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적용 막았지만…플랫폼·특고 안전망 ‘난망’
노동법 사각지대서 불공정계약·임금체불 무방비
2024-07-05 17:27:43 2024-07-05 17:27:43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플랫폼과 특수고용(특고)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산업구조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노동형태도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플랫폼·특고 노동자 수는 급격히 늘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노동관계법 테두리 밖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특고 노동자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 적용에서도 제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오히려 자영업자로 간주되면서 사업장에 종속됐습니다. 그래서 ‘가짜 사업주’로 불립니다. 또는 3.3% 사업소득세를 내는 ‘3.3 노동자’로 칭해지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주장했지만, 사용자 측 반대로 좌절됐습니다. 사용자위원들이 업종별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요구하면서 노사 간 갈등만 불거진 겁니다. 지난 3일 최저임금위에서 차등 적용 안건이 부결돼 모든 업종에 최저임금을 동일 적용하기로 했지만, 플랫폼·특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예외로 취급되고 있는 겁니다.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위원들이 불참하며 좌석이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최저임금위에서 발간한 ‘노동자 실태 생계비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비혼단신 노동자의 월 생계비는 245만9000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결정된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 월급으로는 206만원(주당 40시간 기준)에 불과합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수준 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많은 플랫폼·특고 노동자들에게 최소 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최저임금위에서 법적 의무로 명시돼 있기도 한 도급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을 미룬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습니다.
 
“노조법 개정해 노동기본권 보장해야”
 
노동계가 22대 국회 들어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노조법 제2조1호 개정을 통해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노동계 요구입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조법 개정안에도 노동자 개념 확대가 빠져 특고 노동자들의 불안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노조법 2조 1호에 단서를 달아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에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 정책들에 대한 쟁의행위 허용 △노동자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가압류와 형사처벌 근절 등을 요구하며 노조법 2·3조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법상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특고 노동자와 프리랜서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사회보험과 최저임금 적용 등 최소한의 노동조건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플랫폼·특고 노동자들은 제도권 밖 노동자 문제라고 하기에는 이미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하기 힘들다”며 “노동시장 양극화의 핵심 원인으로 볼 수 있고, 이들에 대한 노동법과 사회안전망 보장은 노동 현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제대로 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까지 플랫폼·프리랜서 법률상담 사례를 집계한 내용을 보면, 불공정계약 관련 사례가 전체 사례 131건 중 85건(64.9%)에 해당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노동자성을 다투는 사례 15건(11.5%), 불공정 계약이 문제가 된 사례 16건(12.2%), 일방적 계약 해지나 계약내용 변경과 위반 사례 17건(13%)이었습니다.
 
이 소장은 “현장에서 과도한 수수료 부담이나 사회안전망 배제, 불공정계약이나 임금체불 문제가 법적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존재하면서 현행 노동법상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아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한 법적 지위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도 최근 플랫폼과 특고 노동자들을 포함한 노동기본법이 발의됐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1호 노동법안으로 지난달 31일 김주영 민주당 의원이 낸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은 노동관계법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보호 조치와 다름없는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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