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노동 환경과 관련된 공약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후보들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앞다퉈 강조하고 나섰는데요. 이를 두고 영세기업, 소상공인들은 난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보들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인건비 부담과 경영 압박이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근로기준법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이 후보는 특히 근로자 추정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후보는 노동약자보호법 및 직장 내 괴롭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향의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권 후보는 근로기준법이 이미 법에 보장된 권리이기에 즉각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업장 규모·업종마다 달리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예외적으로 근로기준법 법령 중 일부만 적용됩니다.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연차 휴가, 부당해고 금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주요 노동법 규정은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 후보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똑같이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면서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법 적용 확대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기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약에도 초점을 뒀는데요. 이 후보는 자영업자나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에 대해 '일터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을, 김 후보는 노동 약자에 대한 계약분쟁 조정 지원, 경력 관리, 공제회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 약자 보호법'을 내세웠습니다.
(이미지=챗GPT)
후보들의 이러한 공약에 대해 중소기업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노동권 보호와 영세기업의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노동권 보호가 시대의 흐름이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법 적용을 위해서는 인식의 확산, 공감이 선행돼야 한다"며 "일거에 확대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로드맵 만들고 공감대를 만든 뒤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중소기업의 영세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소상공인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매우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 가야할 방향인 것은 맞으나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영세기업들이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노 연구위원은 이들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추가로 비용이 들지 않는 부분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연명해나가는 영세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비용 발생과 무관한 영역부터 시작해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까지 점진적으로 법을 적용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노 연구위원은 비용이 발생하는 영역은 정부의 지원사업과 연계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진행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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