "그 어떤 불법 행위를 해서도 안될 것"이라며 "이동관, 김홍일에 이어 세 번째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 전 의원의 사퇴에 대해서는 우원식 국회의장도 "탄핵 소추 대상자가 국회 표결을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헌법이 입법부에 탄핵소추권을 부여한 뜻과 그에 따른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즉각 의원총회를 열어 '방송장악 국정조사'를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 조사를 기존대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회 입법조사처 등의 유권 해석 결과 등을 반영해 진행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검사 탄핵안 발의…'채상병 특검' 맞불
 
윤석열정부의 언론 장악 의지를 재확한 민주당은 즉각 이 전 대표 기소 등에 관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 탄핵"이라고 일축하면서 "국회 절대 다수당의 외압에 절대 굴하지 않고 법치주의를 지키며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와 재판에 임해 반드시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반격했습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려면 국회의장은 발의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해야 하는데요.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검사 탄핵소추안이 보고됐고, 이를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해 조사하자는 동의안도 제출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채 표결이 진행된 결과, 검사 탄핵안은 법사위 회부가 결정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의장실 앞에서 채상병특검법 상정에 대한 항의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일방적 공세에 국민의힘도 강하게 맞섰습니다. 당초 이날의 본회의는 대정부질문을 위한 자리였지만, 민주당이 대정부질문이 종료된 후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겠다고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는데요. 
 
본회의 예정 시각인 오후 2시가 넘도록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당의 중진 의원들은 국회의장실에서, 초선 의원들은 의장실 밖 복도에서 우원식 의장을 향해 "의회주의를 무시하는 편파 운영을 중단해달라"고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 상정 절차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여 늦게 본회의장에 등장한 우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입장을 기다리기 위해 본회의 개의를 30분가량 더 지연시켰는데요. 국민의힘은 별다른 대안 없이 의총을 마친 후 뒤늦게 본회의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윤 대통령 거부권 땐 '정국 파국'
 
여야의 고성과 공방 속에 대정부질문이 진행됐고, 채상병 특검 상정과 동시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절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에 따라 3일 예정된 대정부질문도 사실상 진행이 어렵게 됐습니다. 
 
민주당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고, 토론 시작 24시간이 지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토론이 강제 종료될 수 있다는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인 3일 저녁 채상병 특검법 표결을 강행할 전망인데요. 4일에는 방송4법의 표결을 시도합니다. 국민의힘도 6월 임시국회 내내 필리버스터 카드를 쓸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대치 정국이 쉬이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검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는 확고하다. 전혀 협상의 여지가 없다"면서 "(정국이) '시계 제로'의 상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 역시 "(22대 국회) 초반 상당한 기간 동안 현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재명 전 대표의 구속과 같은 변수가 아니라면 민주당은 협상의 여지 없기 강경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또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 이후 국민의힘 이탈표는 전당대회 분위기에 달려있다"며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가장 큰 분수령이다. 정국 변화의 키는 국민의힘이 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양·유지웅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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