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에 민생지원금까지…'무한 소모전' 줄대기
'방송4법' 6일 만에 전부 처리…끝나지 않는 정쟁 '도돌이표'
2024-07-29 17:48:04 2024-07-29 18:20:2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닷새 동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법안 강행 처리가 반복되면서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순차로 국회 문턱을 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야의 대치 정국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등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법안들이 줄줄이 출격을 대기 중이기 때문입니다. 여당이 필리버스터로 저지한다고 해도 범야권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통과시킨 법안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다시 국회로 되돌아온 뒤 폐기되는 운명을 반복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쟁의 도돌이표 속에 대중들의 피로도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인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표결하는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필리버스터, 6일간 최소 110여시간 지속
 
국회는 29일 오전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중 3번째 법안인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재석 187인 중 찬성 187인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전날 새벽 방문진법이 상정된 이후 시작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약 31시간 만에 강제 종결시키고, 법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시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은 법안 강행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습니다. 
 
방문진법 개정안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수를 현행 9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요. 국민추천위원회를 설립해 MBC 사장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고, 사장 임기를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방문진법 통과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곧바로 EBS법을 상정했습니다. EBS법 역시 EBS 이사 숫자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과 방송학회,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합니다. 
 
이에 국민의힘은 앞선 법안 통과 때와 마찬가지로 네 번째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는데요. 24시간이 지나게 되는 30일 오전 중 민주당 주도로 표결을 거쳐 필리버스터가 강제 종료된 후 EBS법은 최종 처리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5일 방통위법이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된 지 6일 만에 방송 4법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날 오전까지 총 85시간53분(방통위법 총 24시간7분·방송법 30시간46분·방문진법 31시간)동안 필리버스터가 이어졌는데요. 마지막 필리버스터가 최소 24시간 이상 진행된다고 가정한다면 110여시간 만에 4개 법안이 처리될 전망입니다. 
 
민주 '당론 법안' 줄줄이…여 "고비마다 강력 저지"
 
문제는 방송4법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본회의를 열어 민생회복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여당이 필리버스터로 저지를 하더라도 7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8월3일 안에는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방송4법의 통과가 기정사실이 된 만큼, 여당은 노란봉투법 저지에 벌써부터 전운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비롯한 경제 6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산업 현장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노사관계 근간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는 법"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이어 그는 "민주당이 당리당략에 매몰돼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국회에서도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하고 있다"며 "말로만 민생을 외치고 속으로는 민생을 망치는, 경제를 정말 어렵게 만드는 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이 법을 강행해 본회의에 밀어붙인다면 그 고비마다 강하게 저지하기 위해 강력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며 "법안 통과저지를 위해 국민의힘이 사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이후 펼쳐진 길도 험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선은 재의결로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대체할 보다 강력한 특검법을 재발의 할 예정입니다. 관련해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설 특검법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라며 "시기와 관련해서는 7월 국회를 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앞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결한 45개 당론 법안들 역시 줄줄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감사원법 개정안,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논란의 중심에 선 법안들이 여전히 다수 남아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법안들은 '입법 강행→필리버스터→단독 입법→거부권→법안 폐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할 전망입니다. 22대 국회 초장부터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대중들의 피로감만 높아지고 있는 현실인데요. 정치권 한 관계자는 "어차피 통과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하고, 어차피 되돌아올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에 왜 전력을 낭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여야 모두 뚜렷한 전략 없이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모습에 지친다"고 토로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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