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수수료 압박에도 '찔끔' 인하
2025-09-12 14:09:19 2025-09-12 15:40:14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금융당국이 꾸준히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해왔지만 실제로 빅테크사들의 수수료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국은 빅테크사의 경쟁을 통한 수수료 인하라는 간접 규제 방식을 택했는데요. 가격 공시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제한적인 데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자율 공시 효과 '미미'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월부터 강화된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핵심 방안으로는 공시 대상 기준을 월 평균 거래액 1000억원 이상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11개사에 더해 6~7개사가 새롭게 공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월에도 네이버파이낸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사업자 11곳에 현행 수수료 체계와 향후 조정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수수료 공시 대상 업체와 공시 항목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독점 행위 규제와 중개 거래 공정화를 골자로 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을 공약했으며, 자영업자가 실제 부담하는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배달비 등에 법적 상한을 두는 '수수료 상한제' 도입도 약속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온라인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요구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늘고 있다"며 "공정 경제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도 완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윤석열정부에서도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 방침을 내세우며 가격 인하를 압박했습니다. 다만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업자들이 합리적인 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도록 '자율 공시'에만 그쳤습니다. 자율 공시 제도만으로는 실질적인 수수료 인하 효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간편결제 수수료를 0.01%p만 낮췄습니다. 같은 기간 토스는 영세 가맹점(연매출 3억원 이하)에는 0.23%p를 인하했지만, 연매출 5억~10억원 규모 가맹점에는 0.20%p를 인상했습니다. 영세 가맹점에서 줄인 만큼을 중형 가맹점에서 보전한 셈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일괄적으로 0.09%p를 내렸고, 카카오페이(377300)는 영세 가맹점 수수료를 0.22%p 큰 폭으로 인하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율 공시는 소비자가 지켜보고 있으니 자율적으로 내리고, 수수료 경쟁을 유도하려는 취지"라며 "직접적인 규제가 없으면 기업 마음이니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공시도 11곳만 하고 있어 매출이 적은 곳은 수수료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빅테크사들은 간접 규제만 받다 보니 카드사와의 형평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카드사는 적격 비용 재산정 제도에 따라 3년마다 수수료를 강제로 조정받아왔지만, 빅테크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아닌 전자금융업법 적용 대상이라 수수료 규제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같은 금융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적용 법령이 달라 서로 다른 규제를 받아온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추가 인하 압박 시사
 
금융당국도 최근 들어 수수료 인하를 압박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일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플랫폼 이용자 중심의 경영을 주문하며 소상공인 등 입점 업체와 상생을 당부했습니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합리적인 수수료 부과, 보다 신속한 판매 대금 정산, 가맹점 지원 확대 등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금감원도 소상공인의 금융 애로 해소를 위해 결제 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함께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직접적인 인하율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빅테크 업계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사실상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복현 전 원장은 과거 "간편결제 수수료는 시장 참여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며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할 의도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시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이찬진 원장이 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언급하자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빅테크사들이 초기에는 양질의 콘텐츠와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후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플랫폼 이용자들이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는 만큼 수수료율을 더욱 투명하게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류창원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소비자·카드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소상공인 부담이 큰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부과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빅테크사들에게 합리적인 수수료 부과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네이버스퀘어 역삼에서 열린 빅테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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