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폭풍’에 ’IRA’ 조기 폐지까지…현대차·배터리 ‘이중고’
IRA 27년 조기 폐지 법안 발의
‘관세 폭풍’ 이어 악재 가능성
현지 판매 전략 수정 불가피
2025-05-14 17:36:43 2025-05-14 17:36:43
[뉴스토마토 표진수·오세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풍' 여파가 가시기도 전 미 공화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의 조기 폐지를 추진하면서, 현대차와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이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이 폐지되면 대규모 세액공제를 보고 현지에 생산 시설을 확충해 온 국내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해 관련 업체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들은 미국이 전기차 최대시장인 데다, 일시적 수요지체에도 전기차가 대세인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법안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미 현지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분사. (사진=현대차그룹)

1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 하원 세입 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전임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도입한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2027년 조기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당초 2032년 말까지였던 시한을 2026년 말까지로 6년 앞당긴 것입니다. IRA는 2022년 제정된 법안으로,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 및 배터리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등을 목표로 세액공제를 해주는 법안입니다.
 
법안이 통과 된다면, 현대차가 이달부터 보조금을 받기로 했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5’ 등 총 5종의 차는 내년부터는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공화당이 공개한 초안에 따라, 2009년부터 2025년12월31일 사이 미국에 판매한 전기차가 20만대 초과인 경우, 기간과 상관없이 아예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12만3861대, 2023년 9만4340대를 판매하며 이미 20만대를 넘겼습니다.
 
전기차 렌트와 리스에 적용되던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45W)‘와 중고차에 적용되던 세액공제 등도 연내 종료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45W 조항은 차량의 조립지나 배터리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리스 형태로 판매되는 상업용 차량에는 공제를 적용해 주는 예외 규정입니다.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는, 현대차를 비롯해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 판매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방식입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리스 비중은 IRA 발효 전인 2021년에는 5%였는데, 2023년 말 30%까지 급증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가 IRA를 폐지하거나, 축소한다고 하면 친환경차 판매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IRA와 관계없이 투자를 계속 이어 간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올해 초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미국에 상당한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IRA나 인센티브 때문에 미국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건설중인 미 애리조나 원통형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중 관세 휴전…중국 배터리 가격 경쟁력 회복
 
배터리 업계 상황도 완성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배터리 업계의 실적이 둔화되고 있지만,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으로 이를 방어해왔습니다. AMPC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판매 기업에 제공되는 지원금인데, 13일(현지 시각) 미 연방 하원의원들이 이 보조금의 지급 기한을 2032년 말에서 2031년 말까지로 줄이고, 지원 규모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캐즘이 해소되기도 전에 보조금이 사라지면 북미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투자 회수 지연이라는 구조적 부담까지 더해질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4577억원의 AMPC를 수령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습니다. 삼성SDI와 SK온도 각각 1094억원, 1708억원의 보조금으로 수익성을 방어했습니다. 
 
보조금에 기대는 배터리 업계는 우선 AMPC 지급 규모 축소 및 조기 폐지 등이 담긴 법안이 실제로 통과가 될지를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입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이 초안인 데다 상·하원 통과 과정도 남아 있어 실제 폐지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현재 보조금 제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배터리 업계는 보조금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력 질주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관세 전쟁을 벌였던 미국과 중국은 앞선 12일 극적으로 관세협상을 타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기존 145%에서 30%로 대폭 낮아졌습니다. 이는 국내 배터리 3사에 적용되는 25%와 큰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이에 미국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의 가격 경쟁력 우위도 크게 줄어들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강자가 없는 전고체 배터리나 성장 잠재력이 큰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적용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제품으로 안전성과 수명이 높아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립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아직 시장 지배자가 없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해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하고, 동시에 성장 잠재력이 큰 ESS에서도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여러 나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연방의회. (사진=연합뉴스)
 
다만, IRA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법안은 최종안이 아닙니다. 공화당 의원 중에서도 IRA로 투자를 유치한 지역 의원은 갑작스러운 투자 혜택 철회에 부정적입니다. 공화당은 현재 하원 435석 가운데 220석, 상원 100석 중 53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일부라도 이탈하면 예상 조정 법안 전체가 통과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은 대부분 공화당 의원들이 소속된 곳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구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특히 장기 성장성을 보고 미국 투자를 결정한 만큼 설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지 상황을 봐가면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오세은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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