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의 관세 폭격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철강업계의 공급 과잉 우려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에서 정부 주도 감산 기조가 뚜렷해진 것입니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에 신음하던 국내 철강업계의 숨통이 트일지 주목됩니다.
중국 허베이성 이창에 있는 철근 시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2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철강업계 전체 7월 조강(쇳물) 생산량은 7966만톤으로 지난달보다 4.2%, 지난해와 비교하면 4%가량 감소했습니다. 3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조강 생산량이 8000만톤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입니다. 올해 7월까지 누적 생산량은 5억9447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가량 줄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연초부터 이른바 ‘네이쥐안’(內卷·출혈경쟁) 방지에 집중해왔습니다. 과잉 생산이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돼오면서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철강 생산 감축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적인 생산 감축 조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철강 생산지인 허베이성 탕산시는 다음 달 3일 열병식을 앞두고 최근 철강 생산 제한 조치 세부 사항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6월 일부 철강사들에 소결기 가동을 30% 감축하라고 통보한 데 이은 후속 조치입니다.
감산 움직임에 중국 내 철강 가격도 오르는 추세입니다. 바오산강철, 안강그룹, 본계강철 등 중국 주요 철강 기업은 9월 제품 가격을 톤당 200~300위안 인상했습니다.
중국의 지역별·기업별 철강 감산 정책이 추가로 발표되며 감산 강도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철강 감산 및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으로 봉형강 중심의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철강 생산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산 철강재 공급 과잉에 따른 저가 경쟁이 누그러들면 국내 철강업계의 리스크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자국 내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자 재고 처리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 낮은 가격으로 밀어내기식 수출을 해왔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감산 정책이 실제 한국 시장에 미치려면 2~3개월의 편차가 있어 그 사이 시장 변화를 면밀히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며 “중국 감산이 일시적 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수요처인 건설 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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