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매·폐점 협박' 가이드라인으론 못 멈춘다…"정부 정책 시급"
(외식가맹점 갑질)②가맹본부만 8800여개…적용 여부 조사 어려워
"필수품목 지정 기준 강제성 띄는 정책 만들어야"
2025-08-20 16:37:27 2025-08-20 17:05:13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25년 업무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최근 내로라하는 가맹본부들이 구매 필수품목 적정성에 대한 공정위원회의 제재를 받았지만 정작 정책적 논의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계약서에 공급 품목 가격 산정 방식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지만, 구매 필수품목이 적정한지 따져볼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공정위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구입강제품목 지정 사유를 적시하는 내용도 만들었지만 이 역시 권고에 그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이드라인 이후도 상황 그대로…강제성 없는 기준 '공염불'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품목 가격 산정 의무화와 구입강제품목 지정 가이드라인 공표 후 72개 가맹본부의 78.9%가 변경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5월 발표했습니다. 공정위는 자료를 통해 구입강제품목 가이드라인을 지킨 곳도 가맹본부 72개 중 88~99%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 가이드라인을 보면 가맹본부는 구입강제품목 △지정 사유 △기준 시점 △거래 상대방 △변경 사유·주기 △공급 가격 △공급가 산정 방식 기준점을 기재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 발표처럼 가맹점 대부분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9000곳에 육박하는 가맹본부에 비해 조사 모수(72곳)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공정위가 올해 초 발표한 '가맹사업현황'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가맹본부는 총 8802곳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가운데 외식업종의 브랜드 수는 9872개, 가맹점 수는 18만942개입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대형 가맹본부를 중심으로 조사를 실시했다는 입장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8000여개 가맹본부 가운데는 가맹점이 1~2개밖에 안 되는 곳도 많다"며 "실행 초기인 만큼 대형사 위주로 설문을 진행했다고"고 말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도 가이드라인 시행 이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본사들이 점주를 상대로 남기는 유통마진(차액가맹금)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가맹점주 63.6%가 구입강제 품목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높은 차액가맹금'을 꼽았습니다. 또한 이 같은 차액가맹금이 점주들과 협의 없이 변경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정부 차원의 명확한 필수 품목 기준 필요"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구입강제품목이 적절한지 검토하는 기준이나 법이 명확하지 않다"며 "가맹본부가 A라는 품목을 사라고 계약서에 명시하기만 하면 영업에 필요한 게 아니라도 대부분 업주가 구매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맹본부의 과도한 차액가맹금을 제지하기 위해서는 구입강제품목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에 대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최근 불거진 가맹본부의 갑질 행태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급한 가맹사업 제도 개선 사항. (이미지= 뉴스토마토)
 
가맹업계는 "강제 품목을 검토하는 기준에 직접 관련성과 대체 가능성이 추가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가게 인테리어를 개인적으로 알아본 인테리어 업체와 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본사에서 지정한 업체와 한다고 해도 개인 업체보다 질적으로나 가격적으로 나은 부분이 없다는 사례는 수두룩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상황 타개를 위한 정부의 기민한 정책 마련도 요구됐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가맹사업 제도 개선을 위해 시급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점주들은 △정보공개서 공시제 도입(32.4%) △정부·지자체의 정기적 가맹계약 실태 점검(21.2%) △불공정거래행위 처벌 강화(16.0%)를 꼽았습니다. 전체 중 70%에 가까운 응답이 정부 차원 해결을 요구하는 셈입니다. 
 
공정위는 올해 △정보공개서 공시제 도입 △현금결제 강요 및 비용 떠넘기기 등 병폐 집중 감시 △필수품목 갑질 근절 실태 점검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습니다. 대리점주 지위 향상을 위해 '사업자단체 구성권'을 법에 명시하고, 계약해지 절차를 엄격화하는 내용도 정책에 담겼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원하는 필수품목 기준에 대한 정밀한 기준에 대한 논의는 빠져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힙니다. 
 
손성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 실장은 "최근 벌어진 가맹점 갑질의 근본 문제는 본사가 구입강제품목을 지정하는 과정을 공신력 있게 검토 및 모니터링 해줄 수 있는 주최가 없다는 것"이라며 "일부 지자체에서 상생을 위해 구입강제품목 기준에 대한 연구 용역을 하기도 했지만, 지자체 차원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프랜차이즈 사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가맹본점의 적극적인 소통화 상호 협력은 물론, 정부 차원의 공정 가맹사업 환경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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