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삼성·SK, 반도체 장비 중국 반출시 허가 받아라"
내년부터 건별로 승인…연 수천건 예상
한미 정상회담 4일 만…미국 압박 신호
TSMC에 대한 조치는 밝혀진 바 없어
2025-08-30 14:09:40 2025-08-30 14:09:40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포괄 허가’ 자격을 철회했습니다. 앞으로 두 기업은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반출할 때마다 건건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에 따라 공장 운영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다시 한 번 미중 전략 경쟁의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사진=연합뉴스)
 
미 상무부는 지난 29일(현지시각)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인텔의 중국 다롄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고 관보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그간 VEU 덕분에 중국 공장으로 장비를 들여올 때 개별 허가 절차가 면제됐지만, 미 정부는 이제 이 포괄 허가를 철회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조치는 9월 2일 관보에 게재된 뒤 120일 후부터 적용됩니다.
 
구체적으로 △18나노미터(nm) 이하 D램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미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운영에는 불확실성이 커졌고, 허가 절차로 인한 행정·비용 부담과 장비 인도 지연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약 1000건의 허가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업계는 기업당 수천 건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결정은 첨단 반도체 장비와 기술이 다국적 기업의 중국 공장을 통해 유출되는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간 미국에서는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하는 포괄적 허가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도 나왔는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그런 주장에 더 힘이 실린 것으로 보입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VEU 제도를 두고 “바이든 시대의 구멍(loophole)”이라고 비판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특정 외국 기업에만 이런 혜택을 제공해 미국 기업을 불리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한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상무부가 미국 기업인 인텔의 다롄 공장의 VEU 자격도 취소했지만, 이 공장은 SK하이닉스가 인수했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 기업입니다.
 
특히 이번 조치는 한미 정상회담 4일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안보, 경제, 통상, 투자 등의 현안을 협의했지만,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공동발표문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VEU 자격 철회는 미국의 모종의 압박 또는 첨단산업에서 중국과 거리를 두라는 우회 경고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외에 유일하게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TSMC의 중국 공장에 대해서도 포괄적 허가를 취소하는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10월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TSMC의 중국 공장에도 수출통제 적용을 사실상 무기한 유예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TSMC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는 바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계획을 지난 6월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가 같은 방침을 TSMC에도 통보했다고 소개한 바 있는데, TSMC는 VEU 제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유예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 함께 발표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정부와 업계는 미 정부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곧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장비 반입을 앞으로도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정부는 한국이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계속 차질 없이 운영하는 게 미국의 정책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중국 기업들이 그만큼 시장 점유율을 더 확보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더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 공장들이 중국에서 문을 닫게 되면 공장 장비 등 자산이 중국 손에 넘어갈 우려도 있습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 정부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이 가지는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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