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점포 통폐합)③대체점포로는 역부족…접근 전략 변화 시급
비용절감 위한 자구안 한계 …타 업종과 협업 유도해야
2024-08-20 08:00:00 2024-08-20 08:00:00
[뉴스토마토 민경연·이효진 기자] 금융권은 점포 감축에 따라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이동식 점포와 무인 디지털 점포, 공동점포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우선 목적을 '비용 절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워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일일이 점포 폐쇄에 개입하기 보다는 해외 사례와 같이 쇼핑몰 등 타 업종과의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체점포 확대 지지부진
 
2022년 하나·우리은행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개설한 점포를 시작으로 은행권은 '한 지붕 두 점포'인 공동점포를 개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점포는 두 은행이 한 공간을 사용하는 영업점 모델로, 여러 은행의 업무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 고객 입장에서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습니다.
 
은행권은 노인 고객층을 위한 찾아가는 은행·시니어 특화점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KB시니어라운지',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점포'를 운영합니다. 고령층이 주로 찾는 복지관을 방문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동식 점포입니다.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는 군위전통시장 정문 맞은편에서 '군위사랑 5일장 디지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화상상담이 가능한 키오스크와 자동화기기에서 간단한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매월 3·8일 5일장이 열리는 평일에는 은행원이 방문해 대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서민금융을 표방하는 저축은행도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OK저축은행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지점 방문이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 고객을 대상으로 직원이 직접 방문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JT친애저축은행도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모바일 앱을 통한 예금 가입을 방법을 안내하는 '비대면 예금 전용 창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전담창구를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찾아가는 서비스는 사전에 일정을 조율해야 해서 필요할 때 빠른 이용이 어렵습니다. 취약계층 전담 창구를 운영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고객이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제약이 있는데, 정작 지점 축소로 거주지 근처에서 방문할 곳을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공동점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공동점포는 2022년 4곳, 2023년 1곳 개설됐습니다. 지난해 8월 대전시에 개설된 KB국민·한국씨티은행 공동점포를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개설된 은행권 공동점포는 없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동점포는 한쪽의 수요만으로 하기 어렵다"면서 "해당 지역 내 은행 수요도 맞아야 하고, 임대료에서 운영 문제까지 양쪽에서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해서 신설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의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 적용 이후 점포 축소 속도가 줄어들면서 공동점포 논의가 잠잠해진 것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KB국민은행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특화점포인 '시니어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사진=KB국민은행)
 
 
해외선 타 업종과 협업
 
한국보다 앞서 공동점포를 운영해 안착시킨 곳이 있습니다. 영국은 지난 2021년부터 은행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 서비스·현금접근성 악화를 막기 위해 주요 은행의 공동점포인 ‘뱅킹허브’를 도입했습니다. 도입 당시 뱅킹허브가 50여 개 설치되는데 그치자 한국의 금융감독원 격인 영국의 금융감독청과 시민단체들이 개설 속도를 높일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뱅킹허브 운영업체는 그해 연말까지 뱅킹허브를 100개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영국 뱅킹허브는 9개 주요 은행이 공동출자한 비영리조직인 캐시 액세스 UK에 의해 운영됩니다. 우체국과 공동 운영되는데, 주중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우체국 직원들이 창구에서 예금 현금인출 공과금 납부 등 기본적인 은행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해당 지역 수요에 따라 9개 회원은행 직원들이 인접한 독립공간에서 요일별로 교대근무하며 상담 등 대면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심윤보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와 비교해 영국의 공동점포가 성행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정부의 노력이 작용한 부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심 연구위원은 "최근 영국 정권이 바뀌며 국민의 현금 접근성·금융 접근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한국은 민간 기업차원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우선으로 원하기 때문에 공동점포에서 큰 이윤이 나지 않자 쉽게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고령화 인구가 많은 일본은 은행 점포를 줄이는 대신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 등 대형 상업시설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공간은 협소해지지만 영업점은 줄이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4월 NHK보도에 따르면 일본 3대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오는 2025년까지 운영 중인 400개 영업점 가운데 250개를 '스토어'로 전환합니다. 스토어는 주말에도 문을 열고 영업 마감 시간은 기존 오후 3시에서 오후 9시까지로 늘어납니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디지털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소외계층은 대면으로 업무를 보는 게 익숙해져 점포를 줄이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면서 "필수적인 인력을 남겨두고 일정 단위 면적 내에는 점포를 유지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영국 뱅킹허브는 9개 주요 은행이 공동출자한 비영리조직인 캐시 액세스 UK에 의해 운영된다.(사진=캐시 액세스 UK)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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