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투자, 한국은 매각…커지는 한국GM 철수설
서비스센터·부평공장 일부 시설 매각
“유휴자산 가치 극대화…효율성 확보”
노조 반발…한국GM 철수설도 재점화
같은날 본사, 미국에 1조2000억 투자
2025-05-29 16:20:22 2025-05-30 11:14:45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한국GM이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 일부 시설의 매각을 결정하면서 최근 고개를 들던 ‘한국 철수설’이 점점 굳어지는 모양새입니다. 한국GM은 이번 매각 결정을 두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은 이를 철수 수순으로 보고 7000여명의 조합원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부평공장 (사진=뉴시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이날 오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앞서 한국GM은 전날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 및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에 대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는데, 이후 노사 간 처음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노조는 회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애초 예정됐던 지난 28일 1차 교섭에 불참한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 “회사가 한 발표는 절대 철수가 아님을 확실히 말씀드린다. 어제의 발표는 한국GM의 미래를 위해서 진행이 된 것이며, 이로 인해 어떤 직원도 일자리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국GM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안규백 한국GM 노조위원장은 “이번 회사의 일방적인 발표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교섭에서 똑똑히 보여주겠다. 회사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똑똑히 증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다양한 루트로 확인했는데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자산 매각 방침을) 그저께 알고 있었다. 회사의 우선순위 없는 일방적 통보들은 심각하게 노조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한국GM은 극심한 내수 부진에 시달려 왔습니다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5.9% 감소한 24824대에 그쳤습니다여기에 실적을 책임지는 수출 마저 관세 영향권에 들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하자 수익성 개선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GM 철수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을 때부터 미 수출 비중이 90% 가까이 되는 한국GM이 결국 사업장을 철수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는데, 이제 그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관측입니다. 국내 시설에 대한 매각 결정을 발표한 같은날, 모그룹인 GM은 미 엔진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를 발표한 점도 철수설에 힘을 보태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GM은 지난 28(현지시각) 내연기관 엔진 생산 증대를 위해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8800만달러(12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매각 결정을 두고 또 한번의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시그널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GM은 지난 2018년 한국에서 2종의 차량을 개발·생산하고 2027년까지 영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8000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습니다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계약 종료 시한인 2027년 지원이 없으면 GM이 한국GM을 연구·개발이 없는 생산 하청기지화 할 가능성이 있다“만약 그렇게 되면 공장을 비가동하다 문을 닫는 완전 철수 수순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GM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9년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한국GM의 군산공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매각 조치는) 철수설을 뒷받침해 주는 강력한 액션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업들이 자동차를 판매하려고 할 때 전국망 서비스센터 구축이 가장 어려운 일인데 이를 먼저 매각하겠다는 것은 철수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생산 기지를 국내에 가지고 있는 회사가 서비스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것은 더 팔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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