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충남 천안에서 전기자전거에 매달려 달리다 숨진 개 '파샤' 사건을 계기로 '파샤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파샤법은 △이동 수단에 동물 매달기 금지 △동물 학대 골든타임 대응 의무화 △동물 학대 행위자의 반려동물 소유권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지난 27일 단체 홈페이지에 파샤법 초안을 공개하고,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엄벌과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파샤법의 명칭은 파사랴는 이름을 가진 개(콜리종)에서 유래됐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충청남도 천안시에선 파샤라는 이름의 개가 전기자전거에 매달린 채 2시간 이상 끌려 달리다가 끝내 사망한 바 있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의 후속 조치를 맡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안일한 대처가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공분도 샀습니다. 케어에 따르면, 경찰은 파샤가 발견되고 첫 신고가 들어간 지 15분 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러고도 파샤는 길바닥에서 무려 1시간이나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파샤의 상태를 보고도 응급병원이 아닌 동물보호소로 향했습니다. 공무원들이 동물의 죽음을 가볍게 여긴 겁니다.
케어가 공개한 파샤법 초안엔 △이동 수단에 동물 매달기 금지 △동물 학대 골든타임 대응 의무화 △피학대 동물 사망 시 사체 검시·사인 규명 의무화 △잠재적 피해 동물 보호 조항 신설 △동물 학대 행위자의 반려동물 소유권 제한 △공무원·경찰 직무유기 처벌 조항 신설 △지자체·공권력 대상 교육 의무화 △격리 조치 시 동물보호단체에 보호 위탁 의무화 등 8개 항목이 담겼습니다.
파샤법이 제정될 경우 자전거, 오토바이 등에 동물을 매달고 이동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됩니다. 학대로 의심될 때 지자체와 경찰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 동물을 격리 조치해야 합니다. 응급 상황에서는 24시간 운영되는 동물병원으로 동물을 이송해야 합니다. 또 동물을 학대한 사람은 최소 5년간 반려동물 소유 및 사육이 금지됩니다. 피학대 동물이 학대자에게 반환되는 것도 법적으로 금지됩니다.
지난 25일 동물권 단체 케어는 전기자전거에 매달려 달리다가 죽은 '파샤'의 사망 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브(SNS)에 공개했다. (사진=동물권단체 케어 SNS 영상 캡처)
천안 파샤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 역시 파샤법 제정 촉구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파샤법 제정 운동을 벌이기 위해 만든 메신저 단체 채팅방엔 전국에서 80명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파샤법 제정 △동물 학대 가해자 엄벌 △안일하게 대처한 공무원 처벌 등을 촉구했습니다. 케어도 파샤법 추진위원회인 '파샤의 정의를 위한 시민행동'을 조직했습니다. 여기엔 110여명의 시민이 자원한 상태입니다. 케어 측은 "파샤법 제정을 시작으로 동물에 대한 공권력의 무책임과 제도의 공백을 바로잡기 위해 싸우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파샤의 고통이 담긴 영상을 본 시민들은 "잠을 계속 깼다. 계속 비명이 들렸다", "보다가 눈물이 나서 껐다.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수면제를 먹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달려가서 파샤를 안고 오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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